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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난 기르기

고결한 벗에게서 배우는 中庸之道|김종구

  • 글: 김종구/한배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 정경택 기자

고결한 벗에게서 배우는 中庸之道|김종구

고결한 벗에게서 배우는 中庸之道|김종구

난은 공간을 작게 차지하고 가지치기하는 어려움도 없으며, 흙 대신 돌을 식재로 사용해 분갈이가 쉬워 아파트에서도 키우기 좋다.

‘난사군자(蘭似君子), 혜사사대부(蕙似士大夫)’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란 가운데 한 꽃대에 꽃 한 송이가 피는 것을 난(蘭)이라 하고 한 꽃대에 여러 송이가 피는 것을 혜(蕙)라고 하는데, 예로부터 그 향과 잎이 군자 또는 사대부의 품격을 지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1980년대 초 난을 기르기 시작해 한두 분씩 모은 것이 지금은 200여분이 된다. 봄에 꽃이 피는 춘란, 옥화(玉花)·소란(小蘭) 등 여름에 꽃을 피우는 하란,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추란소심(秋蘭素心), 향기가 매혹적인 한란과 여러 자생란을 기르고 있어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10분 정도는 꼭 난실에 들어가 난을 살펴본다. 달밤에 불을 끄고 음악을 들으며 난실을 보기라도 할 때면 아파트 가로등 불빛과 달빛에 비쳐 방 안으로 흘러드는 난 그림자가 어느샌가 나를 선경(仙境)으로 인도한다.

난은 인생의 바른길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기온과 바람, 습기와 광선, 비료 중 어느 하나라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지켜야 한다. 먼지와 더러운 것을 싫어하며 깨끗함만을 취하니 군자가 따로 있겠는가?

게다가 난은 좋은 벗과 인연을 맺게 해준다. 귀한 종자를 나누고 좋은 꽃이 피면 한잔 술을 마련해 벗을 부르니, 지란지교니 금란지교니 하면서 난을 좋은 벗에 빗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신동아 2004년 1월호

글: 김종구/한배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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