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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한국도 北 압박 ‘레드라인’ 가져야 한다

6자회담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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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때 북미간에 양자접촉이 있었잖아요. 거기서 모종의 돌파구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완전히 평행선을 그어버리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이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북한은 첫째 미국이 안보 위협을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지, 둘째 북한이 핵을 폐기했을 때 미국의 후속조치는 무엇인지, 셋째 미국이 미사일이나 인권 등 다른 문제들을 들고 나올 것인지, 마지막으로 동시타결에 대한 미국의 의향을 타진했을 것인데, 결국 북한은 미국의 입장이 4월 3자회담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은 있지도 않다고 우겼고, 다음으로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나아가 3자회담에서도 하지 않았던 ‘핵 억지’라는 용어까지 쓰게 된 겁니다. 6자회담에서 일이 잘되게 하려고 마련한 북미 양자접촉으로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진 거지요.

결국 미국의 기본 입장은 ‘선(先) 해체 후(後) 지원 및 관계정상화’니까 순차적 접근을 주장했던 것이고, 북한은 동시 타결을, 양쪽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은 ‘병행’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던 겁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왜 8월 전반부에는 낙관적인 태도로 나왔다가 안보회의 뒤에 바뀌었느냐, 미국이 6자회담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했더라면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동시’, 미국은 ‘순차’, 한국은 ‘병행’이라는 해법을 내놓고 있는데,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 타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신지호 그런데 미국은 순차적 접근방식이고 북한은 동시타결 방식이라고 하지만, 북한이 내놓은 4단계 해결방안을 보면 사실상 자기들 입맛에 맞는 순차적 해결방식이거든요. 미국이 중유 공급을 재개하고 인도주의적인 식량지원을 하면 핵포기 선언을 하겠다, 핵 폐기는 맨 마지막 단계에서 하겠다는 말이거든요.



미국이 4월 3자회담 때와 비교해 바뀐 게 없었다고 하지만, 북한 또한 본질적인 변화는 없었어요. 또 핵문제를 풀어가는 순서상의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용적인 측면입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제네바 합의체제로 돌아가자고 하고, 미국은 그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두 가지 입장 사이의 내용적 차이는 엄청납니다.

윤덕민 동시냐 순차냐 아니면 병행이냐 정도의 입장 차라면 접점이 마련될 수 있겠지요. 문제는 본질적인 데에서 양자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본질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문제는 시간적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2차 회담 정도는 열릴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조기에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그 모멘텀은 뭐냐, 결국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언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인데, 사실 북한은 의장국 발표문 작성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의장국 발표에서 나온 ‘추가적 상황악화 금지’ 조항은 단순히 나머지 5개국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거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 활동의 동결입니다. 1993년 미북간 고위급 회담 때도 그랬고 미사일 모라토리엄이 나올 때도 그랬지만, “회담 중에는 그런 활동을 동결한다”는 전제하에서 협상이 진행됐었습니다. 6자회담이 앞으로 2차 또는 3차 회담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북한으로부터 핵 활동을 동결한다는 선언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회담이 조기 좌초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그런 합의가 도출되면 6자회담이 순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봅니다. 최소한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협상 국면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보상의 우려를 해소해주면 북한이 과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난 20년간 북한의 협상 내용을 볼 때 저는 이 점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항상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 즉 미북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합의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그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도 불가침조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전제조건인지 의문을 갖게 되고, 오히려 북한 자체가 아직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 선택을 하지 못한 상황이 아닌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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