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강남화’ 가속 페달…‘강남보다 세련된 강남’ 꿈꾼다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04-10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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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당 밑에 분당.’ 분당 주민들에게 회자되는 이 한마디는 그들의 주거 만족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연환경, 교통기반시설, 교육여건, 생활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곳. 한국 신도시의 준거집단이나 다름없다. 15년 전 수도권 중산층의 베드타운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외연을 확장해 명실상부 ‘한국의 중심 도시’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삼성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돈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삼성그룹 임원이 되면 억대 연봉도 노려볼 수 있고, 고급 아파트의 내부 분양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삼성 타임브리지’가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가 시행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한, 삼성전자 임원들을 위한 복지후생형 사원 주거시설이다. 파리의 개선문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 최고급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37층 주거형 오피스텔로 꾸며졌다. 분당선 정자역에서 도보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총 228가구가 59~98평형으로 구성된 이 호화 오피스텔은 로열층의 평당 가격이 3000만원 선이어서 오피스텔로는 국내 최고가를 자랑한다. 2006년 오피스텔 공시가격 발표 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을 앞선 바 있다. 이 오피스텔은 원래 삼성 사내규정에 따라 5년간 팔 수 없는 물건이라 한다. 하지만 중개업소 직원의 설명도 그럴 듯하다.

    “퇴직한 사람 것이야 어찌 못 팔겠어요? 등기된 물건인데….”

    타임브리지의 원래 이름은 ‘분당 타워팰리스’다. 말이 주거형 오피스텔이지 실제로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준공검사와 동시에 일제히 욕조를 설치했고 바닥난방이 될 뿐 아니라 화장실이 2개씩 있어 오피스텔 건설에 따르는 규제는 하나도 적용된 것이 없다. 발코니가 없기는 주상복합도 매한가지 아닌가. 2004년 10월 기흥, 수원에 근무처를 둔 삼성전자 임원급에게 평당 1050만원 선에 분양한 이 오피스텔은 2006년 9월 입주시점에 3000만원을 돌파함으로써 스톡옵션의 기능을 톡톡히 해냈다.

    타임브리지는 우선 이름부터 멋지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런던의 타워브릿지를 그럴듯하게 합성해 작명했다고 한다. 또 외관이 독특하고 오피스텔 자체의 기능성도 뛰어나 최고급 상품이 되기에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영화에서 본 듯한 보안시스템. 라이터만한 리모컨을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 현관부터 엘리베이터 문까지 자동으로 열리며 헬스클럽, 주차장 어디든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 단 리모컨이 없는 외부인은 1개의 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심지어 엘리베이터 버튼도 작동할 수 없다.



    국내 최고급 오피스텔

    1층은 로비층인데 특급 호텔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2층에는 클럽하우스와 4~6평 크기의 스튜디오가 40개 있다. 이 스튜디오는 입주자의 선택사양으로 마련된 이른바 ‘작업실’이다. 집안에서 하기 번거로운 그림 그리기, 피아노 연주 같은 예술작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요컨대 혼자 뭔가를 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롭고 요긴한 공간이다. 이 스튜디오는 80평형대 이상은 대부분 선택했으며 68평형대 중에서도 더러 선택했다. 그밖에 노래방, 코인세탁기, 게스트룸, 독서실, 연회실이 2층에 있다.

    22층은 공중에 떠 있는 ‘황홀한 피트니스센터’다. 러닝머신을 타는 동안 정남향으로 트인 통유리창에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탄천의 풍경이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온다. 23층엔 사우나 시설이 있는데, 피트니스센터에서 고급스러운 카펫 계단을 통해 연결된다.

    59평형은 1면이, 68평형은 2면이, 79·80평형은 3면이 창이다. 81평형은 양쪽으로 창이 나 있어 분당 도심과 고속도로, 청계산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옵션으로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삼성전자 주요 제품이 빌트인으로 설치돼 있다.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분당 구미동 빌라단지(왼쪽)와 중앙공원을 끼고 있는 서현동 시범단지. 두 곳 다 녹지공간이 많아 쾌적하다.

    타임브리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또 하나는 1층에 상업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소형단지의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은 대개 사업성을 높이려 지하층이나 1층에 상가를 들여서 분양하는데,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주거지로서의 세련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1층 상가가 들어설 만한 자리에는 성처럼 높은 벽이 설치되어 있어 타임브리지에는 오직 현관 정문만이 출입구 노릇을 한다.

