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유명 역학자들이 말하는 2004년 한반도 國運

“남·북 모두 逆謀의 기운, 경제는 호전”

  • 글: 안영배 동아일보사 출판기획팀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3-12-29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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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마디로 말해 올해 한반도의 국운이 그리 밝지 못하다.
    • 유명 역학자들의 예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선 등으로 인해 정치 및 사회가 무척 혼란스러워지고,
    • 북한은 핵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전쟁에 준하는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한다.
    • 2004년 한반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유명 역학자들이 말하는 2004년 한반도 國運
    2004년 갑신(甲申)의 해가 밝아오고 있지만, 한반도에 흐르는 기운은 그다지 편치 않아 보인다. 한반도의 남쪽은 난마처럼 얽힌 정쟁과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고, 북쪽은 북쪽대로 핵 사태와 관련해 주변 열강의 불신과 의혹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자칫하면 한반도에서 이라크전쟁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과연 2004년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국에서 역(易)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60갑자로 2004년(甲申)과 그 이듬해인 2005년(乙酉)에 걸쳐 나타나는 ‘금(金) 기운’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목(木) 기운’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금 기운이 매우 왕성한 해에는 예외 없이 국가적인 불행한 사태를 겪었고, 내년이 바로 그런 해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반도는 음양오행 이론으로 ‘목(木)의 나라’라고 불린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 혹은 ‘동방 은자의 나라’라 일컫는 것도 사실은 목의 성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목 기운은 금 기운을 만나면 금극목(金剋木 : 쇠가 나무를 부러뜨림)의 원리에 의해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2004년처럼 강한 금 기운에는 피해의 강도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음양오행론으로 동양의학을 설명하는 의명학(醫命學)의 주창자인 정경대 박사(세명대 한의대 겸임교수)의 말이다.

    그는 또 갑신년에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인 1884년의 갑신정변과 비슷한 사태가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예언한다. 갑신정변은 구한말 시기 김옥균, 박영효 등 급진개화파 세력이 혁신정부를 세우려 했다가 3일 만에 실패한 정변을 말하는데, 당시 조선은 이로 인해 내우외환의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굳이 동양철학적 풀이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정치학자들은 구한말 당시와 현재의 국내외적 상황이 너무나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3일 천하의 쿠데타적 상황 혹은 전쟁과 같은 참극이 다시 한반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국판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의 출현

    먼저 가장 극적으로 2004년 한국의 미래를 묘사하는 것으로 ‘송하비결’이라는 예언서를 꼽을 수 있다. 조선 헌종 때 김씨 성을 가진 송하옹(松下翁)이란 도인(道人)이 조선조 말부터 2010년대까지 120여년간의 세상 운수를 2800여자의 사자성어 형태로 예언했다는 이 비결서는 2003년 출간 후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비결서의 속성상 그 진위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매해 한국과 세계의 운명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이른바 ‘한국판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라 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송하비결’은 2004년의 우리 국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송하비결’을 현대적으로 해석, 풀이해 세상에 공개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황병덕(黃炳悳·50) 박사는 “송하옹이 남긴 비결에는 여러 판본이 있으며 현재 이 모든 자료를 취합해 검증과 재해석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책에서 미처 싣지 못한 2004년의 미래를 ‘신동아’ 독자들을 위해 공개했다.

    황박사가 제공한 예언 자료에는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라도 되는 듯 한반도 상황이 역동적으로 묘사돼 있다. 그 예언의 ‘대본’ 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장면①(장소 : 남한, 때 : 4월 총선 이전)

    [푸른 원숭이 해(甲申년을 가리킴)에는 나라의 일이 어지럽고 요란스럽게 되리라(國事擾擾).]

    해설(황병덕, 이하 동일) 이것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 특검제 실시, 대선자금 수사, 대통령 재신임 문제 등으로 여야 상호 비난이 가중되고, 북한 핵문제가 점차 위기로 치달아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둘러싸고 정치권 및 사회가 매우 어지러워지는 것을 시사하는 말로 보인다.

