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두바이… 요즘 뜨는 해외 부동산

“창문 열면 태평양, 뒷마당은 골프장, 집앞 시냇가 청둥오리 노닐고…”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4-10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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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 때 즐기고 평소에는 임대…‘콘도형 세컨드 하우스’ 몰려
    • 세금 없는 뉴질랜드…크라이스트처치 ‘언덕 위의 웰빙’ 인기
    • 3년 만에 유학비 뽑았다?…역시 ‘한국 아줌마’
    • 아시아권은 100% 등기, 한국인 ‘폭탄 돌리기’ 여부 확인해야
    • 인공섬 내려다보이는 두바이 주상복합, 분양가 300만달러
    • 미국 부동산, 자잘한 세금에 수수료 합치면 가욋돈 부담 커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두바이… 요즘 뜨는 해외 부동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 도심에 있는 고급주택. 시가는 24억원 정도다.

    국내 거주자가 투자를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한도가 올해 3월부터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확대됐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 상승 국면이 이어져 경기침체가 우려되면서 당국이 내놓은 고육책이지만, 부동산 투자자에겐 반가운 조치다. 국가별 사정에 따라 현지에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90%까지 집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기에 사실상 1000만달러 이상의 고액 주택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다. 실수요 목적으로 개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의 구입 한도는 지난해 3월 완전히 없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와 달리 해외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실패를 안겨주지 않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처럼 검증된 곳이 아니라 그런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한때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인 뒤부터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5년 900만달러에 그친 개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금액은 2006년에 5억1400만달러로 57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월별 취득금액은 몇 개월 새 6000만달러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1월 중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취득금액을 6400만달러, 2월은 5900만달러로 추산했다. 지난해 10, 11, 12월 역시 각각 6000만, 7200만, 5600만달러로 올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반기부터는 좀더 액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최근 국내 건설사나 시행사가 국내 건설사업에 산적한 규제를 피해 직접적인 사업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주로 토지)을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실수요자들은 소극적이지만 안전한 투자라 할 수 있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자금을 넣어두기도 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비과세 방침이 정해지며 2월 한 달 동안만 2조원가량이 몰리며 중국 펀드와 같은 인기 펀드들보다 훨씬 높은 수탁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 부동산 구입의 목적이나 지역 선정에는 아직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역으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가 약 60%를 차지하며, 호주 뉴질랜드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30%, 기타 지역이 10%를 차지한다. 두 자리수 수익률을 노리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같은 개발 초기단계 국가들로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투자자 몰리는 뉴질랜드

    해외 부동산을 취급하는 국내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실수요층은 유학이나 노후주택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평소에는 임대하다가 휴가 때는 장기 체류를 할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 용도의 주택을 찾는 사례도 늘어났다. 미화 300만달러 이상의 ‘명품주택’에 대한 실거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적극적 투자층은 세금이 거의 없는 지역이나 신흥 개발지역 주변으로 임차수요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얼마 전 한 뉴스가 뉴질랜드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한 주부가 5년 전 현지 화폐 20만달러(한화 약 1억3000만원)를 투자해 지금까지 20만달러짜리 주택 120채를 샀고, 최근 들어 보유한 집마다 투자액의 몇 배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20만달러짜리 집을 사면서 시가산정(valuation) 작업을 새로 해 25만~30만달러짜리 집으로 둔갑시킨 다음 집값의 90%까지 융자를 받았다. 이 때문에 집 한 채를 사면서 필요한 돈은 1만달러 미만이었다고 한다.

