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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팀’으로 대미외교 라인 교체하라

  • 글: 모종린 연세대 교수·정치경제학 jrmo@yonsei.ac.kr

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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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한미관계를 위한 제언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6자회담의 기본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미국 대선은 또한 미국 시민들이 공화당의 ‘온정적 보수주의’와 민주당의 ‘제3의 길’ 중 승자를 결정한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 정당이 이념적으로 뚜렷하게 나뉘기 시작한 시기는 후버 대통령이 집권한 1930년대 초라고 할 수 있다. 자유방임적 시장중심 정책으로 경제 공황을 극복하려고 했던 후버의 노력이 실패하자 미국 국민들은 새로운 비전을 요구했고, 이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끄는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뉴딜(New Deal) 진보주의였다. 루스벨트가 대선에서 처음 승리한 1932년부터 레이건 대통령이 승리하는 1980년까지 거의 50년 동안 뉴딜 진보주의는 미국사회 전반에서 정부 역할을 확대시키면서 미국 정치의 지배이념으로 자리잡았다.

1980년에 작은 정부, 경제자유, 강력한 국방력, 보수적 사회관을 내세워 역전에 성공한 공화당은 그후 두 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레이건의 신자유주의가 미국정치의 새로운 지배이념으로 정착한 시기가 이때부터 다. 민주당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해 초기에는 전통적인 뉴딜 진보주의 노선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1984년 민주당 먼데일 후보가 레이건에게 참패하자 민주당 내부의 중도세력이 전통적 뉴딜 노선에 반발했다. 민주당 중도세력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응하려면 민주당도 신자유주의를 일부 수용해서 공화당에 빼앗긴 중도적인 민주당 유권자를 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재정안정, 자유무역, 규제완화 등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일부 수용하되 사회정의 구현과 시장 실패의 보완을 위해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중도파의 전략은 정치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중도 투표자로의 이동(move toward the center)’ 전략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부동층이 존재하는 이념 스펙트럼의 중도 방향으로 자신의 노선을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1984년부터 민주당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오던 중도파는 1992년 경제침체기에 클린턴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12년 만에 정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민주당은 그후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빠르게 세력을 회복해 1996년 대선에서도 승리, 민주당은 루스벨트 이후 처음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편 1992년 이후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공화당에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공화당은 1994년 ‘국민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신자유주의적 보수 노선으로 상원에서 우위를 확대하고, 1952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에서도 다수를 획득했다. 당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1992년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가 공화당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화당 보수파는 1994년의 승리에 고무되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강경노선을 채택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특히 사회 분야에서 낙태 금지, 복지예산 삭감 등의 개혁정책을 감행, 진보세력의 기반인 소수민족과 노동계, 그리고 저소득층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 이처럼 클린턴의 중도노선에 대응하는 공화당 보수파의 이념은 급진적이었고, 그 결과 민주당의 방만한 재정 지출, 정부 규제, 관대한 범죄정책에 반발하여 레이건 연합에 합류했던 보수적 민주당원들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1996년 대선에서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는 민주당 중도파의 ‘제3의 길’을 계승했다. 이에 대응하여 공화당도 ‘온정적 보수주의’라는 중도노선을 표방했다. 경제 분야에서 민주당이 이미 기존 공화당 노선을 대폭 수용했기 때문에 부시는 두 당의 견해차이가 상대적으로 컸던 사회와 복지 분야에서 민주당에 가까운 노선을 선택해야 했다. 여성과 소수인종의 공화당 지지도를 떨어뜨렸던 낙태금지, 차별수정계획(affirmative action)에 대한 반대를 완화하여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부시는 사회보장, 교육, 빈곤문제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 공화당도 이러한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2004년 대선은 2000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온정적 보수주의’와 ‘제3의 길’의 재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2000년 대선에 패배했지만 진보주의의 승부수인 ‘제3의 길’이 2004년 대선에서도 실패하리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우선 민주당은 2000년 선거 당시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졌지만 유권자의 표는 더 많이 얻었다. 케리 또한 ‘제3의 길’을 선택했다고 보아야 한다. 전통적 진보지역인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진보주의자임에도 이번 선거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지향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과 군사력을 지지하며 무엇보다도 사회 분야에서 기독교 유권자를 겨냥하여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중도좌파에 대한 공화당의 전략은 2000년과 마찬가지로 ‘온정적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작은정부, 강한 군사력, 국익 우선주의’에 근거한 경제와 안보에서의 보수주의 노선을 유지하고, 사회와 복지 분야에서는 중도노선을 택하고 있다. 낙태, 종교, 인종 문제에서 중도적 입장을 수용하여 보수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통제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교육개혁, 환경보호, 교회와 사회단체의 복지사업 지원 등을 통해 삶의 질과 자아성취를 중요시하는 여성과 20~30대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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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모종린 연세대 교수·정치경제학 jr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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