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전하는 ‘盧心’

“정운찬, 한명숙, 김혁규,문국현은 범여권 후보로 확정적”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7-04-09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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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은 분열세력과의 대결…여권 통합하면 100% 승리”
    • “지역별로 범여권 후보 나온다”
    •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는?” “……”
    • “盧는 미는 사람 없다, 스스로 뜨기를 기다린다”
    • “야당에서 반응 없으면 4월초 개헌 발의”
    • “참여정부가 해놓은 일 많아 차기 대통령 행복할 것”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전하는 ‘盧心’
    “오늘 청와대 인사가 났던데요, 비서실장도 바뀌고…. 이강철 특보도 참여정부의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뭔가 역할을….” “내가 무슨, 그런 말 하지 마.”

    인터뷰 섭외를 위해 이강철(李康哲·60) 대통령정무특보에게 처음 전화를 건 3월9일, 청와대에선 문재인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기용 인사가 발표됐다. 인터뷰하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 특보는 언론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는 참여정부의 ‘숨은 조력자’에 머물고 싶어한다. 그래서 “한번 뵙죠.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좀 들어보게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래? 이번 주말에는 내가 일이 있고, 다음 주에 통화하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주 화요일인 13일 오전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 특보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디 있어? 내가 지금 청와대 근처에 있는데.”

    기자도 마침 청와대 부근 음식점에 있었다.



    “그래? 그러면 ‘섬횟집’으로 와요. 얼굴이나 보자고.”

    청와대 인근의 섬횟집은 이 특보가 직접 운영하던 곳이다. 대구 서부초등학교 동창인 정명호씨와 동업을 하다가 “섬횟집이 정권 주변 인사들의 사랑방”이라는 등 여러 말이 나오자 서울 강남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사실상 손을 턴 곳이다. 이 특보는 재야 시절 고향인 대구 수성구에서 같은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호구지책으로 삼은 바 있다.

    더 하얘진 머리, 줄담배는 여전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섬횟집에 갔더니 이 특보는 이미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 넓은 방에 둘만 마주앉았다. 오랜만에 만나니 원래 하얗던 머리는 더 센 것 같고, 얼굴도 조금 수척해 보였다. 줄담배는 여전했다.

    “사실은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개헌, 남북정상회담에다 연말 대통령선거도 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에이, 인터뷰는 무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냥 차나 한잔 하자고.”

    예상대로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대통령정무특보직을 맡은 뒤로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작심하고 만난 기자의 물음에 마지못해 하나씩 답변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는 그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듯 격정적으로 말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직책도 직책이려니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랜 ‘동지적 관계’ 때문에 ‘노심(盧心)’을 전하는 몇 안 되는 청와대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통한다.

    ▼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는데 정무특보는 그대로 하는 겁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요(웃음). 별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요.”

    ▼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난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누가 그래요? 자주 못 만나, 만난 지 한참 됐어요.”

    그러나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노 대통령은 어려움에 처할 때면 친구처럼 생각하는 이 특보를 찾아 속마음을 털어놓곤 한다”고 귀띔했다. 이 특보 역시 노 대통령이 찾을 때를 대비해 되도록 청와대 부근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노 대통령은 요즘 매우 초조한 것 같다. 정권 내부에서는 ‘역사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영 아니다. 노 대통령의 초조감은 요즘 들어 더 말이 많아진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돌아가면서 풀 기자(여러 기자를 대표해 취재해서 다른 기자들에게 취재 내용을 배포하는 기자)가 되는데, 요즘 풀 기자는 노 대통령의 외부 행사 일정을 취재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대통령이 보통 1시간 이상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받아 적기가 예삿일이 아닌 까닭이다. 노 대통령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봤다.

    ▼ 요즘 노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기 마무리 시점의 우선적 국정과제는 뭐라고 봅니까.

