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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실패 인정해야 경제가 산다

신자유주의 비판론자들의 반론

  • 글: 조영철 국회사무처 예산분석관·경제학박사 yccho@assembly.go.kr

시장의 실패 인정해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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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과연 합리적일까. 금융세계화는 인류에게 도움이 될까.
  • 지난 2001년 노벨결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부총재와 2002년 수상자인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
  •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노벨상 수상자의 공통점은 신자유주의의 기본전제를 부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었다. ‘시장만능’을 비판하는 이들이 유럽에서 각광 받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
시장의 실패 인정해야 경제가 산다

월스트리트는 과연 세계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믿을 만한 시스템인가.

현대경제학은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모두 인정한다. 시장도 불완전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 개입도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심각한 문제인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시장경제를 최대한 활용하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총론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평화는 거기까지다. 금융자유화, 주주가치경영, 노동시장 유연화, 복지제도, 민영화, 규제완화, 조세 정책 등 세부적인 사항에 들어가면 총론에 합의했던 경제학자들은 어느새 ‘시장 대 국가’라는 두 패거리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치한다. 이만큼 학문적 전선이 뚜렷한 학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신자유주의를 시장근본주의라고 비판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실패의 원인을 무턱대고 정부의 오류에서 찾는 반면 시장의 실패는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다. 경제규제를 풀고 자유화정책을 실시할 때 생기는 많은 부작용에 대해 신자유주의자들은 “너무 호들갑 떨지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야”라는 태도로 일축해버리곤 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대립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근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완전경쟁시장’이란 현실경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이론 틀일 뿐인데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를 교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 신자유주의는 틀렸다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 행태경제학 : 사람들은 생각보다 멍청하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심적인 교리 중 하나는 ‘효율적 자본시장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경제학 교과서가 전제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완벽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거래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최적 상태가 자연스레 도출되는 시장’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자본시장이라는 얘기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시장은 독과점이 생길 수 있지만 증권시장은 누구나 돈만 있으면 쉽게 진입할 수 있으니 거의 완전경쟁적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최대한 자유화를 시켜주면 시장이 알아서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말의 바탕에는 이런 전제가 깔려있다. 1970~80년대 신자유주의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멍청한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까닭이다. 자유화에 대한 이런 믿음은 80년대 금융자유화를 신호탄으로 해 기업의 구조재편이나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신자유주의 물결의 확산을 불러온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부가 손만 떼면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과연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 주식을 사고 팔까. 이 물음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이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행태경제학’이다.

행태경제학은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를 비판함으로써 자본시장 또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행태경제학의 이런 생각은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나드 케인즈에서 비롯한 것이다. 케인즈는 인간이 합리적이지만은 않다고 보았다. 즉 인간의 본성에는 탐욕, 무지, 공포, 모방 등이 섞여 있으며 이런 본성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결합하는 경우 시장은 심각한 교란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케인즈는 금융시장이 다른 시장보다 훨씬 취약해 사소한 징후에도 금융의 기초가 무너지고 다른 부문에까지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케인즈의 이런 주장은 그럴 것이라는 직관적 판단이었을 뿐 실증적인 근거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행태경제학이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몬에 의해서였다. 사이몬은 “인간이 합리적 계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고 보는 것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사람인 대니얼 카네만이 바로 사이먼의 주장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사람들의 인식과 선택에 많은 편향과 오류, 비합리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인물이다. 그의 실험연구를 살펴보자.

당신에게는 2000만원이 있는데, 다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500만원을 현금으로 받거나 아니면 1000만원을 딸 확률이 50%인 복권을 받거나.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또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3000만원을 갖고 있다. 1000만원을 잃을 확률이 50%인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500만원을 뺏겨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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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철 국회사무처 예산분석관·경제학박사 yccho@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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