    남한 3배 크기의 땅에 400만명밖에 살지 않아서인지 뉴질랜드에선 아직 ‘투기’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앞의 예처럼 주택 투자에 ‘다 걸기’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중심상업지나 리조트 단지, 우수 학군 인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지난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7~2006년에 뉴질랜드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94%로 세계 12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6년만 보면 덴마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만큼 최근 3~4년간의 상승률은 꾸준히 연 15%를 상회했다. 지난해 OECD가 “이런 추세로 계속 상승하면 버블 조짐이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

    뉴질랜드 현지에서 만난 하코트 부동산 중개회사의 이몬 스탁먼 컨설턴트는 “영국, 네덜란드, 독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그리고 한국 투자자의 발길이 잦으나 투자규모 등에 큰 차이는 없다. 중개인들끼리는 ‘유엔 회원국에서 모두 온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wellness(참살이)’가 세계인의 화두로 떠오르는 데다, 이곳 부동산 가격이 영어권 국가 중에선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 해외 부동산 취득 건수(당국에 신고된 것만 집계)에서 뉴질랜드는 34건으로 미국(245건), 캐나다(184건), 중국(62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없어

    뉴질랜드 부동산 투자의 최대 장점은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가 없다는 것. 이런 종류의 세금은 한국은 물론, 100% 개인 등기가 가능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한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개발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 제한 같은 것도 없다. 일조시간이 길어 관리비도 적게 들며, 1년에 한 번씩 내는 재산세도 한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뉴질랜드 한인사회에서는 “3년 전에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턱대고 집을 샀다가 자녀의 유학비를 뽑은 것은 물론, 요즘엔 서울의 기러기 아빠에게 생활비까지 부쳐준다는 ○○엄마 이야기”류의 부동산 투자 성공담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동안 오클랜드, 웰링턴 등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북섬이 부동산시장의 중심이었다면 2~3년 전부터는 크라이스트처치를 중심으로 한 남섬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겨울방학 성수기에만 대한항공 직항기가 뜨는 곳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3시간, 오클랜드에서도 2시간을 더 남쪽으로 가야 하는 곳이다. 유학생, 이민자 등 장기 체류자는 오클랜드의 3분의 1 수준인 5000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는 한국 초·중학생 유학생이 유난히 많다. 치안이 좋고 학교마다 한인 학생을 위한 별도의 영어보충 수업반을 마련해주는 데다 골프 승마 스키 럭비 등을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도시 전체의 3분의 1이 녹지공간이고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는 등 환경조건이 뛰어나 휴식이나 요양차 방문하는 한국 기업인이나 연예인도 많다고 한다.

    중개회사 퍼스트내셔널의 에이전트 미라 박씨는 “2년 전만 해도 유학생 어머니들이 1년 정도 체류할 요량으로 임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영어 잘하려면 3년은 걸린다’는 통설 때문인지 아예 처음부터 집을 장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한 얼마 전부터는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공동명의로 집을 구입한 다음 콘도처럼 사용기간을 정해 쓰고 나머지 시기에는 임대로 돌려 중개회사가 관리하도록 계약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 박씨는 갑작스레 늘어난 한국 투자자의 거래에 힘입어 지난해 회사에서 ‘최고 영업사원’ 타이틀을 얻었다.

    현지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크라이스트처치의 고급 주거지로는 서울의 강남처럼 도시화가 잘 돼 있고 학군이 좋은 펜달튼, 메리베일, 리카툰, 에본헤드 등과 성북동·평창동처럼 조망권이 좋고 저택들이 많은 케네디부시, 캐시미어힐, 생추어리힐 등이 손꼽힌다.

    방 3~5개짜리 주택은 평형과 조망권 에 따라 30만~150만NZ달러(2억~10억원)의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 메리베일 지역의 저택들은 집 앞에 청둥오리가 다니는 시내가 있고 2m가 넘는 울창한 나무들이 담을 대신할 만큼 자연 경관이 뛰어나다. 300만NZ달러(20억원) 이상의 집들은 워낙 집을 넓게 지어 마당에 간이 축구장이나 호수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펜달튼은 여의도보다 큰 녹지공원인 헤글리파크 주변으로 집들이 모여 있는 게 매력적이다.

    조망권 좋은 ‘힐’ 지역 인기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두바이… 요즘 뜨는 해외 부동산

    크라이스트처치에선 ‘언덕 위의 집’이 인기다.

