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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현대판 茶母’들의 맹렬 활약기

조폭 잡는 주부 형사, 시체 들쑤시는 처녀 형사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현대판 茶母’들의 맹렬 활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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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위의 활약상은 2000년 양천서 강력2반장 시절에도 발휘됐다. 날로 늘어가는 여성 피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그해 양천서는 여형사 4명과 남형사 2명이 한 팀을 이룬 강력반을 조직했다. 박경위는 대낮 버스정류장에서 여대생을 상대로 벌인 강도강간 사건, 아파트 복도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강도 행각을 벌인 피자 배달원 사건 등을 해결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일명 ‘대포폰’을 이용해 ‘즉석 윤락’을 한 업주, 윤락녀, 남성 고객 60여 명을 한꺼번에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박경위의 사건 해결 실적은 양천서 내에서 단연 1위였다.

172cm의 훤칠한 키에 늘씬하면서도 단단한 체구를 지닌 박경위는 체력단련을 위해 여러 가지 운동을 꾸준히 배워오는 등 자기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다. 다이빙, 스쿼시, 마라톤, 스쿠버다이빙, 스키 등은 이미 마스터한 종목이고 요즘에는 두 달째 권투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검찰에 범인 넘기는 짜릿한 기분

외사과나 보안과, 마약반과 같은 결찰 내 부서에 여경을 수사인력으로 배치하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시행됐다. 이들 수사 분야의 특성상 여자 수사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박미옥 경위는 보안과에서 여자대학 대공업무를, 강순덕 경위는 마약반에서 여자 마약운반책 검거 등을 맡아왔다.

그러나 폭행, 강도,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를 다루는 형사당직반과 강력반은 여경들에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 495명의 여경이 형사당직반과 강력반이 속한 형사계에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로 외근 및 수사업무를 하는 여형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사건이 워낙 거칠기도 하지만, 사나흘에 한 번씩 당직이 돌아오고, 살인사건 등 대형 사건이 터지면 밑도 끝도 없이 비상이 걸리기 때문에 여경, 특히 기혼 여경이 근무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강력계 여형사가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특진하는 등 형사당직반이나 강력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형사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이인영(29) 경장(현 형사관리계)이 그런 경우. 이경장은 2001년 해골과 치아만 남은 변사사건이 발생하자 수백 명의 실종자 가족들과 접촉하며 치아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변사자의 신원을 확보, 마침내 범인을 검거했다.

이경장은 “강력반 형사라고 해서 범인들과 항상 몸싸움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흉악범을 검거할 때는 여러 형사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며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여형사가 기여하는 부분도 크다는 것.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이경장도 태권도 3단, 유도 1단의 무술실력을 갖추고 있다.

“남자 형사들과 함께 일하는 게 힘든 점도 있어요. 함께 잠복을 하는데 화장실 갈 일이 급하면 참 난감하죠. 반면 남자 형사와 여형사가 함께 다니면 데이트하는 줄 알고 의심도 덜해요. 시체가 무섭지 않냐고요? 저는 귀신이 더 무섭던데요, 하하.”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주부, 소방공무원의 아내, 맏며느리…. 이러한 ‘악조건’을 지니고도 형사1반에서 ‘넘버3’ 역할을 수행하는 여형사가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 조은희(34) 경장이 그 주인공. 조경장은 “부부가 물불 가리지 않고 살고 있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조경장은 경찰이 된 지 6년 만에 형사당직반 ‘티켓’을 얻어냈다. 상사들이 “어디에서 근무하고 싶으냐”고 물을 때마다 “형사반에 가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행정직이나 민원실 등에서 근무했지만, 고소·고발된 사기사건이나 횡령사건 등을 취급하는 조사계에서 수사업무를 맡으면서 사건 처리의 ‘희열’을 느끼게 됐던 것. 조경장은 “피의자 신병과 서류가 검찰로 송치될 때 기분이 가장 좋다”고 했다. 형사계 홍일점인 조경장은 조직폭력배 검거 현장에서 ‘동네 아줌마’ 역할을 맡아 범인들의 혼을 빼놓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여중생 폭력배 사건’. 학교 친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고 구타한 여중생 4명을 검거했는데, 대부분 부모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그중 한 아이는 재혼한 아버지를 대신해 초등학교 1학년짜리 남동생을 기르고 있었다. 검거되던 날, 이 아이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사서 나오는 중이었다.

“남자 형사들 없는 곳으로 데려가 혹시 성폭행을 당한게 아닌지 확인하고 몸조리하는 법을 일러줬어요. 워낙 배가 고프다 보니 친구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같은 걸 사먹었더라고요. 그래서 컵라면, 빵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성당을 알려줬어요. 정 갈 데 없으면 거기 가서 놀라고…. 이렇게 마음이 고픈 아이들에겐 처벌이 최선책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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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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