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섭외를 위해 이강철(李康哲·60) 대통령정무특보에게 처음 전화를 건 3월9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기용 인사가 발표됐다. 인터뷰하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 특보는 언론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는 참여정부의 ‘숨은 조력자’에 머물고 싶어한다. 그래서 “한번 뵙죠.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좀 들어보게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래? 이번 주말에는 내가 일이 있고, 다음 주에 통화하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주 화요일인 13일 오전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 특보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디 있어? 내가 지금 청와대 근처에 있는데.”
기자도 마침 청와대 부근 음식점에 있었다.
“그래? 그러면 ‘섬횟집’으로 와요. 얼굴이나 보자고.”
청와대 인근의 섬횟집은 이 특보가 직접 운영하던 곳이다. 대구 서부초등학교 동창인 정명호씨와 동업을 하다가 “섬횟집이 정권 주변 인사들의 사랑방”이라는 등 여러 말이 나오자 서울 강남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사실상 손을 턴 곳이다. 이 특보는 재야 시절 고향인 대구 수성구에서 같은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호구지책으로 삼은 바 있다.
더 하얘진 머리, 줄담배는 여전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섬횟집에 갔더니 이 특보는 이미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 넓은 방에 둘만 마주앉았다. 오랜만에 만나니 원래 하얗던 머리는 더 센 것 같고, 얼굴도 조금 수척해 보였다. 줄담배는 여전했다.
“사실은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개헌, 남북정상회담에다 연말 대통령선거도 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에이, 인터뷰는 무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냥 차나 한잔 하자고.”
예상대로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대통령정무특보직을 맡은 뒤로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작심하고 만난 기자의 물음에 마지못해 하나씩 답변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는 그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듯 격정적으로 말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직책도 직책이려니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랜 ‘동지적 관계’ 때문에 ‘노심(盧心)’을 전하는 몇 안 되는 청와대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