    [제후를 세워 행사하게 되리니(建公行旅), 김씨 이씨 박씨 등이 거론되도다(金李朴云). 군자는 잘 피하고(君子善避) 소인은 아직 물러나지 않도다(小人未退).]

    해설 ‘건공행려’는 주역의 뇌지예(雷地豫) 괘에서 나온 말로 군주가 각 지방을 다스릴 제후를 봉하고 군대를 정비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대통령이 사회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개각 차원에서 인재를 구하거나, 또는 4월 총선에 출마할 인재를 천하에서 구하려 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후보로 여러 사람들이 천거되는데, 식견 있는 사람들은 입각이나 국회의원 공천 등을 사양하고 무능력하고 욕심 있는 사람들은 물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하나 소인(小人)이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보인다. ‘송하비결’에 나오는 소인 개념은 민족적 자부심이 강하고 개혁의지도 강하지만, 한반도 주변정세를 정확하게 분석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들을 총칭하는 용어다.

    장면②(장소 : 북한, 때 : 하반기)

    [형혹성이 기성을 범하리니(熒惑犯紀) 북쪽 문에서 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北門未順) 누런 용이 여의주를 얻으리라(黃龍得珠).]

    해설 형혹성(熒惑星)은 화성(火星)을 일컫는 말로 재화 및 병란의 징후를 보여준다는 별 이름이고, 기(紀)는 목성(木星)의 또 다른 이름인데 차고 이지러짐(盈縮)과 머무는 것으로 한 나라의 명운을 살펴볼 수 있는 별이다. 따라서 형혹성이 목성을 범했다는 것은 한반도에 병란이 닥칠 것을 예시하는 말이다.

    ‘송하비결’의 형혹범기(熒惑犯紀) 현상은 동양천문 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아니라 실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현상이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현대 천문 프로그램으로 추적해보면 2004년 9월29일 처녀좌 앞에서 목성, 화성, 수성, 태양이 한 점으로 만난다. 100여년 전에 기술된 ‘송하비결’이 미래의 천문현상까지 밝혀놓았고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추적해본 결과 들어맞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 북문미순(北門未順) 문구는 북한이 미국과의 핵문제 협상에서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북한 체제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북한 경제지원, 북한 핵 검증방식 및 핵 폐기 시기 등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 최종안에도 북한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황룡득주(黃龍得珠) 문구는 중국을 의미하는 황룡이 원하는 대로 뜻을 이뤄준다는 여의주(如意珠)를 차지한다는 것인데,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 대치상황에서 중국이 중대 역할을 할 것임을 의미하는 말로 보인다.

    장면③(장소 : 남한, 때 : 4월 총선)

    [팔방에서 소리가 토해지리라(八方聲吐) 계림(신라의 다른 이름)이 백제를 침범하여(鷄林侵百) 황산벌에서 힘써 싸우리니(黃山奮鬪) 계백이 뜻이 어그러짐에 눈물을 흘리리라(階伯悖泣) 가야가 머리를 돌리니(伽倻回首) 바다의 용이 무리를 일으키리라(海龍起豆).]

    해설 사방팔방으로 나라 전체가 총선 때문에 시끄러울 것이다. 경상도(계림) 출신 노무현 집권당이 충청·호남(백제) 지역을 공략하는데, 호남·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총선에서 온 힘을 다해 싸우나 결국 참패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를 좀더 상세하게 분석하면 자민련이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집권당에게 패배한다는 것이다. 경남지역(가야)은 노무현 집권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고 부산지역(海龍) 역시 무리를 지어 노무현 집권당을 지지할 것이다.

    장면④ (장소 : 한반도, 때 : 총선 후)

    [무왕의 도로써 혁명을 일으키도다(武道革命) 반드시 병란의 화가 미치게 되리라(兵禍必至)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서민들이 마른 나무처럼 되리라(不然民枯) 세월이 지날수록 악한 질병이 만연하리라(歲行惡疾).]