    외국인이 많이 선호하는 ‘힐’ 지역은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해진 켄터베리 대평야를 비롯, 서던알프스 산맥과 남태평양을 아우르는 입체 조망이 가능하다. 시 정부가 일조권 등을 이유로 도시 내 집이 대부분 3층을 못 넘기도록 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해발이 높은 지역은 더 인기를 끈다. 50~80가구가 하나의 단지로 조성되는 ‘타운하우스’ 개념의 주택이 대부분인데, 단지 내에 공동 골프장이 마련된 곳은 더 비싸다. 대부분의 힐이 도심권으로부터 8km 내에 있어 교외 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얼마 전까지 자연보호권역이었다가 4년 전 개발허가가 난 생추어리힐 지역은 크라이스트처치 안의 ‘마지막 힐 프로젝트’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인기가 더 많다. 2년 전 만해도 1000평 땅과 150평형 집 분양권을 합쳐 200만NZ달러(13억원)에 구입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30만NZ달러(2억원) 이상을 줘야 구입할 수 있다. 땅값이 그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지면적이 건평의 10배나 되기 때문에 마당에 골프 퍼팅장이나 영화상영관, 가족온천, 일광욕 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인 곳도 많다. 이미 주변 정리가 완료된 캐시미어힐은 비슷한 크기의 집이 300만 NZ달러를 웃돈다. 투자자 중에는 한국 기업인도 있다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남쪽으로 6시간 가량 차를 타고 내려가면 세계적인 휴양레저 도시 퀸스타운이 나온다. 북반구의 여름에는 스키 관광객이 많고, 겨울에는 해양 스포츠나 승마, 골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국과 일본에서 날아오는 관광객도 각각 연간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곳의 상주인구는 20여만명이지만, 시 정부는 장기 체류를 희망하는 관광객들이나 은퇴자들의 ‘노년 주택’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민간 개발업자들과 함께 대단위 주거레저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잭스 포인트’인데, 퀸스타운 국제공항에서 불과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국제적 접근성’을 자랑한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들로 가득 찬 리마커블(The Remarkable) 산맥과 총연장 77km의 와카티푸 대호수로 둘러싸인 362만평 평지 위에 조성되는데, 판매하는 집은 170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개발이 완료된다 해도 500가구 이상은 허가가 안 날 것이라는 게 개발업자들의 예상이다. 판교 신도시의 1.3배 크기지만 가구 수는 판교에 들어서는 고층아파트 2, 3개동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동남아는 ‘노후 수요’로 각광

    나머지 95%는 ‘녹색의 병풍’ 노릇을 하게 되며, 18홀 골프장과 승마,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레저스포츠타운 2개와 대형 마트가 단지 내에 들어선다. 60평형 정도 되는 집의 분양권은 현재 90만~95만NZ달러(5억8500만~6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권에는 골프 회원권이 포함돼 있다. 다만 휴양과 레저에 큰 뜻이 없는 실수요 계층에 적합한 주택일지는 미지수다. 시공업체인 플레처사 영업직원 에이미 브래들리씨는 “현재까지의 구매고객 중에는 미국과 유럽인이 가장 많고, 한국·중국·일본인들이 20%가량 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변호사가 중개업무를 법적으로 공증하는 절차를 거치므로 거래에 따른 위험부담은 낮은 편이다. 다만 자녀 유학이나 본인 레저활동, 장기 임대수익 창출, 영주권 획득을 위한 사전 단계 등의 목적 없이 ‘1년에 몇 억’ 식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현지 모기지 금리보다 다소 높은 연리 10~15%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한다. 부동산 거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현지 한인 변호사가 많지 않으므로 최소한의 영어실력은 필요하다. 분양 물건이라면 분양시점에서 준공까지의 기간을 한국보다 1~2년은 더 잡아야 한다.

