최수진 흑룡강성민족경제개발 총공사(흑민경) 총사장은 맨주먹으로 일어난 사업가다. 평남 증산군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1928년 중국으로 건너가 함남 북청군 출신의 어머니를 만나 5남매를 낳았다고 한다. 최총사장의 부친은 헤이룽장(黑龍江)성 동명촌의 촌장을 하며 독립운동을 했다는데, 1961년 사망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자료는 없다. 그의 부친은 돈을 벌어 지주가 되었으나 문화혁명이 일어나는 바람에 크게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셋째 아들이던 최수진씨는 열한 살이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집 형편이 어려워져 그는 초급중학교 2학년을 중퇴했다. 무너져가는 집안에서 농사를 하던 그는 문화혁명 말기인 1975년 감옥 생활을 했다. 그는 힘들고 괴로웠던 문혁 기간에 많은 것을 느끼고 개선점을 찾아냈는데, 이것이 나중에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수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인민해방군이나 중국공산당 쪽으로는 나갈 수 없었던 것이, 그로 하여금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한 측면도 있다. 그의 진가는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폐품 줍는 사업으로 시작한 그는 열처리 화학공장 쪽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급기야는 하얼빈에 민족호텔을 짓는 등 가장 성공한 조선족 사업가로 성장하였다. 이 시기 ‘흑룡강신문’ 사장인 홍만호씨는 최수진씨의 인생유전을 세 권짜리 책으로 출간했다.
최씨는 1985년부터 대북사업에 눈을 돌리며 북한과 가까워졌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최총사장은 “나는 조선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저 내 생각일 따름이오” 하면서 남북문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공존·공영·공리로 풀어 나가자
-최총사장께서는 민족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시는데 무슨 뜻입니까.
“세계는 부단히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 민족도 새로운 사고의 변혁이 있어야 번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세계경제는 지구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경제 시대에서는, 내가 편안하려면 남을 편하게 해줘야 합니다. 남측이 편안하려면 북측을 도와주어야 하고, 북측이 편안하려면 남측을 도와주어야합니다.
민족 대단결을 이루려면 과거의 한 페이지는 덮어놓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에 대한 평가는 훗날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고, 지금은 우리 민족이 공존·공영·공리를 꾀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단계에서 북남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상호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피해의식을 해소(解消)하는 것입니다.
이는 몇 차례의 당국자 회담이나 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과 남이 갖고 있는 우세한 점을 이용해 서로를 돕는 경제협력을 폭넓게 진행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경제협력을 하자는 이야긴가요.
“북남경협의 기본은 북측의 SOC 건설입니다. SOC를 건설해 북측의 경제가 회복돼야 조선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것입니다. 북측의 SOC 건설은 북측만의 일이 아니고 전민족의 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통일 후에 건설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총사장께서는 주축과 고리를 틀어쥐고 경제순리대로 남북경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셨지요. 주축과 고리는 무엇이고 경제순리는 무엇입니까.
“바다에 던져 넣은 그물이 있다고 칩시다. 그물을 걷어 올려 고기를 잡으려면 아무데나 잡아당기면 안 됩니다.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물코를 꿰어 당기는 ‘벼리(綱)’를 당겨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개발을 할 때도 그 정책을 펼치면 인근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을 먼저 개발해야 합니다.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부터, 파급효과가 큰 산업부터 개발해 나가는 것이 고리를 틀어쥐는 것입니다.
나만 이득을 보는 것은 경제순리가 아닙니다. 나도 이득을 보고 남도 이득을 보는 것이 경제순리입니다. 저는 이것을 공존(共存)·공영(共榮)·공리(共利)라는 ‘3공(三共) 정책’으로 정리합니다. 북과 남이 조선반도에서 공존·공영·공리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경제순리입니다. 경제협력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사업은 동부선 철도 및 서부선 철도를 연결하는 물류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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