    물론 타임브리지에서도 점검해야 할 사항이 몇 개 있다. 타임브리지는 여하튼 오피스텔이다. 따라서 평형 대비 전용률은 떨어진다. 주상복합이 2, 3평으로 이뤄진 몇 개의 테라스 공간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오피스텔은 서비스 면적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68평이라도 주상복합보다 실면적이 10평쯤 작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공용공간이 넓은데다 전기료, 연료비, 상·하수도료, 폐기물 처리비용 등에서도 주택용과 상업용의 기준이 달라 관리비가 더 많이 나온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욕조를 설치했으므로 100%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고 엄연한 1주택으로 간주된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2400평의 대지면적은 다소 작은 느낌이 들며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타임브리지 앞 체비지에 10층짜리 상가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천당 밑에 분당’

    서울 도심에서 25km, 강남에서 10km쯤 남쪽으로 들어가면 594만평 대지에 44만여 명의 인구를 가진 분당 신도시가 나온다. 어느새 입주한 지는 15년이 넘었다. 현재 조성된 신도시 중 주거 만족도 1위, 아파트 가격 1위, 도시면적 1위인 분당은 명실상부 가장 성공한 신도시다. 혐오시설, 공장, 낡은 주택이 없고 교육시설, 자연환경, 교통여건, 생활환경 등에서 거의 대부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살아본 주민들이 ‘천당 밑에 분당’이라며 꾸준히 홍보하고 다닌 덕에 요즘은 타 지역 주민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88올림픽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절대 부족한 주택 공급량으로 인한 집값 폭등은 노태우 정부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당국은 조속히 ‘물량투하’를 결정하고 주택건설기획단을 구성한 지 2개월 만에 5개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1989년 4월27일. 넓은 평야와 야산, 개울가로 이뤄져 있던 성남 남단 녹지지역 분당에 60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됐다. 그리고 발표 후 단 7개월 만에 분당시범단지 4030가구가 분양됐다. 이어 1991년 9월 한신, 삼성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자 수도권 주택가격은 그제서야 하향곡선을 그린다. 2001년 택지지구 지정 이후 입주까지 최소 7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판교 신도시 조성 주택행정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분당 신도시는 입주 초기 각종 루머와 부족한 공공 인프라로 시달렸다. 대표적인 것이 불량 레미콘, 바닷모래, 불량 철근 파동이다. 한강 백사장의 모래가 부족해 바닷모래를 사용해 지은 분당 아파트는 염분농도 0.04ppm 이상이면 철근이 부식한다는 이론에 따라 요주의 대상이었다. 곳곳에서 주택건설 사업자들이 부실시공으로 경고나 재시공 명령을 받았다.

    서현역에 내리면 삼성플라자가 나오고 고개를 들면 30층짜리 고층 시범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1991년 9월 입주한 삼성, 한신아파트 1781가구가 1블록, 같은 해 10월 입주한 우성아파트 1874가구가 2블록, 1992년 8월 입주한 현대아파트 1695가구가 3블록, 그해 9월 입주한 한양아파트 2419가구가 4블록, 이렇게 총 7769가구로 이뤄져 있다.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정자역 인근에 최첨단 빌딩을 앞세운 ‘벤처타운’이 조성 중이다.

    어느 신도시나 대개 그렇듯, 분당 역시 시범단지는 당대의 유명 건설사가 시공사로 나섰다. 또 10만평 중앙공원과 명문 초·중·고교는 물론 각종 상업편의시설, 백화점, 전철역이 들어서 있어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총 층수 또한 30층으로 인근 아파트보다 높아 조망권도 우수하고 아파트 평수도 12평형에서 23, 32, 49, 53, 63, 73, 79평형까지 골고루 포진해 주거가치가 높다.

    시범단지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현대아파트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다 평형이 대체로 크고 아파트 평면도 좋다. 18~79평형에 이르기까지 총 12개의 다양한 평형이 있으며 분당의 센트럴파크라 할 만한 중앙공원의 호수와 산책로가 내려다보인다.

    단지 내 진입로를 통하면 중앙공원과 곧바로 연결된다. 한양아파트도 똑같이 중앙공원을 마주보고 있지만 현대아파트와 같은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호수가 보이는 현대아파트와는 달리 산으로 막혀 있기 때문. 그러나 전철역과 백화점 접근성은 한양아파트가 더 유리하다.