    지난 1월 현재 개인의 국가별 부동산 취득건수 통계를 보면 미국 52건, 캐나다 22건에 이어 말레이시아 32건, 중국 19건, 베트남 14건 등으로 최근 동남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대우 금호 대원 등 1, 2군 건설사 10여 개가 들어가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 지역에는 한국 시행사나 시공업체가 참여하는 리조트나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가 유달리 많다. 한국에 별도의 분양사무소를 둔 곳도 많아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분양 및 인테리어 조건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나라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3억~4억원 수준이면 30평형대 이상을 얻을 수 있다. 싼값에 가정부를 들일 수 있다는 점도 노후 이민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겐 좋은 조건이다.

    뉴질랜드 부동산개발회사 랜드 앤 레이크 박정규 사장

    “언덕 위 고급주택 수요 미리 읽었죠”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두바이… 요즘 뜨는 해외 부동산
    뉴질랜드에서 부동산개발회사 랜드 앤 레이크와 지주회사 팔스앤어소시에이츠, 시공업체 시그마 컨스트럭션을 운영 중인 박정규(朴正圭·39) 사장은 남섬에 체류 중인 한인 중에서는 가장 지명도가 높은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로 손꼽힌다.

    1993년에 이민 온 그는 현재 크라이스트처치의 고급주택지 생추어리 힐에 10만여 평 규모의 타운하우스 단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등 남섬과 북섬의 상업지구 내 아파트 건축, 리조트 단지 조성 등 5, 6곳의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 부동산 투자분석사(CCIM)이기도 한 그에게 현지 투자 전망과 유의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향후 뉴질랜드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고금리 때문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자본 유입이 많아지고 있는 데다 이민법 조항이 올해부터 완화돼 다시 한 번 아시아인들의 유입 러시가 예상된다. 호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뉴질랜드로 향하는 대체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검증된 개발지역이라면 당분간 완만한 상승곡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 한국 투자자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뉴질랜드에서는 변호사가 모든 거래업무를 공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은 보장되지만, 나머지 옵션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달 수수료 몇%를 떼서 주겠다는 조건으로 부동산중개회사에 임대에 관한 사항을 모두 위임할 수도 있고, ‘여름, 겨울 몇 개월은 우리가 와서 살겠다’는 조항을 넣을 수도 있다.”

    ▼ 금융 조건은 어떤가.

    “한국에서 안정된 수익원이 있다는 걸 증명하면 집값의 80% 정도는 대출이 된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가 8~9%선인 만큼 가능하면 여유 자산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 한인으로는 드물게 생추어리힐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으로 아는데.

    “결국 이곳에서도 얼마나 싼값에 땅을 매입하고, 얼마나 빨리 인허가를 얻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힐(언덕) 지역에 대한 주거수요가 많아 머지않아 자연보전권역에서 해제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땅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시 정책상 도심 주택은 2, 3층으로 층고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 한국인 투자자도 있나.

    “해외체류 경험이 많은 몇몇 분이 초기투자에 참가했다. 땅만 구입한 분들, 땅과 집 분양권을 함께 취득한 분이 절반씩 된다.”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루티즈 코리아의 김천석 이사는 “동남아권이라 해도 인터내셔널 스쿨의 수준은 영어권 나라 못지않기 때문에 유학 수요가 꽤 있다. 또 노후 이민 희망자들이 영주권이나 장기 체류비자를 취득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되는 부동산 상품이 많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한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얼마 전부터 프리홀드(일종의 경제자유구역) 지역의 경우 외국인에게도 완전한 소유권을 양도해주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깊다.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는 아직 토지를 제외한 건물에 대해서만 등기가 나오는 수가 많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수도 콸라룸푸르를 비롯, 신흥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페낭, 조호르바루, 코타키나발루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콸라룸푸르에서는 고층 주상복합과 콘도미니엄, 골프 빌리지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엔 평당 1500만원짜리 아파트도 생겨났다. 2~3년 전에는 대부분 평당 700만원 수준이던 물건들이라고 한다.

    신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코타키나발루 지역에는 ‘리조트형 레지던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 대표 부동산 상품 중 하나인 ‘스파 빌라’에는 호텔처럼 내부 시설이 완비돼 있으며, 단지 내에는 스파, 피트니스센터, 골프코스를 포함한 각종 공용 휴양시설이 구비돼 있다. 30평형대가 2억~3억원 선이다.

