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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노 대통령은 ‘세계화 이전의 세계’에 갇혀 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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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과의 전쟁’ 나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산에 오를 때 8부 능선 근처에서 가장 힘들다. 이때는 정상에 대한 상상력이 중요하다.

▼ 2006년쯤 뭔가 일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때를 넘기면 우리 앞에 놓인 기회의 문이 닫힌다고 하셨죠.

“한국은 지금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서 샌드위치 위기 상황을 맞고 있어요. 2006년을 전후로 해서 한국이 중국을 앞선 시대는 끝났다고 봐요. 미시적으로 보면 우리가 앞선 부분이 많지만, 외국에선 2005년부터 중국이 앞섰다고 봐요. 이미 중국은 한국의 실력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선생으로 보고, 한국으로부터 투자와 기술을 갈구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어요. 샌드위치 위기가 심화하면 한국 경제는 위험합니다.”

▼ 당시 한국이 앞선 IT기술로 2005년까지 기술혁신을 일궈내야 한다는 지적도 하셨죠. 디지털 관련 국제표준이 그때까지 대부분 완료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이 디지털 기술만큼은 세계 선진국과 동시에 출발했어요. IPTV 표준화 경쟁에선 유럽에 밀리고, 차세대 DVD나 웹2.0 세계에서도 뒤처지고 있어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기회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시대를 앞서 나가는 데 실패했다고 봐요. 한국이 앞선 분야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중국과 인도는 잘하고 있고요, 한국과 대만은 뒤처지고 있어요.”

▼ 한국과 대만이 처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 대만 경제가 좋지 않아요. 쓸만한 기업은 모두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대만에 투자한 화교자본도 중국으로 갑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죠.”

못 배운 恨, 못사는 恨

▼ 현재 한국이 어디쯤 와 있다고 진단합니까.

“정상을 바로 앞둔 8부 능선쯤 왔다고 할까요. 이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한국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는 한(恨)이 원동력이었어요. 가난의 한, 못 배운 한, 후진국이라는 한을 풀기위해 기를 쓰고 올라온 거죠. 그런데 한은 정상과 가까울수록 사라져요. 한이 풀리면서 에너지가 차츰 줄어들어요. 또 피곤하고요. 국제적인 환경도 어렵고요. 여기서부터는 산정(山頂)에 대한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한이 원동력이 돼서 올라왔다는 얘기가 인상적입니다. 그 한을 부추긴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 아닙니까.

“처음엔 박정희 모델로 산을 올라갔죠. 수출주도형 공업화, 이른바 코리아 모델은 아시아 각국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의 한류(韓流)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른 나라들이 자립형 공업화를 실험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기 때문에 코리아 모델이 더욱 부각됐어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가 이 모델을 받아들였고, 아프리카와 중남미에도 영향을 끼쳤죠.

한국엔 산업화의 결과로 중산층이 탄생했고, 중산층이 민주화를 달성했어요. 1960년대 말 한국의 경제고문을 지낸 미국의 어마 아델만 교수가 이를 이론화했고요. 산업화의 연옥(煉獄)을 통과해야 민주화라는 천국에 이른다는 것이었죠.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가 총리 시절, 미국으로부터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늘 ‘한국모델’을 내세웠거든요.”

▼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막을 내린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때 성장주도 경제개발에 제동이 걸렸는데요.

“1987년은 한국 민주화의 원년이죠. 개발독재 체제 속에서 성장한 화이트칼라, 월급쟁이, 중소득자층이 체제 밖의 민주화 세력과 연대한 것이 6월 민주항쟁이에요.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수많은 월급쟁이가 외국으로 나가 자유의 공기를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자유의 물결을 목격한 이상 독재국가에서 살 수는 없었던 겁니다. 이를 계기로 시민사회의 생각이 정부에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갖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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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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