    그래도 4개 블록 중 한양아파트 시세가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것은 12·14평 등 소형 아파트가 많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집중된 많은 가구 수는 단지 내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 유독 한양아파트가 입주시점에 ‘바닷모래 부실시공’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아픈 대목이다.

    우성아파트는 조용하고 단지 안에 소공원이 있으며 율동공원이 내다보여 좋다. 17~73평형까지 총 10개 평형으로 이뤄진 대단지다. 삼성, 한신아파트는 시범단지 초입에 위치해 백화점과 전철역이 가깝고, 22~70평의 다양한 평형을 갖춘 것은 물론, 산 조망권도 훌륭하다.

    시범단지 70평형의 1989년 평당 분양가는 180만원이었으나 입주 15년째를 맞은 지금은 2200만원으로, 12배가량 올랐다. 그 기간에 시범단지 5개 시공사 중 2개는 부도를 내고 잊힌 건설사가 됐으며 1개는 법정관리 후 회생, 1개는 워크아웃 후 회생의 절차를 밟았고, 나머지 1개는 구조조정 끝에 랭킹 1위의 시공사가 됐다.

    단지 안에는 서현·분당초교 등 2개 초등학교와 서현중·고교 등 명문 학교가 있다. 서현고는 이 지역에 평준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경기도 내 최고 수준의 명문고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시범단지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리모델링 가능성과 대형 평수에 대한 가치판단 여부다. 이 지역 아파트는 지은 지 15년이 경과해 리모델링이 가능한 상태다. 특히 30평형대 이하는 대부분 복도식이고 동간 거리가 넉넉해 가능성이 더욱 높다. 리모델링을 위한 사전 척도라 할 ‘주민 단합도’도 높은 편이다. 리모델링이 현실화할 경우 시범단지는 낮은 용적률과 생활편의시설 밀집지역이라는 장점을 업고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될 공산이 크다.

    흔히 서울 강남과 분당의 집값과 경제력을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분당의 대형 평형 아파트가 강남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점은 분명하다. 또 강남과 달리 분당 아파트는 평형별 평당가의 차이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따라서 ‘분당의 강남화’가 진행될수록 60~70평형 등 대형 평형 아파트 값이 한 번 더 박차고 오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시범단지 대형 평형 아파트의 가치는 아직도 높아 보인다.

    시범단지의 최대 평수는 79평형으로, 현대아파트는 복층형이고 한양아파트는 단층형이다. 원래 한국인은 복층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으나 최근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시범단지 복층형 시세도 상승하고 있다. 잘 손보면 특색 있고 고친 값 할 만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전통의 강자, 샛별우방

    2000년대 들어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분당에서 시세 1위를 지켜온 아파트는 샛별마을 우방아파트 67평형이다. ‘우방에서 살아요’라는 TV 광고 카피가 이 아파트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샛별우방아파트는 우방건설이 ‘잘나가던’ 당시 분당 최고의 위치에 지어져 일약 스타 아파트가 됐고, 그 왕좌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됐다.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정자동 카페골목. 대부분 업소가 외부로 테라스를 설치했다.

    결정적 이유는 13만평 중앙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내려다보는 데 있다. 아파트 거실에서 보면 분당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와 호숫가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쫙 펼쳐져 있다. 그 뒤편으로는 불곡산 등산로도 시야에 잡힌다.

    총 811가구로 1994년 입주한 샛별우방은 잘 설계된 평면과 튼튼한 아파트라는 소문을 타고 수요가 더욱 몰렸다. 19층에 23, 27, 31, 38, 48, 67평형이 있으며 31평형부터 화장실이 2개다. 다른 아파트보다 넓은 거실, 분리된 주방, 넓게 배치된 양면 발코니는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것이었다.

    특히 67평형은 방 5개, 화장실 2개, 대형 거실은 물론이고 주거하는 가사 도우미를 위한 방 등 별도의 작은 공간 3개가 있는 초대형 아파트다. 발코니를 트면 80평형 아파트가 될 수 있고, 리모델링을 잘만 하면 100평대도 가능할지 모른다. 가로 쪽이 세로 쪽보다 넓어 리모델링을 해도 지금처럼 우수한 평면을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다. 전철역과 편의시설이 다소 멀긴 하지만 오랜 기간 분당 최고의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세월은 속일 수 없다. 그 당당하던 외관도 예전에 비해서는 세련미가 떨어져 보인다. 1가구당 5대가 배정된 대형 평수의 파격적인 주차공간도, 치고 들어오는 소형 평수의 늘어난 자동차로 인해 한밤중에는 주차가 쉽지 않을 지경이 됐다. 젊은이들은 20년 전 명성을 떨치던 우방을 기억하지 못하며, 새로 도색한 페인트 색상도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다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은 분당 최고 아파트였다는 추억 속의 자부심과 사라지지 않을 최고급 조망이다.