    “(뜸을 들이지도 않고) 아무래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아닐까. 개헌 문제도 있지만 정치권이 워낙 냉담하니까…. 그렇지만 개헌을 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건 맞지요? 지금이 아니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기 위해) 또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야당이) 다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애써 외면하는 거죠.”

    “예정대로 갈 수밖에, 해야지”

    ▼ 노 대통령은 대선주자와 각 정당이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면 개헌 발의를 유보하겠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운데요.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되는데 반응이 없잖아요. 그럴 경우 예정대로 갈 수밖에 더 있겠나. 발의를 해야지요. 청와대가 밝힌 대로 4월초에는 발의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국민투표에 부치기 전에 국회 통과부터 어려울 텐데요. 개헌안을 발의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건가요.

    “국민여론이 받쳐주면 되겠죠. 국민들도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잖아요. 여론이 바뀌면 정치권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고요. 아직도 개헌 추진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홍보를 잘 해야죠. 언론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비판이 적지 않다. 집착, 고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다. 현실적인, 민생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전기안전공사가 가정집이나 소규모 공장 등을 돌며 전기안전시설을 점검하는 직종을 모집하는 데 100여 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몰려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민생은 말이 아닌데 청와대는 개헌이라는 정치적 화두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신문들이 안 써줘서 그렇지, 우리는 민생을 살피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써주면 (노 대통령이) 자주 시장도 가고, 중소기업도 가고 할 텐데(웃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경제는 괜찮은 것 아닌가요? 수출도 그렇고 증시도 그렇고 수치를 보면 다 좋아요. 부동산 빼고는 다 좋아요. 단지 경기가 안 좋은데, 과거처럼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면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은 차기 대통령이 좋은 여건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봐야 해요.”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전하는 ‘盧心’

    이강철 특보가 운영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위)과 종로구 통의동(아래) 소재 ‘섬 횟집’.

    ▼ 지금 개헌을 하겠다는 것도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인가요.

    “물론이죠. 그것이 대통령의 진심입니다. 참여정부가 기업구조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야 해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 그렇지만 현 정부 들어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양극화는 미국이 더 심하지 않나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서민생활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게 사실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평가할 때 양극화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겠죠. 어쨌든 참여정부 5년 동안 해놓은 일이 무척 많아요. 아마 차기 대통령은 행복할 겁니다.”

    이 특보는 평소에 매우 과묵하다. 상대의 말을 듣고만 있다가 꼭 필요한 말만 한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7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는 동안 쌓은 ‘내공’이다. 그렇지만 이날은 말을 많이 했다. 담아둔 얘기가 많았던 듯하다.

    “시민단체가 문국현 강력히 민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대선이다. 여권은 분열되어 있고 현재까지는 떠오르는 후보조차 없다. 대통령은 중립적 선거관리를 해야 할 위치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이 대선구도와 차기 주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독주체제가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범여권의 대통합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지역별로 경선후보가 나올 겁니다. 여성후보도 나오고요.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손색이 없지 않나요? 경쟁력 있고 새 시대에 맞는 분들이지요.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에는 크게 관심 둘 것 없어요.”

    ▼ 여권 후보로 누가 가장 유력합니까.

    “현재까지 4명은 확정적이라고 봐야 되지 않나요? 정운찬, 김혁규, 한명숙, 문국현. 이런 훌륭한 분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전국적인 붐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호남, 영남, 충청, 수도권 등)별로 경선후보를 낸다는 구상은 여권에서 일찌감치 논의된 것이긴 하다. 청와대도 그런 구도를 그리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정권의 핵심에서 정운찬, 김혁규, 한명숙, 문국현을 ‘범(汎)여권 4룡’으로 지목하는 것은 눈길을 끌 만하다.