    해설 (남한은) 4월 총선에서 선전한 후 각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데, 특히 무도(武道)는 군사·국방 관련 정책 제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무도에서의 ‘무(武)’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인 무(武)와도 우연하게도 겹치는 것도 흥미롭다. 혁명(革命)이란 단어는 극히 과거의 것을 혁파하고 새롭게 고친다는 의미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다. 따라서 무도혁명(武道革命)은 한·미 군사동맹관계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한미연합사 존폐 문제,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 등에 관한 변혁적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보인다.

    그런데 그 결과 반드시 한반도에서 병란의 화가 발생할 것이다. ‘병화필지(兵禍必至)’ 문구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 대결, 동북아 지역패권 향방을 둘러싼 미·중간 전략적 경쟁 등으로 한반도에 반드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송하비결’에서는 병화필지의 인과 관계로 무도혁명(武道革命)을 꼽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경제불황으로 인해 매우 고달플 것이다.

    이 비결서 다음으로는 황인종(중국과 일본 등)과 백인종(미국 러시아 등)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군대를 파병하는 등으로 전쟁을 암시하는 듯한 무서운 문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국내의 일부 예언자들은 2004년에 우리나라의 국운이 험악하긴 하지만 전쟁이 발발할 정도로 극한적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기자 주).

    장면⑤ (장소 : 미국 백악관, 때 : 미국 대통령선거 전후)

    [큰 양(미국)이 원숭이를 만나는 해에(巨羊遇猿) 큰 사람은 보물을 줍지만(大人?寶) 소인은 보물을 빼앗기리라(小人被奪) 미국의 우두머리가(巨羊首魁) 장차 횡액을 당해 죽으리라(將亡橫厄) 멀리서 엿보다가 화살을 쏘니(遠窺射矢) 패악스러운 큰 왕이 죽도다(去悖巨王) 흰 집 대문 안 정원에서(白屋門庭) 장례 행렬이 문을 나서려고 하는 때(出門喪時) 흉적이 들어와 어흥 하고 범소리를 내리니(凶賊入?) 덮인 구름이 개지 않더라(蒙雲不開).]

    해설 미국은 원숭이띠인 갑신년에 도량이 넓은 사람이 힘 안들이고 쉽게 대통령(보물)에 당선되지만, 도량이 좁은 사람은 패배한다. 미국의 대통령(현직 대통령 부시인지 아니면 2004년말 선출되는 새로운 대통령인지는 불분명)은 장차 뜻밖의 횡액을 당해 죽는다. 멀리서 기회를 엿보다가 화살(총)을 쏘는 주체는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등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앙심을 품은 이슬람 세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패악을 저지른 미국 대통령이 죽는다. 백악관 정원에서 장례식이 행해지는 즈음에 테러범이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니 국제 정세가 혼미를 거듭한다.

    이렇게 ‘송하비결’을 해설한 황병덕 박사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건은 곧바로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송하비결’을 남긴 주인공 송하노인이 철저하게 한국, 그것도 남한을 중심으로 예언했으며 다른 나라의 경우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의미 있는 것을 추출해 서술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무튼 ‘송하비결’의 2004년 한반도 운세는 지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100여년 전 무명의 한 예언자가 남긴 말을 100% 수용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가 남긴 예언이 ‘격암유록’이나 ‘정감록’처럼 가탁(假託)되거나 후대에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송하노인의 비결서는 원문은 소실된 채 필사본으로만 전해져내려오기 때문이다.

    국운 진단하는 기문둔갑

    유명 역학자들이 말하는 2004년 한반도 國運
    ‘송하비결’을 검증해보기 위해 기문둔갑(奇門遁甲)으로 국운을 살펴보기로 했다. 역사적으로 기문둔갑은 국왕과 같은 정치인들에게는 치정의 미학으로, 장수와 같은 군사 전문가들에게는 용병의 무경(武經)으로 이용돼온 술수학(術數學)이다. 이를테면 군주는 천문의 변화, 사직의 위험 여부, 자신의 정치적 변수 등을 기문둔갑을 통해 점쳐왔고, 전쟁시에는 병법가들이 적의 동태와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기문전법을 채택했다는 것.