    동남아 지역의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는 서구의 선진국에 비해 덜 투명하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사업시행자 고의부도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사례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가능한 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많은 중심상업지구나 자유무역지대, 도심 리조트 지역이 안전하며, 이름 있는 한국 시행사나 건설사를 통해 위탁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용기’가 필요한 두바이

    한편 여전한 유학 수요와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세상승 기대 등은 중국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투자 열기를 식지 않게 하고 있다. 다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신흥 아파트촌에는 한국인들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인이나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거래하면 현지 시세보다 훨씬 높은 ‘한국인 전용 시세’로 구입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부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몇 달 새 경제신문이나 부동산 관련 케이블TV에서 각종 투자컨설팅업체들과 연합해 가장 많은 설명회를 연 해외 부동산투자 대상지역 중 하나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다. 그렇지만 아직 통계로 잡힌 투자건수는 북미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비하면 미미하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관점에서 보면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여러 모로 ‘검증이 덜 된 곳’이라는 게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지역이 중동에 속해 있다는 점도 막연히 투자자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두바이 설명회에서는 이런 ‘레퍼토리’가 단골로 등장한다. “1년에 두세 달만 제외하면 연중 따뜻하고 습도가 높지 않은 사막기후를 보여 중장년층 실수요자가 살기에 좋다” “상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중동의 유일한 달러마켓이라는 점 때문에 자산가치와 임차수요 상승이 예상된다” “부동산 구입시 상대할 파트너는 중동인이 아니라 영국인이 대부분이니 안심해도 된다”….

    두바이 도심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건물과 땅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이 주어진다. 부동산을 사면 영주권과 기능상 별 차이가 없는 주거 비자가 자동으로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거래가의 2%를 등록세로 내야 하지만, 디른 세금부담은 크지 않다. 분양권 전매도 ‘당연히’ 허용된다.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한 리조트 및 주거단지를 개발 중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 ‘팜 제벨알리’ ‘더 월드’ 근처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멋들어진 야자수, 세계지도 형상으로 밤이면 형형색색의 경관 조명으로 분위기가 그만인 인공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대표적인 상품. 50층 이상에서는 분양가만 300만달러(약 28억원)가 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조망권이 떨어지는 시내의 주상복합건물은 상주인구 규모나 경제성장 잠재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건축되고 있어 수년 후 대규모 공실(空室) 사태를 맞게 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미국’이라면…

    인공섬 근처에는 테러 방지를 위한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까지 갖춘 세계 최초의 해저 호텔 ‘하이드로 폴리스’가 2008년 오픈을 목표로 공사 중인데, 이곳에도 지금 투자하면 약간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생겨 오픈이 지연되거나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동산 과열로 인한 ‘거품’ 논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평균 부동산 가격이 한국보다 많이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유학이나 영주권 취득, 장기 거주 등의 목적으로 매입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북핵사태 등을 거치며 잠재적인 ‘피난 수요’도 늘었다는 게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의 귀띔이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 그간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던 중남부 지역 도시들을 공략하는 게 안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틀랜타를 빼면 인구 30만~40만에 불과한 중소도시가 많은데 대도시보다 집값이 절반 이상 싸다.

    중소도시라 해도 대학가 근처에는 언제나 수요가 넘쳐난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순발력 있게 리모델링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20만달러 미만의 저가 주택이라도 깨끗하게 수리해서 쓴다면 임대수익을 내기에도 한결 유리하다.

    한국 못지않게 다양한 세금이 있다는 점은 미국 부동산을 구입할 때 반드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많은 주에서 부동산 평가액의 1~2%를 보유세로 걷고 있는데, 이 경우 집값으로 100만달러만 잡아도 거의 1000만원 가까운 세금이 지출된다. 또한 비영주권자가 어지간해서는 50% 이상의 담보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에이전트 비용에다 의무화한 에스크로(일종의 거래 공증서비스)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여유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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