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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럼

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틀린 것 또 틀리고 멋대로 첨삭까지

  • 글: 리동혁 在中 자유기고가

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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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동한(25~220년)시대의 청동 기병대

당연한 일이지만 이문열 ‘삼국지’의 오류들이 황석영 ‘삼국지’에서는 바로잡혔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 보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꼽아보면 오류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존 한글 ‘삼국지’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 장비가 술상에서 조표라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니 조표가 사양한다. 이문열씨는 조표의 말을 이렇게 옮겼다. “저는 천계(天戒)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이문열판 3권 60쪽)

원문을 보면서 그대로 옮긴 것이다. 천계가 무언지 잘 모르더라도 이해에 불편이 없다. 그런데 황석영 ‘삼국지’에서는 이전에 나온 한글 ‘삼국지’의 ‘하늘에 맹세한 일이 있어서 술을 안 먹겠다’는 오류를 되풀이했다. “이 사람은 하늘에 맹세한 일이 있어서 술을 먹지 못하겠소이다.”(황석영판 2권 58쪽)

사실 이 경우 ‘천계’는 선천적으로 어떤 기호(嗜好)가 금지됐다는 뜻이다. 그러니 조표는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아 사양한 것이다. 황석영씨의 책에서 장비는 대번에 욕을 퍼붓는다. “이런 죽일 놈 같으니라고. 술을 안 먹겠다고?”(2권 58쪽)

그 점에서는 이문열판 역시 마찬가지다. “죽일 놈 같으니라고. 어찌하여 너만 홀로 마시지 않겠단 말이냐?”(이문열판 3권 60쪽)



원문을 제대로 옮기면 장비는 ‘싸움하는 사나이(?殺漢)가 어찌 술을 마시지 않는가’ 하며 술을 권한다. 반박하기 어려운 술꾼의 논리다. 술상의 룰이란 나름대로 있게 마련이고 장비도 술상에서 술을 권하는 방법대로 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싸우는 사나이’가 양쪽 다 ‘죽일 놈’으로 변했다. 이 두 마디가 사소한 듯하지만 사실 장비를 난폭한 무뢰배로 만들고 또 조표는 맹세를 어긴 비겁한 자가 됐다.

기존 판본을 답습한 오류 가운데 ‘때때로, 무시로, 수시로’라는 뜻을 가지는 ‘부스(不時)’가 ‘불시에’(7권 7쪽)로 바뀌거나, 남쪽의 흙산이란 뜻의 ‘난부(南阜)’가 느닷없이 양쪽 언덕이 되기도 한다. 조조가 원소의 장수 문추(文醜)와 싸우다가 형세가 위급해지자 군사들을 높은 곳으로 피하도록 하는 장면이다. “조조는 채찍을 들어 양쪽 산언덕을 가리키며 말했다.”(황석영판 3권 33쪽). 이문열 ‘삼국지’에는 “문득 채찍을 들어 양쪽 언덕을 가리키며 말했다”로 되어 있다.

원전의 주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두 번째 유형은 기존 한글판들의 문제점을 의식하고 고치려다 새로 만들어낸 오류들이다. 조조에게 포위된 관우가 잠시 항복하겠지만 이후 반드시 유비에게로 돌아가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니, 조조가 주저한다. 관우와 친한 장요가 조조를 설득한다.

“명공께서는 예(豫), 양(襄) 땅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유현덕이 운장에게 베푼 것은 그저 두터운 은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승상께서 이제 다시 두터운 은의로 그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운장이 어찌 승상을 따르지 않겠습니까?”(이문열판 4권 59쪽)

어딘가 앞뒤 맥락이 이상한 이 문장은 사실 전국시대의 이름난 자객 예양(豫讓)을 ‘예와 양 땅’으로 잘못 푼 것이고, 보통 사람이라는 뜻인 중인(衆人)을 ‘사람들’로 옮겼으며, 국사(國士)는 빼먹었다. 이는 이미 필자가 ‘삼국지가 울고 있네’에서 지적한 바 있다.

원문 ‘치부원위랑중런궈스즈룬후(豈不聞豫讓衆人國士之論乎)?’를 알기 쉽게 풀어쓰면 이러하다.

“저 옛날 예양(豫讓)이 남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보답도 달라진다고 논한 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자기를 보통 사람으로 대하면 보통 사람 정도로 보답하고, 자기를 특출한 인재로 대하면 특출한 인재답게 보답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민문학출판사본에는 이 대목에 주해가 붙어 있다. “예양은 전국시기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임금(國君)이 중인(衆人, 보통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나를 대하면 나도 보통 사람의 태도로 그에게 보답하고, 만약 그가 국사(國士, 나라의 특출한 인재)를 대하는 태도로 나를 대하면 나도 국사의 태도로 보답하겠다.”

주해만 보아도 그 뜻은 분명하다. 그런데 바로 그 인민문학출판사본에 근거했다는 황석영의 ‘삼국지’가 원전과는 거리가 있다. “승상께서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대접과 국가적 인물에 대한 예우가 다르다던 예양의 말을 못 들으셨습니까?”(3권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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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동혁 在中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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