    이러한 기문둔갑은 사람이 태어난 때의 기운을 살피는 사주팔자처럼 특정한 시기를 음양오행으로 치환한 뒤 모두 9개의 궁(宮)에 배속시켜 자신과 상대방의 운을 파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마치 난해한 수학방정식을 푸는 듯해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대중화되지 못했다.

    경희대 사회교육원에서 기문둔갑을 강의하고 있는 손혜림(민강기문명리원 원장)씨는 “기문둔갑은 개인뿐만 아니라 매년의 국운을 살펴보는 데 있어 뛰어난 적중률을 보였다”고 말하면서 2003년의 경우 기문둔갑은 다음과 같았다고 전한다.

    “남한의 국도(國都)인 서울이 자리잡은 궁에 두문(杜門) 유혼(幽魂)이 찾아오므로 앉은뱅이 용쓰듯이 뜻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는 형상이다. 간사스런 신하가 임금의 무능함을 틈타 전횡하니 세상이 어지럽겠다.

    남한의 운은 패란격이라 할 수 있다. 역모와 위계질서 문란, 피지배계층의 저항 등 험난한 기운이 강하다. 다행히 공식적으로 올해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옮겨가므로 역모의 기운은 이것으로 해소될 수 있겠으나,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적 부조리를 일으킬 경우 국민이 절대 좌시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상이다. 제3세력이 나타나 어떠한 행동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남한이 싫어 떠나는 국민들도 적지 않겠다.

    경제면으로는 금리나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널뛰듯이 심하게 요동치겠다. 올 한해는 남한의 재력(財力)이 정체불명의 곳으로 흘러갈 상이니 새 정부의 대외관계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재력이 춤을 추는 때는 사업에서는 무책이 상책이다. 다만 복권이나 증권 등 횡재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겠다.”(‘주간동아’ 2003년 2월27일자 참조)

    이렇게 1년 전에 남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춘 기문둔갑은 2004년의 국운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손씨는 우리나라 국운을 추출할 때는 3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한다. 먼저 천하국(天下局 : 전세계의 동향)을 살펴보아 동북방에 속하는 한반도의 기운을 추출해보고, 둘째는 한반도국의 지표를 살펴보는데 남북한이 분리돼 있으므로 서로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며, 마지막으로 남한 자체의 운수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다음은 손씨의 해설이다.

    천하국(제1변국)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전쟁이 여전히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므로 천하국에서 그 징후를 살펴보면 2004년에도 강력한 살기(三形殺)가 뻗어 있다. 특히 신하가 군왕에 대항하는 형국이라서 미국에 대한 이라크의 저항이 계속되고, 칼과 검이 부딪쳐 피를 보고 목숨이 끊어진다는 뜻의 경문(景門)과 절명(絶命)의 자리에 미국이 위치해 있으므로 인명 피해 또한 속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천하국에서 동북 간방(艮方)에 해당하는 한반도의 경우 패란격이 형성돼 있으므로 역모(逆謀)의 기운이 진동하고 금(金)과 목(木)이 상충하고 있어서 매우 시끄러운 형국이다.

    한반도국(제2변국) 남한의 수도는 서울에 있으므로 경기도에 해당하는 이궁(離宮) 자리가 남한의 기운이고, 평안도에 해당하는 태궁(兌宮) 자리가 북한의 기운이다. 먼저 남한의 기미를 보면 귀(鬼)에서 금과 목이 충돌하고 있으므로 정치권에서 대단한 변동수가 발생할 것이다. 4월 총선에서 많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 또한 불안하고 위험한 변동이라 하겠다.

    북한의 기미를 보면 재물을 뜻하는 재(財)에서 자형(自形)과 형격(形格)이 나타나 있으니 경제적인 문제로 매우 고심할 상황이다. 또한 경제문제로 다툼도 있을 상이다. 특히 2004년 여름에는 수기가 왕성해 북한에 비가 많이 내릴 것이다. 북한 내부의 권력층에서 심한 변동수가 보이므로 최고위 실력자에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기미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던 1994년에도 나타났던 적이 있다.