    ‘분당의 청담동’, 정자동

    “스르륵, 씩씩, 톡톡….”

    봄비 머금은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처마 끝에 구르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다. ‘잔인한 달’ 4월의 아름다운 그림책. 유리창 밖으로 흐르는 정겨운 빗물, 얼룩무늬 패션우산, 가게 앞에 늘어선 갖가지 수입자동차, 그리고 고급 원두커피향, 파스텔톤 테라스 차양이 늘어선 유럽풍 카페거리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정자동이다. 서울 청담동 못지않다고 해서 ‘정담동’ ‘청자동’으로 불리는 정자동 테라스 거리는 분당의 명물로 떠올랐다. 2년 전부터 정자동 상권은 약속이나 한 듯 주상복합상가에서 보도 쪽으로 1.5m씩 테라스를 만들어 여유공간을 활용했고 이에 따라 유럽 스타일의 노천 카페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카페 거리의 발달로 율동공원으로 빠져나가던 분당 사람들의 약속장소가 정자동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평당 1800만원에 분양됐던 1층 상가도 현재는 5000만원 넘게 올라갔다. 이렇듯 명품상가 거리가 되면 임대료 수입과 상관없이 상가가 잘 거래된다. 상품의 독특한 가치성을 평가받아 희귀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상가 가격은 급하게 2~3배씩 뛰었지만 임대료는 그대로이므로 은행이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런 상가를 사는 것은 지금처럼 장사만 잘되면 돈을 날릴 위험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며, 어느 시점에 가면 임대료를 2배 이상 올려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상권에서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대부분 주상복합상가이고 상가의 천장고가 높다. 최대 5m까지 천장을 올릴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용이하다. 또 평지에 있고 보도에 여유면적도 있어 외부 테라스 설치가 쉽다. 주상복합건물의 종속 상가라 곳곳에 유휴 공간과 광장이 있는데다, 아파트 고객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이처럼 고정, 유동고객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는 상가가 좋은 상가라 할 수 있다.

    양측 점포는 횡단보도가 아니어도 횡단 가능한 왕복 2차선, 즉 4차선 간격을 두고 있다. 이것이 집합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포인트다. 4차선은 주말이나 야간에 1차선씩 주·정차가 가능하고 쉽게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밥집, 만두가게, 부동산 중개업소보다 고급 카페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거리를 선점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명품상가의 성공은 그 상가의 메인 빌딩인 주상복합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별한 조망권이 없어도 화려한 상권으로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는 아파트가 카페 거리에 걸쳐 있는 동양파라곤과 상떼뷰 리젠시다.

    동양파라곤은 344가구 6개 동, 32~69평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두부처럼 반듯한 모양이 특징이다. 레고블록을 쌓아놓은 듯 일렬로 서 있어 앞뒤로 아파트밖에 보이지 않지만 가격은 강세다. 현재 50평형이 13억원선으로 평당 2500만원 정도 다.

    파크뷰와 아이파크

    정자동 6번지의 초대형 주상복합 파크뷰. 용도변경과 특혜분양으로 분양 당시부터 잡음이 있었지만 현재는 분당의 최고가 아파트다. 대지면적 3만평, 연면적 13만2000평에 총 13개 동 1829가구로 이뤄져 있고 탄천과 바로 이어진 ‘정원형 주상복합’이라는 점이 가격상승의 주 원인이다. 95평형 거래가는 40억원 선이다.

    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중심상업용지를 일반상업용지로 바꾸는 용도변경을 관계기관에 끊임없이 청탁했고, 이로 인해 당시 도지사 부인 등 20여 명이 구속됐다. 설계회사인 K사는 탄천 위에 브릿지를 연결해 수내역에서 통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중앙분수와 전원형 조경 등을 설치해 분당 최초로 프리미엄 아파트 개념을 도입했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적용된 것은 물론, 용적률이 350%로, 600~700%를 상회하는 주변 주상복합아파트보다 낮아 쾌적성이 우월하다.

