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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SK 100억 ‘거래’ 막전막후

지지율 역전, 그래도 SK는 ‘풀 베팅’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eu@donga.com

한나라·SK 100억 ‘거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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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은 ‘뻗치기’ 전략으로 돌아섰다. SK비자금 외 대선자금 문제는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재주껏 찾아내 보라”는 것이다. 비자금 100억원을 주고받은 SK와 한나라당의 속사정,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공개 거부로 돌아선 배경을 추적했다.
한나라·SK 100억 ‘거래’ 막전막후
새벽 3시 탤런트 출신의 재벌가 며느리 고현정씨가 1억7000만원짜리 포르쉐 승용차를 타고 대리 운전사라는 남자와 함께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한강 둔치에 갔다가 승용차를 도난당한 뒤 되찾은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듣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특검을 해야 될 이유가 너무 많다. 한나라당은 즉각 특검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 이영로씨’→(후원회장인 것 증명 안 됐다)→‘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역할을 한 이영로씨’→(너무 길다)→‘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고교 선배 이영로씨’→(고교 선배 중에 동명이인 있으면…)→‘부산 거주 이영로씨’→(지금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인 이영로씨’→ (이걸로 합시다)…. 최도술씨 비리관련 특검법안 문구를 놓고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가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장면은 강금실 법무장관의 웃음소리와 함께 TV로 중계됐다.

모 방송 여론조사결과 특검법은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 측근 관련 특검법은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이 성사된다 해도 ‘SK 100억원 원죄’는 그대로다. 한나라당은 SK 100억원을 먼저 고백하지 않았다. 끝까지 잡아뗐다. 첫 번째 실망이었다. 이후에도 검찰출두 등 ‘사소한 사안’을 두고 검찰과 티격태격했다. 두 번째 실망이었다. 이어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하…아니, 취소. 취소”라고 했다(11월6일). 세 번째 실망이었다.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SK 이외 기업에선 불법 대선자금을 안 받았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같은 주장. “검찰이 재주껏 찾아내 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다른 기업이 준 비자금을 검찰이 더 밝혀낸다면 한나라당은 아마 또 사과할 것이다. 검찰이 못 찾아낸다면 한나라당은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검찰과 내기를 하고 있다. 이회창그룹도 최병렬그룹도 이심전심인 듯하다. 왜 한나라당은 이런 결정을 했을까.



삼각지에서 차 돌린 최대표

2003년 10월초 들어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여의도연구소장)은 자주 사색에 잠겼다. 그의 생각을 사로잡은 주제는 ‘지지율 30%’였다.

‘임기 초반 지지율 30%를 견뎌낼 재간이 있는 대통령은 없다. 더구나 측근 장관은 해임되고, 쓰고 싶은 사람은 인준 부결되었으니 노무현 대통령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언론은 적대적이고 국회는 특검을 하겠다며 고삐를 조여오고 있다. 노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뭔가를 계획하고 있을 텐데…그게 뭘까.’

10월10일 노대통령은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의혹과 관련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윤의원은 무릎을 탁 쳤다. 대통령공보수석 출신으로, 청와대 생리를 잘 안다는 그도 미처 생각지 못한 전격적 카드였다.

“최병렬 대표에게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려고 했다.”

윤의원의 말이다. 같은 시각, 최대표는 국방부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용산 삼각지까지 갔다가 재신임 발표를 접하고는 차를 돌려 여의도 당사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최대표는 차안에서 한 당직자와 통화를 했다. “노대통령이 말을 번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가 올라왔다고 한다. 윤의원과는 정반대 건의였다. 최대표는 당사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국민투표가 재신임 방안”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눈 펑펑 올 땐 쓸지 말라”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투표의 늪’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결국 국민투표가 성사되지 않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원점으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그 사이 정국주도권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연이어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100억원 수수라는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윤의원은 “재신임카드를 꺼낼 때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패키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검찰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한나라당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었다.

SK 사태가 터지자마자 윤의원은 최대표를 찾아갔다. “대선자금 전모를 모두 공개하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최대표는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대표는 11월13일 TV토론 발언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최대표는 “100억원 이외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연성만 갖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플러스 알파’의 존재를 암시했다. 그러나 최대표는 “대선자금을 공개 하려 노력했으나 당시의 극소수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악할 능력이 없다”며 공개 불가를 밝혔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이 자주 쓰는 표현대로 “눈이 펑펑 올 때는 쓸지 말고 그냥 맞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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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e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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