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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노 대통령은 ‘세계화 이전의 세계’에 갇혀 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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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방은 확대, 경제주체 자율성은 축소
  • ‘청와대發 혁신’은 가짜
  • ‘8부 능선’에선 정상에 대한 상상력이 중요
  • ‘다보스 바람’과 ‘시애틀 바람’ 통합하는 ‘서울 바람’
  • ‘11대 경제대국’ ‘수출대국’은 허상
  • 삼성을 놔줄 것인가, 붙들 것인가
  • 어부지리냐, 새우등이냐…한국의 선택은?
‘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비슷한 것은 가짜다(求似者, 非眞也).”

연암 박지원이 그의 저서 ‘녹천관집서’에서 한 말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맞서 싸워야 할 적(敵)은 거짓이 아니라 비슷한 것들이다. 실체가 아닌 그림자, 실상이 아닌 허상을 붙들고 싸우는 사람은 실패한다. 그런 것을 붙들고 싸우는 국가도 역사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영호(金泳鎬·68)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유한대학 학장)은 이제껏 경제학자로서,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초정(楚亭) 박제가를 마음속 스승으로 모신 제자로서, 한국이 붙들고 있는 허상과 싸워왔다.

예컨대 20년 전 그가 펴낸 ‘한국경제의 분석’을 보자. 그는 이 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건 발상의 빈곤이자 지적 종속”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그는 “한국이 성장제일주의에 사로잡혀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해도 실수익은 적다”며 “양 위주의 성장보다는 부가가치의 증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당시 노태우 정부의 주장이 진실을 가리는 ‘사자(似者)’임을 꼬집은 것이다.

허상을 붙든 결과는 어떠했을까.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김영삼 정부 때 OECD에 가입했으나, 양적 확대에만 힘을 낭비한 나머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1980년대 말, 그는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격차 문제(지금으로 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서해 시대(중국 부상) 등 당시로선 문제의 기미도 보이지 않던 것들을 앞서서 고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7년 초에는 외환위기 가능성과 그 액수까지 예측해 국제통화기금(IMF)측을 놀라게 했고, 1999년엔 벤처기업의 버블을 걱정했다. 2000년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엔 박제가 선생의 통상론을 기초로 ‘개방형 통상국가론’을 제창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채택됐다.

진실을 가리는 사자(似者)

2003년 7월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는 “엄청난 가계 부채와 카드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 한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잠식하는 중국의 값싼 제품 때문에 심각한 경제위기가 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지난 2월 말 한 강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김 전 장관은 한국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귀가 솔깃했다. 한 차례 더 만나 좀더 깊이 있게 그의 견해를 듣고 싶었다.

아무래도 첫 질문은 2003년 7월 ‘신동아’에 기고한 글과 관련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 “한국 기업이 가격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경쟁 구조로 들어가야 한다”며 “2005~2006년까지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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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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