    ▼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조금 의외군요. 본인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겠죠. 먼저 후보가 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잖아요. 이쪽(범여권) 사정을 봐가면서 해야겠죠. 문국현 사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강력히 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 같고. 준비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특보는 문국현 사장을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범여권에서 ‘문국현 카드’의 위력을 높게 평가하고, 특히 상층부에선 상당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특보와 인터뷰하던 시점에 문 사장도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도자라면 기업이나 가정보다 먼저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서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안 된다면 내가 희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거푸 출연해서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과감히 지나간 경제정책을 버릴 때가 됐다고 본다. 전 국토에 시멘트 바르는 정책은 안 된다”고 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지나간 경제정책’에 이 전 시장의 경부 대운하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도 포함되는 게…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사람들이) 다 웃지 않느냐.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정운찬, 검증은 안 됐지만…”

    이강철 특보에게 현재 여론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한나라당의 두 유력 주자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이 특보는 “이명박, 박근혜 모두 구시대 인물 아니냐”면서 특히 이 전 시장을 물고 늘어졌다.

    “경부운하, 그게 되겠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도로·철도 같은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데…세계 어느 곳에도 그런 것은 없다. 관광용이면 몰라도….”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선 자제하는 듯했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어떤 장점이 있다고 봅니까.

    “검증은 안 됐지만 상당한 위력을 가졌다고 봐야겠죠. 무엇보다 이미지가 좋잖아요. 새 시대에 맞는 도덕성을 갖췄고, 지역적으로 충청 출신이란 점도 장점이 되겠죠.”

    ▼ 충청 출신이란 것이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죠? 한나라당 후보가 영남 출신(이명박·박근혜)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대적으로 충청은 인구가 적지 않습니까.

    “(범여권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호남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한나라당에서 영남후보가 나오면 (어차피 호남은 범여권 쪽이니까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 출신이란 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어떻습니까. 본인은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 자리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총리 자리)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김 전 지사는 영남후보라는 장점이 있죠. 영남은 인구가 많습니다. 그는 도지사도 잘했고, ‘CEO 도지사’ 이미지가 강합니다. (도지사 시절에) 굉장히 우수했어요.”

    이 특보는 스스로 거명한 4명의 범여권 주자 가운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는 “좋은 분”이라고 할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성후보로서 범여권 후보선출 과정의 흥행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리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이 특보가 “지역별로, 여성도 참여해서 붐을 일으킨다면…”이라고 한 말에 한 전 총리의 ‘가치’가 숨어 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이면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또한 그 밖의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장관에 대해선 평가를 유보했다. 다만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해선 “IT 전문가란 점도 그렇지만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서울에서 경기고등학교를 나온 점이 이채롭다”고 했다. 범여권에선 진 전 장관이 이명박 전 시장의 대항마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두 사람 다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대통령’ 자격에서 호각세를 이룬다. 여권의 관점에선 ‘삼성 대 현대’의 대결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된다.

    여기에다 진 전 장관의 고향은 이 전 시장(경북 포항)과 마찬가지로 영남이라 여권의 취약지역인 영남 표를 건지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이 그의 취약요소다.

    이 특보는 범여권 예비후보들에 대해 언급한 것이 꺼림칙했는지 다음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내가 대선주자들에 대해서 얘기한 것은 쓰지 말아 달라, 그분들에게 결례가 될 수 있다. 참고하라고 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분들을 만난 적도 없고, 그냥 내 생각이다”라고 했다.

    “한나라당, 분열할 일만 남았다”

    ▼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의 승리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봅니까.

    “통합이 되면 100% 이깁니다. 이번 대선은 ‘통합과 분열의 대결’로 봐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분열할 일만 남았습니다. 반면 우리는 통합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통합은 될 거예요. 지금 거론되는 (범여권) 후보들은 모두 적(敵)이 없지 않습니까. 누가 (경선에서) 돼도 힘을 몰아줄 수 있는 구도예요. 각 지역에서 출마했던 사람들이 지역 선대본부장을 맡을 수도 있고. 그러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겠지요.”

    ▼ 그렇지만 다들 생각이 다르니 통합으로 가는 길은 무척 험난할 텐데요.

