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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초우량기업을 찾아서 ⑦

인텔|‘월드 와이드 리더’ 꿈꾸는 디지털시대의 두뇌집단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인텔|‘월드 와이드 리더’ 꿈꾸는 디지털시대의 두뇌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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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전자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시가 있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인텔의 부품이 제품 속에 들어 있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제품의 기술력과 성능을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일종의 ‘인증서’다. 완제품이 아닌 부품만으로 브랜드 가치 세계 5위에 오른 인텔.
  • 과연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인텔|‘월드 와이드 리더’ 꿈꾸는 디지털시대의 두뇌집단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건물(맨 위)과 건물 1층 박물관 내부를 배경으로 창업자 세 사람을 합성한 사진. 왼쪽부터 앤디 그로우,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미국 서해안에 인접한 샌프란시스코의 7월은 안개 낀 날이 많다. 한낮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다가도 금세 안개가 온 도시를 뒤덮는다. 한여름인데도 저녁이 되면 긴팔 스웨터를 걸쳐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인텔(intel)을 방문하기로한 날도 샌프란시스코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인텔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프란시스코만(灣)을 따라 남쪽으로 약 40~50분 거리에 있다. 주소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미션칼리지 블루버드(blvd. 대로라는 뜻).

샌프란시스코 시내 숙소에서 출발해 101번 고속도로를 따라 20분 남짓 달렸을까.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는 사라지고 강렬한 태양이 이글거렸다. 안개 속에 갇힌 도시를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샌타클래라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최첨단 기술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가 바로 이 일대 팰러앨토에서 샌타클래라, 산호세, 새너제이에 걸쳐 길이 48km, 너비 16km의 띠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은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과 이 지역 중심부에 펼쳐져 있는 샌타클래라 ‘계곡(밸리)’의 합성어다. 겨울철인 12~3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비가 내리지 않는 이 지역은 습기가 적으면서도 크게 덥지 않아 전자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

인근에 스탠퍼드대학과 버클리대학, 샌타클래라대학 등 명문대학이 있어 우수인력 확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적극적인 전자산업 유치정책도 밸리 형성에 크게 한몫했다. 사업설립 초기 갖가지 세제 특혜로 소자본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이 지역에는 반도체 생산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벤처비즈니스, 벤처캐피탈 등의 분야에서 무려 1만여개의 벤처기업들이 성공을 꿈꾸며 미래에 도전하고 있다.

인텔은 휴렛패커드, 컴팩 등과 함께 이들 벤처기업이 꿈꾸는 성공한 기업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2004년 현재 인텔의 총직원은 연구원 7000여명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무려 8만5000여명에 달한다. 2003년 한해 총매출은 301억달러로 한화로 치면(1달러/1200원) 물경 36조1200억원이나 된다.

공장은 5대양 6대주에 걸쳐 없는 곳이 없다. 먼저 미국 내에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를 포함해 폴섬, 오리곤주 힐즈버러와 알로하, 워싱턴주 듀퐁, 애리조나주 챈들러, 뉴멕시코주 리오 란초, 유타주 아메리칸 포크 등 8개 지역에 공장이 세워져 있다.

유럽에는 독일 뮌헨과 영국 스윈던, 아일랜드 레이크슬립, 아시아·태평양에는 호주 시드니, 홍콩, 필리핀 마닐라, 일본 쓰쿠바,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 방갈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등에 공장이 세워져 있거나 건설중이다.

중동·아프리카지역에선 이스라엘 하이파와 예수살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그리고 카리브해 연안인 푸에르토리코 라스-페이드라스에 공장이 세워져 있다. 인텔은 이처럼 전세계 23개의 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 지구촌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인텔이 이처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과 비결은 무엇일까.

깔끔하고 단촐한 하늘색 건물

인텔 본사건물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101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미션칼리지 대로 방향으로 2~3분 남짓 달리자 곧 파란색 간판에 ‘intel’이라는 흰색 글씨가 쓰인 건물 정문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최고의 기업치고는 본사건물이 단출했다. 온통 파란색 유리로 깔끔하게 지어진 6층 건물로 국내 대기업들 본사건물에 비하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로비에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소파가 보이고 그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회사 설립자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인터뷰를 약속한 인텔그룹 하워드 하이 전략공보이사가 직접 나와 기자를 맞았다.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뜻밖에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과 깨끗하지만 허름하고 오래된 복도로 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서도 실용주의적인 인텔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건물을 봐도 실용적이지 않은가. 비싸게 꾸미거나 하지 않는다. 회장이건 사장이건 일반 직원이건 좋은 자리에 주차하려면 일찍 오면 된다. 직위가 높다고 해서 더 좋은 자리를 주지 않는다. 식사도 모두 똑같은 식당에서 한다. 불필요하게 그런 데 돈을 쓸 이유가 없다. 돈이 있으면 기술개발이나 품질을 높이는 데 쓰고, 그래도 남으면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그게 회사의 운영방침이다.” 하이 이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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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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