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박종훈 ‘전람회의 그림’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4-08-27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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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전람회의 그림’ 외
    박종훈은 담대한 피아니스트다.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물게 정통 클래식과 뉴에이지, 작곡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그는 언제 어디서나 침착함과 담대한 기질을 동시에 과시한다. 2002년 직접 작곡한 뉴에이지 소품집 ‘안단테 텐덜리’를 냈던 그가 올 여름 다시 클래식 영역으로 돌아왔다.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그것.

    ‘전람회의 그림’은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크스키가 하르트만이라는 화가의 유작 전시회에서 본 그림들의 인상을 10곡의 소품으로 그려낸 모음곡이다. 곡의 중간중간에 다음 곡으로 옮겨가는 프롬나드가 있는데, 이로 인해 모음곡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독특한 구성이다.

    화려하고 장대한 곡이기 때문에 연주효과가 크지만, 피아니스트에게는 그만큼 고난도의 기교와 러시아적 원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힘을 요구하는 곡이다.

    그러나 박종훈은 이 난곡을 자기만의 솜씨로 요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테크닉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별로 없거니와 서두르지 않으면서 각각의 곡을 묘사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시종 묵직하게 내려꽂는 터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듯하다. 특히 4곡 ‘우차’에서 들려주는 서늘한 터치가 인상 깊다. 내내 침착하던 박종훈은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열정을 불러일으켜 9곡 ‘바바야가의 오두막’과 10곡 ‘키예프의 대문’에 이르러선 휘몰아치는 열연으로 전곡을 마무리한다.

    이 음반은 ‘전람회의 그림’ 못지않게 매력적인 다섯 곡의 소품을 함께 싣고 있다. ‘메디테이션’ ‘눈물’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무소르크스키의 소품들이다. ‘전람회의 그림’이 뜨겁고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다면 이 소품들은 한껏 우아하고 기품 있다. 그리그의 서정 소곡(Lyric Pieces)에 러시아 민요의 비장미를 덧댄 듯한 느낌이다. 지난 3월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한 실황 음반임을 감안한다면 음향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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