    2004년 여름 파크뷰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당 도심 노후 아파트에 살던 중산층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그중 전망이 가장 나은 탄천 조망권 로열층 54평형의 시세는 입주시점 9억8000만원에서 2005년 봄 13억원, 2006년 봄 18억원, 2006년 말 20억원으로 뛴다. 편리함과 주거 안전성을 찾아 움직이는 분당 주민들의 행동과 기대가 가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파크뷰가 동이 나자 바로 옆 분당 아이파크 값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크뷰는 일시적이나마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가격을 뛰어넘기도 했다. 단지 내에는 정자초등학교와 늘푸른고등학교가 있고 파크뷰 상가 또한 제법 큰 편이어서 웬만한 근린 생활시설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일단 주차장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새 아파트치고는 주차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다. 또한 1829가구 중 조망이 제대로 나오는 가구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앞 동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아이파크는 3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 총 1071가구로 1단지 4개 동, 2단지 2개 동, 3단지 2개 동이다. 29~74평형으로, 파크뷰보다 1년 먼저 입주했다. 파크뷰보다 평당 가격이 밀리는 것은 높은 용적률과 분산된 단지 구성 탓이다.

    1단지에는 수영장이, 옆에 분산된 2단지에는 골프 연습장이, 다시 떨어진 3단지에는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단지 사이의 끼인 땅에는 백궁지엔느라는 사설 상가와 주상복합 상떼뷰리젠시, 금융결제원 건물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1단지 주민이 3단지의 헬스클럽을 이용하러 가기가 쉽지 않다.

    정자역 일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대부분 이런 스타일이다. 원래부터 주상복합을 염두에 두고 분양받은 땅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또 지역의 특성상 서울의 고급 주상복합에서 하는 방식처럼 관리비에 운동시설 이용비를 일괄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 쓰는 사람은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매월 3만~4만원을 내고 개별 신청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아이파크 거실 창밖으로는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청계산 줄기도 보인다. 도시고속화 도로에 딱 붙어 있어 이중창을 열면 ‘난리’가 난다.

    정자역 주변에는 지난해부터 벤처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NHN이 사옥 신축을 준비 중이고 분당경찰서도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며, 두산타워 예정부지에는 초대형 빌딩이 들어올 전망이다. 업무시설 부족으로 베드타운에 머물렀던 분당이 조금씩 자족기능을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에는 신분당선 정자역이 개통된다.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16분에 돌파하는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정자역은 분당에서 가장 번화한 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켈란 쉐르빌과 스타파크

    미켈란 쉐르빌은 디벨로퍼 회사 ‘도시와 사람’의 작품이다. 시공은 삼성중공업이 했다. 정자동 180번지에 지상 38층, 803가구로 구성된 미켈란 쉐르빌은 단지배치와 아파트 평면이 아주 독특하다. 종이 개구리를 접어놓은 듯한 4개의 동을 바탕으로 전 평형 조망과 채광이 잘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 평면은 ‘대포형’ ‘곤충형’으로 기이하지만 탄천 조망을 가진 동은 인기가 좋다. 고급화에 신경을 써서 51~92평형까지 대형 평수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수영장과 피트니스클럽도 갖췄다. 청계산 조망을 가진 평형은 지금은 훤히 트여 있지만 맞은편 공지에 NHN이 23층 건물을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다.

    미켈란은 아파트 분양 때는 잠시 고전했지만 상가 분양에는 성공했다. 넓은 대로를 바탕으로 상가가 활기를 띠는 중이다. 은행과 브런치카페, 베이커리 등이 꾸준히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정자동 174번지 스타파크는 미켈란 쉐르빌과 대각선에 놓여 있으며 지금 한창 입주 중인 주상복합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했고 34·47평형 2개의 평수 378가구로 구성돼 있는데, 두 개 평형은 똑같은 평면을 사용하고 있으며 방의 갯수만 1개 차이가 난다. 200개가 넘는 점포가 입점할 대형 상업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이라는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지하는 해물 뷔페레스토랑이 전체를 임차해 현재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다.

    스타파크의 성공은 이 거대 상권이 얼마나 고급화하는지에 달려 있다. 스타파크 입주 시점과 맞닥뜨려 일시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조정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상가들의 입점 완료와 신분당선 개통, NHN 빌딩 완공 시점이 되면 기다린 만큼의 가격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의 임대아파트

    정자역에서 탄천다리를 건너 우성, 라이프아파트 사잇길로 10분쯤 올라가다 보면 아파트단지 내 상가가 나온다. 상가에 중개업소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참 특이하다. 상가 앞에 노인들이 앉아 있고 아파트 주차장에는 차가 없어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오후의 한적함이 밀려오는 곳.

