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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용산기지 이전협상 관계자의 직격토로

“전문가 부재, 형식 집착, 철군 두려움이 주도권 상실의 원인”

  • 글: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前 용산기지 이전협상 관계자의 직격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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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용산기지 이전협상 관계자의 직격토로
IMP와 부지면적이 제시됨에 따라 대략적인 이전비용 총액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이전예정부지의 평당시세는 4만~6만원. 300만평이면 부지 매입비는 1800억원인 셈이다. 초기에 여유를 두어 부지 매입비를 2400억원으로 잡았다(지금은 땅값이 평당 20만원까지 올라 6000억원 규모로 뛰었다). 여기에 IMP를 분석한 이전비용을 합치니 20억달러 미만이 나왔다. 이전이 10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의 추가비용을 감안해도 30억달러면 충분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새 기지의 미군 주거시설을 한국정부가 모두 지어줄 경우 비용이 40억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올 7월 열린 10차 FOTA 합의결과는 용산기지 주택 중 4분의 1만 지어주는 것이었다.

미국측은 “그 정도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계산한 것보다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컸으니 표정관리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근거 없는 이견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10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군 1개 사단을 이전하는 데 평균 1500억원이 소요된다. 30억달러면 그 24배다. 도대체 100억달러가 어디에 들어간단 말인가.

지난해 10월까지의 협상은 그 밖의 부분에서도 주목할 만한 진척이 있었다. 1990년 합의서는 완전히 새로운 체계로 바뀌었고 비용부분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청구권이나 손실보전 조항을 삭제하고 환경복구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점 등은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6월 무렵 협상팀 내부에서 제기했던 목표치와 비교해선 아쉬운 점이 있었다. 건축기준의 경우 한미공동사용시설에 대해서는 공동기준을 적용하고, 미군전용시설에는 미 국방부 기준을 적용하기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사비용의 경우 한국이 운송용역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매우 뼈아픈 부분이었다.



밀어닥친 폭풍

그러나 이는 그 뒤에 닥친 난항에 비하면 약과였다. 파열음은 우리 정부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새로 만든 합의문 체계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새 합의문은 기지이전의 개괄적인 원칙을 담은 포괄협정(Umbrella Agree- ment·UA)과 그 세부사항을 기술한 실행협정(Implementation Agreement·IA)으로 나뉘어 이 가운데 UA만 국회의 비준을 받는 형태였다. 그러자 국제협약에 대해 심의권을 갖고 있는 외교부 조약국에서 이 형식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당시 외교부 조약국측이 제기한 문제는 이전협정이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만큼, 일부만 국회의 비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IA에 예산사용에 관련된 부분이 포함되는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 예산을 사용하게 되는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었다 - 편집자).

형식문제에서 비롯된 분란이 정부 내의 대립전선을 타고 점차 내용면으로 옮겨가면서 거세졌다. 협상팀이 국민을 속이고 있으며 협상내용이 오히려 1990년 수준보다 후퇴했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급기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계부처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관련회의가 잇따라 소집됐고 그 때마다 격론이 오갔다. 감사원의 감사도 이어졌다.

필자가 지금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은 형식상의 문제를 놓고 이렇듯 거친 논란을 벌여야 했는지 여부다. 문서의 형식이 잘못되었다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게 아닌가. 당초 합의문을 UA·IA로 나누는 안을 제시한 것도 외교부였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외교부였다. UA·IA 분리안을 제안한 외교부 북미국을 제외하고는 특정형식을 고집하는 이도 별로 없었다. 분리할 필요없이 하나의 문서로 가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었다. 외교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논쟁이 왜 밖으로 번져 관계자들은 물론 협상 자체에 영향을 미쳐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한바탕 진통을 겪고 나서 과연 이전협상과 관련해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조사를 통해 명확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협상에 반영된 부분도 없는 것 같다. 두 차례 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제출된 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모두 기각처리 했을 뿐이다.

미국의 협상전략

협상팀이 세간의 비난에 시달린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분란을 겪고 난 뒤 협상과정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협상내용이나 세부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해 ‘상부의 방향설정’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지침을 내린 것이었다. 이제까지 이전협상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논점은 점점 무의미한 부분을 파고들고, 한미 양측 협상 담당자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협상이란 기본적으로 밀고당기는 과정이다. 테이블에 마주앉은 이들끼리 호의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의심을 깔고 공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등한 협상파트너라면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두 당사자간에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면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흐를수록 당연히 약자에게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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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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