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초 정부목표인 5% 성장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한편 9월말 현재 실업자 수는 73만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2만5000명이나 증가하였다. 대졸 이상 실업자도 23만명에 이른다. 대학 졸업생의 40%만이 취업에 성공하는 현실에서 아예 졸업을 연기하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대기업 및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IMF환란 이후 최악의 대량 감원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KT는 5000여 명을 명예퇴직시킨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은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폭등하여 민심이 흉흉해지는 등 사회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1년 이후 전국 주택가격 평균상승률은 30%를 넘는다. 서울 강남에서는 6억원 이하의 30평대 아파트를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일반 소비자 물가도 정부 억제선인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일부 농작물을 중심으로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상기후로 인해 쌀 생산량도 198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4%로 떨어져 세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다. IMF환란 이후 퇴직한 금리 생활자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측근 비리까지 터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급기야 재신임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집값은 뛰고 소비는 줄어들고
물론 이 모든 것이 현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다. 많은 부분은 국민의 정부나 그 이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서 미숙한 정책운용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부분도 상당하다.
먼저 물려받은 부분부터 살펴보자. 1997년도 외환위기의 주범은 기업의 부실이었다. 당시 외국금융기관들은 일제히 국내금융기관으로부터 대여금을 회수하려 했다. 국내기업의 부실이 심화되자,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고 경제운영도 IMF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조속한 자금회수를 위해 IMF는 새로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 대해 거시적으로는 초긴축정책과, 미시적으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강요하였다. 이 결과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둔화되었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로 반전됨에 따라 대외부채와 외환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 후 국민의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가계부문에서 찾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개인의 신용카드 사용한도 제한을 완화하여 가계소비를 증대시키는 방안을 도입했던 것. 기업에 대한 부실 대출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들도 대출대상을 가계로 돌렸다. 이에 따른 소비수요의 증가로 우리 경제는 다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신용카드회사의 자산건전성 감독을 강화했고 신용카드사들은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결국 현재의 소비감소는 국민의 정부 당시 과도한 내수부양에서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가 부진한 데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들어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과 대비해 절대액이 감소하고 있다. 기업가는 불확실한 미래의 수익을 위해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를 한다. 그러니 불확실성이 증대되면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불과 8개월 사이에 국내경제 환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혼란스럽다.
첫째는 노동문제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사회 일각에서는 노동자 편향적인 정책에 대한 걱정도 많았지만, 역설적으로 노동계의 협력을 이끌어내 이를 기반으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화물연대파업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정부의 원칙없는 대응으로 인해 노사분규는 더욱 악화되었다. 심지어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들이 법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후 철도파업에는 보다 단호하게 대응하였으나 이미 혼란에 빠진 노사관계는 쉽게 회복되기가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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