    “큰아들 연락왔어?”

    “아이구 그놈 얘기는 하지두 말어….”

    “봄인데 왜 이렇게 춥다냐? 이 동네는 신도시라면서 목간통두 없어. 푹 한번 담가주면 좋을 텐데….”

    한솔주공 7단지. 1420가구의 영구임대아파트이며, 12·14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라야 이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는데, 동사무소에 신청을 하고도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월 임대료는 4만원, 관리비는 6만원쯤이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늘어나 총 경비가 15만원쯤 든다. 목련마을, 청솔마을 주공단지에도 1단지씩 영구임대아파트가 있다.

    미금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하얀주공 6단지가 나온다. 이곳은 50년짜리 공공임대아파트다. 역시 상가에는 중개업소가 없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매매할 수도, 임대할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차공간은 넉넉하고, 길이 구미동 고급빌라단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쾌적하면서 고즈넉한 편이다. 아파트 단지 한구석에서는 ‘뽑기’ 장수가 꼬마들을 상대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얀마을 6단지는 15, 16, 17평형으로 돼 있다. 보증금 300만원, 월 임대료 20만원, 기타 관리비가 매월 15만원가량 든다. 공공임대아파트는 입주자 자격요건을 구비하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주공의 모집공고를 보고 예비순위를 신청해 기다려야 한다.

    분당과 인접한 도촌에는 올해 약 2000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이 나온다. 국민임대는 평형별로 차이를 두어 무주택세대주로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 소득 이하인 자만 신청할 수 있다. 1순위는 청약저축에 가입해 24회 이상 납입한 사람이다. 이중 20%는 65세 이상 노부모 1년 이상 부양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탈북 주민 등에게 우선 공급된다.

    대한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임대아파트는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등 세 종류가 있다. 영구임대는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공공임대와 국민임대는 청약저축 대상자에게 돌아간다. 공공임대와 국민임대의 차이는 일정기간 임대 후 일반인에게 분양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다. 공공임대는 임대 후 5년에서 50년 후에 분양할 예정이지만, 국민임대는 분양계획이 없다. 공공임대는 청약저축 가입자로 무주택자면 신청할 수 있지만, 국민임대는 소득·재산 등에서 몇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또 임대료도 공공임대가 국민임대보다 더 비싸다.

    하얀마을 6단지는 요 근래에는 보기 힘든 50년짜리 최장기 공공임대아파트다. 이런 조건이라면 국민임대와 다를 바가 없다. 지금 형편이 어렵다면 잘 갖춰진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분당의 임대아파트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분당의 외연 확장

    분당은 몇 개의 권역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야탑, 서현, 정자동 등 북분당이다. 현재까지 분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곳이다. 강남으로 이동하기 쉽고 볼거리, 먹는 곳이 몰려 있다. 정자동까지가 평일이든 주말이든 별다른 차량 정체 없이 서울로 이동하기 수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고속터미널, 백화점, 외제차 전시장, 커피숍, 고급 주상복합, 학원이 몰려 있다.

    둘째는 미금 구미동과 오리역 인근이 합쳐진 남분당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군데군데 상습 정체지역이 나온다. 미금역이 워낙 복잡한데다가 용인 구성읍과 죽전지역에서도 차가 밀려나오기 때문이다. 서울대 분당병원, 고급 빌라촌, 법원 및 검찰청 예정 부지, 농협 하나로마트 등이 이곳에 있다.

    셋째로, 행정구역상 분당은 아니지만 분당권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용인시 죽전지구와 동백지구가 있다. 각각 100만평의 택지지구인 죽전, 동백은 현재 입주 후 4년, 2년차를 맞고 있다.

    넷째는 2009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300만평 규모의 판교 신도시다.

    ‘가장 성공한 신도시’ 분당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졸업 (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 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다섯째는 정부가 올해 6월에 발표하겠다는 분당급 신도시다. 경기 광주, 오포, 서울공항 인근, 과천, 안양권 어디라도 분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 분당과 연결된 분당급 신도시가 조성되면 분당은 강남급 새 도시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 분당 600만평에 판교 300만평, 죽전·동백 200만평, 새 신도시 600만평을 합하면 당장 1700만평의 대형 신도시가 집적 효과를 이루며 형성되기 때문이다. 1700만평은 강남구 1200만평의 1.4배에 해당한다. 지금 분당의 꿈은 ‘강남보다 더 세련된 강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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