    “100% 다 함께 갈 수는 없겠지요. 각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이 있으니까. 몇 퍼센트는 빠질 수도 있지만 통합은 이뤄질 거예요. 출마에 뜻이 있는 모든 후보들이 나서서 지역별로 붐을 일으킨 뒤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후보로 확정된 사람을 진심으로 밀어주면 된다고 봅니다.”

    ▼ 민주당도 함께합니까.

    “물론이죠, 다 같이 가야죠. 시민·사회단체까지….”

    ▼ 국민중심당도 대통합의 대상이겠네요.

    “(농담조로) 국민중심당이 있나? 이인제 의원 정도는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이 특보는 최근 이인제 의원을 우연히 만한 적이 있다고 했다.

    ▼ 노 대통령은 지금 거론되는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누구를 적임자로 꼽는 것 같습니까. 일부에서는 유시민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손을 내저으며) 에이 그럴 리가…. 대통령은 누구를 지원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뜨기를 기다리는 거지. 본인도 자기 힘으로 해왔지 않습니까.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 특보는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쟁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미는 ‘노심(盧心)’은 없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노 대통령은 성격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를 마음속에 정해놓고 은근히 밀어주는, 그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노 대통령의 관심은 ‘차기 대통령에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임기 말 국정을 잘 마무리해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뿐”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 이 특보가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생각이 맞는 후보가 있는지요.

    “내 생각도 대통령과 마찬가지입니다. (내부 경쟁에서) 이겨서 올라오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는 거죠.”

    ▼ 차기 주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나라의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포부가 있으면 되겠죠.”

    “유승민이 이명박 돕겠나”

    ▼ “한나라당은 분열만 남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절대 같이 가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두 사람 의지와는 상관없어요. 밑바닥에서 절대 합쳐지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이미 양 진영 간에는 상당한 앙금이 생긴 것 같아요. 생각해보세요. 박근혜가 안 됐을 때 유승민이 이명박을 돕겠어요?”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브레인인 유승민 의원은 2005년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 때 이 특보와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출마한 이강철 후보는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역할론이 관심을 모으는데요. 김 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범여권의 대통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호남에 대한 DJ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범여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 다른 한편으로는 ‘동서 연대’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그렇게까지야 되겠어요? 어렵다고 봐야죠.”

    최근 한반도에선 해빙 무드가 일고 있다. 머잖아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평양을 다녀온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 특보와 함께 대통령정무특보 직함을 갖고 있다. 청와대 ‘특보단회의’에서 얼굴을 자주 마주하는 사이다.

    ▼ 이해찬 전 총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간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녀온 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즉답은 피하고) 북미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가 풀리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부시 미국 대통령이 변하고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미국의 내부 여론 때문에 (북미관계에) 진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이) 되지 않을까요. DJ가 김정일과 만나서 한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남북 모두의 생각이니까요.”

    ▼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아무래도 범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죠.

    “이번 대선은 ‘통합과 분열의 대결’인 동시에 ‘평화세력과 전쟁세력의 대결’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누가 평화세력이고 누가 전쟁세력이겠어요? 얼마 전에 개성공단에 가봤는데, 북한 당국자도 빠른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죠. 국민도 그걸 원하고.”

    키맨, 4인의 정무특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정리함에 따라 앞으로 1년 가까이 행정부는 여당이 없는 국회를 상대하게 된다. 현재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으로는 공식적으로 정무팀(팀장·정태호 비서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임기 말 레임덕을 방지하고 차기에도 대비하는 집단은 정무특보들이다.

    정무특보단은 이해찬 전 총리, 이강철 특보 외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과 최근 대통령비서실장직을 사퇴한 이병완 특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범여권의 키맨(keyman)인 이들이 ‘정권 재창출’ 플랜을 어떻게 짜고 전개해 나갈지에 따라 대선 정국이 출렁일 것이다.

    이강철 특보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번 대선으로 역사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는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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