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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권 연대’냐 중립이냐 시민단체의 ‘정치적’ 고민

  • 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노정권 연대’냐 중립이냐 시민단체의 ‘정치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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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난 수십년간 벌여온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다면 이번 당선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개혁과 국민통합을 이뤄낼 것이니 시민운동이 동참해주십시오… 김대중 정부 시대를 돌이켜 볼 때 인색하셨던 게 아닌가 합니다.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한 게 많은데, 나중에 고칠 수 있는 작은 문제점들만 가지고 너무 비판한 것 아닌가, 때로는 장독을 깨나 접시를 깨나 똑같이 꿀밤 한 대씩 때리는 방식의 ‘형식적 균형주의’가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소한 잘못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시오. 100점짜리는 못 되어도 60~70점 정도는 하겠습니다.”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 대통령당선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참석한 노무현 당선자의 인사말이다. 발언이 끝나자 신년하례회의 진행을 맡았던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받았다.

“시민단체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집권세력에 엄격한 잣대를 갖게 마련입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엄중한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으니까요.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협력과 칭찬을 아끼지 않겠지만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 또한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정중한 요청’과 ‘정중한 거절’이 오고 간 이날 자리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노당선자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환영한 인사가 있는가 하면 “시민운동가들이 새해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노당선자 위주로 흐른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활동가도 있었던 것. 한편 이날 노당선자의 이례적인 참석과 적극적인 ‘구애성 발언’을 두고 몇몇 신문에는 ‘시민단체의 권력화를 경계한다’는 내용의 논설이 실렸다.

“말릴 순 없지만 안 가는 것이…”



한해 사업을 준비하고 운동방향을 고민하는 1월, 시민단체들은 어느 때 보다 깊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 핵심은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볼 것이며,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 12월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위원 명단이 엄청난 관심 속에 발표되면서 토론은 더욱 활발해졌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전문가 및 교수들이 인수위에 일부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시민단체의 국정참여가 NGO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사설과 칼럼이 일간지에 실렸다.

시민운동진영이 새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시민단체 관련인사가 정부기관으로 이동하는 ‘인적 공유’와,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어젠더 설정’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당선자 측 입장은 ‘다 받아주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당선자 측의 이러한 적극적인 제스처에 대해 시민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편. 우선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과잉해석’부터 경계하는 분위기다.

인수위 각 분과 간사와 위원들 중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한 경력이 있는 인물은 일곱 명.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국민대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이은영 정무분과 위원(한국외대 교수·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본부장), 정태인 경제1분과 위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신자유주의 극복 대안정책전문가연대회의), 허성관 경제1분과 위원(동아대 교수·부산경실련 납세자운동본부장), 서동만 통일외교안보분과 위원(상지대 교수·전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 김영대 사회문화여성분과위원(개혁정당 사무총장·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다.

이들의 인수위 참여에 대한 비판에 대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인수위 각 분과 간사와 위원 중 시민운동가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김영대 위원 한 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른 이들은 상근 운동가가 아닌 ‘전문가 자문역’을 맡았던 사람들이라는 것.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조직을 대표할 만한 주요 임원이 아닌 사람, 특히 오래 전에 시민운동진영을 떠난 분들을 ‘시민단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잘못된 우려라는 반박이다.

그런가 하면 2월중에 구성될 새 정부에도 이들 전문가 그룹의 참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간사들 사이에서 “모 인사도 물망에 올랐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지 않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공식입장은 ‘개인의 자유이므로 말릴 수는 없지만 맡고 있는 직책은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시민단체는 정관에 현직 임원의 정부산하 위원회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경우는 지난 2001년 공동대표였던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의 인선 당시에도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한 바 있으며, 인수위가 “시민단체 인사들도 참여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는 ‘검찰인사위원회’에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말린다고 말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 상근자나 상징성이 있는 분들은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같은 분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라고 말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교수는 1월4일 인수위 관계자들이 자신을 방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되자 “새 정부에서 공직을 맡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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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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