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총선시민연대 운동(위에사진)을 통해 엄청난 성과와 함께 ‘홍위병 논쟁’이라는 강한 후폭풍을 맞았던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공명선거감시사업(아래사진) 등 캠페인성 활동을 펴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일상적인 캠페인 대신 2000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처럼 직접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 내·외부에서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후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공정선거감시운동 대신 차기 대통령 선택기준에 대해 시민운동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대세로 확산되지 않았고 대선연대는 선거자금 모니터 등 공명선거감시사업에 집중하며 대선기간을 보냈다.
#2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많은 시민사회단체, 개혁적인 사회집단들에게 이번 12월19일 선거에서 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한 연대를 정중히 제안 드립니다. … ‘저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 한마디로 도와주십시오, 연대를 합시다’라고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8일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당사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한 대목. 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있던 이날은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후보단일화협의회를 결성한 다음날이었다. 노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바닥을 치던 무렵에 나온 이 ‘공식 연대제의’는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 사이에 회자되며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단체에서는 “지지율이 계속 저조하면 선거운동기간 전에 노무현 후보 지지를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토의를 벌였다.
#3 지난 12월23일 열린 참여연대 전체간사회의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전체간사회의란 주요 현안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실무 간사진이 모두 참여해 토론을 벌이는 자리.
이날의 주제는 선거 이후 간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노무현 시대 참여연대의 운동방향’에 관한 것이었다. 전체간사회의의 대체적인 기조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정권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약체 개혁 정권인 노무현 정부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 12월28일에는 주요 시민단체의 정책담당자들이 대선결과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두고 비공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NGO학과 조희연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시간의 격론을 거치고도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한 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