    남한국(제3변국) 남한은 제1변국인 천하국에서 역모를 꾀하는 패란격이 보였는데, 다행히 총선에서 여야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임으로써 액땜을 하게 될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세력을 비교해보면 2004년은 전반적으로 여당의 세력은 보이지 않고, 야당의 세력만 나타나 있으니 여소야대의 현상은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4월 총선에 즈음해 갑자기 만만찮은 여당의 세력이 나타나니 여당 쪽에서 남모르는 묘수를 발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야당에는 협조세력이 나타나나 여당의 협조세력은 보이지 않으니, 여당은 내부 문제로 시끄러울 것이고 민심을 얻는 데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상충 작용에 의해 재물이 깨어지는 상황에 있지만 지도층이 아닌 민간인들 사이에서 그것을 만회하려는 기운도 엿보이니 어느 정도의 경제 회생은 가능하리라고 전망된다. 노동자를 상징하는 손(孫)에 휴문(休門)이 나타나 있으니 실직과 실업 문제는 여전하겠지만, 7, 8월 하반기부터 경제가 점차 나아질 것이다.

    물에 해당하는 기운이 재물을 키워주고 있으니 해양수산업, 선박 물류업, 조선업 등 물과 관련한 산업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 부동산을 상징하는 효수(爻數)가 여전히 극을 당하고 있으니 현재의 부동산 억제 정책은 2004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3000년 주기 시작되는 시련의 첫해

    결국 ‘송하비결’이나 기문둔갑은 2004년에는 남북한이 모두 길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주역’을 비롯해 동양의 역철학을 연구·강의하고 있는 이오학당의 원준희씨 역시 “주역의 괘상(卦象)으로 볼 때 서기 2004년은 3000년의 새 주기가 시작되는 시련의 첫 해”라고 규정한다. 원씨의 이어지는 말.

    “갑신년은 주역의 사대 난괘(四大難卦)의 하나인 감괘(坎卦 : 29번째의 괘)에 해당한다. 감괘 3효(爻)에는 ‘오고 감에 구덩이와 구덩이며 험한 데에 빠지니 쓰지 말라’고 씌어 있다. 조용히 제 분수를 지키고 가만히 있어야지 함부로 날뛰면 더욱 곤궁해질 뿐이라는 뜻이다. 이런 때는 큰일을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일에 만족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다.”

    아무튼 역의 창시자가 후세를 경계한 첫 해인 갑신년은 하늘의 운행법칙인 천도(天道)가 3000년 변화의 주기를 시작하는 첫 해이므로 극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환절기에는 사람이 감기에 걸리기 쉽듯이 극변의 시기에는 각종 재난과 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질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시기에는 남북으로 나누어진 우리나라의 경우 동서간 분열이 더 심화되고 계층간 갈등과 대립 역시 더욱 극심해져 혼란의 열병이 터질 수 있다는 게 원준희씨의 예측이다. 게다가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강대국도 한반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로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자기 주장대로만 한반도 상황을 이끌어가려 할 것이며, 중국과 일본 역시 자신의 국가 이익을 위해 담합할 것이라고.

    이때는 우리가 스스로 자중하며 국민적 단결을 꾀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004년만이라도 남북한이 동류의식으로 화합하고, 동서가 지역 분쟁을 잠시라도 접어두며, 사용자나 근로자도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함으로써 외부의 위험한 상황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묘미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원씨의 2004년 국운 풀이다.

    한편으로 남북한 중 갑신년의 살기로 더욱 심각하게 타격을 입는 쪽은 북한이 될 것이라는 이색적인 예측도 있다.

    “1950년 경인(庚寅)의 해에 발생한 6·25전쟁은 하늘 기운(庚 : 오행상 金)이 땅 기운(寅 : 오행상 木)을 억압한 형국이라서 지리적으로 위에 있는 북한이 아래에 있는 남한을 공격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4년 갑신(甲申)의 해는 땅 기운(申 : 오행상 금)이 하늘 기운(甲 : 오행상 木)을 억압하는 형국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남한이 북한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던 외교적 힘의 논리가 반전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남한의 물자와 사람이 물밀듯이 북한으로 이동해갈 것이며 그로 인해 북한 집권층은 반기를 든 세력에 의해 권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크고 작은 쿠데타가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를 60갑자 이론으로 설명하는 정경대 박사의 말이다. 다른 역학자들도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 상황을 겪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북한에 정치적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북한의 실권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상에 커다란 변동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4년 김정일 위원장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먼저 이오학당의 주인 원준희씨는 “북쪽의 지도자 김정일의 경우 2003년부터 맞이하기 시작한 5년의 악운(惡運)중에서 결정적으로 어려운 한해가 2004년 갑신년인데, 이때에 실제적인 권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또 “하늘의 때가 불길해서인지 남쪽 지도자의 운도 그다지 밝지 못한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봄과 가을에 각기 한번씩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일을 겪을 운”이라고 말했다.

    남북 지도자의 운명

    국제의명연구원의 정경대 박사는 “몇해 전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있을 당시 조선족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생년월일을 입수해 분석해본 적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태어난 시를 알 수 없어 정확한 사주팔자를 따지기는 어려우나 물 기운을 따르는 운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두뇌가 비상하고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며 욕망이 대단히 강한 성격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기운을 만나면 즉시 재앙을 입게 된다. 갑신년은 금과 목이 주관하는 해이므로 그의 권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만약 그가 불기운이 강한 낮에 태어났다면 2004년에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 경영인 출신으로 경제일간지에 ‘CEO 출신 역술인이 본 CEO 운세’를 연재하고 있는 김남용(남각십간사주연구소장)씨는 중국 명·청대 투파(透派) 사주명리학의 최고 비전인 ‘십간사주론’으로 김정일의 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가 태어난 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나돌고 있어 각각의 경우의 수를 모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941년 2월16일 생이라면 그는 2004년이 흉한 운이 될 것이며 2005년은 더욱 흉한 운이 될 것이고 결국 2006년에는 완전히 실각하는 운세가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1942년 2월16일 생일 경우 2004년은 평이한 운으로 그럭저럭 넘어갈 것이며 2005년부터 시련을 맞이하기 시작해 2009년에 완전히 실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두 가지 경우를 살펴볼 때 결국 김정일은 공통적으로 2005년 이후 운이 매우 흉함을 알 수 있다.”

    “노대통령 운, 4월부터 풀릴 것”

    김남용씨는 남쪽의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이 그리 길한 운은 아니라고 말한다. 구설에 휘말릴 우려가 매우 크며 1∼3월의 운수가 매우 좋지 않고 4월부터는 약간 풀릴 것이라고 한다. 또 노 대통령은 합리적이며 실행력이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2004년부터 2008년까지의 운세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적인 태도로 달릴 기운이 전개되므로 현실 감각을 일깨워줄 참모들의 도움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주의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

    노 대통령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의 운도 썩 좋지 않다는 게 김남용씨의 명리적 해석이다. 문제는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의 운수는 단순히 그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그 민족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운을 진단한 역학자들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2004년에는 누구보다도 자숙하고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반도 남쪽의 경우 정치 지도자의 운명과 관계없이 경제적 여건만은 2004년 하반기부터 호전될 것이라는 것. 기문둔갑으로 국운을 예측하는 손혜림씨의 말을 들어보자.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번져 자발적으로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노력이 일어날 것이다. 2003년 같은 극심한 노사분규는 잦아들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분위기로 나아갈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어느 정도의 대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손씨는 기문둔갑으로 볼 때 경제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국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눈물겹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들을 도와주기는커녕 혼란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은 진실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비단 역학자들만의 훈수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정치권에 보내는 당부이자 경고의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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