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표재순 ‘하이서울페스티벌’ 총감독

“해마다 5월이면 세계인들이 서울 떠올리게 할 터”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7-04-11 17:2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4월27일~5월6일 한강, 북촌, 서울광장 등에서 화려한 축제
    • 서울시민에겐 자긍심을, 외국 관광객에게는 ‘다이내믹 서울’을
    • 한강을 경제 기적 상징에서 문화 기적 상징으로 승화
    • 정조班次圖 재현, 수중다리…즐길거리 다양
    • 연극, 드라마, 뮤지컬, 국제행사, 기념식…40년 연출 인생
    표재순 ‘하이서울페스티벌’ 총감독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의 봄’을 활짝 피우는 하이서울페스티벌(Hi Seoul Festival)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4월27일부터 5월6일까지 열흘간 서울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여느 해보다 기간도 늘었고 행사 규모도 커졌다는 게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설명이다. 특히 한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배치해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예정이라고 한다.

    하이서울페스티벌 이야기를 듣기 위해 표재순(表在淳·70) 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를 제외하곤 줄곧 총감독을 맡아 축제를 진두지휘해왔다.

    표 단장은 대표적인 무대연출가로 명성을 떨쳐왔다. 연세대 극예술연구회 출신으로 1960년 실험극장을 창단했고, 1963년엔 극단 산하의 창립단원으로 활동했다. 1966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77년엔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연출한 연극만 100편이 넘는다.

    또한 1969년부터 1989년까지 MBC 드라마 PD로 ‘대원군’ ‘집념’ 등 50여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고,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해상왕 장보고’, 오페라 ‘성춘향’ 등 뮤지컬과 오페라 연출에도 일가견을 보인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88서울올림픽 개·폐막식, 2002월드컵 전야제, 대전엑스포 개·폐회식 등 각종 국제행사를 총감독했다.

    서울 브랜드 가치 높일 문화축제



    중구 태평로에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벌 사무실을 찾았을 때, 백발이 성성한 그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쳐 보였다. 한강 지도를 펼쳐놓고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직원들과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축제 개막일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마음이 급합니다.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행사 전체를 조율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랫동안 연극과 드라마, 그리고 국제행사며 기념공연 연출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일 행사 연출과 하이서울페스티벌 같은 복합 문화행사 총연출은 성격이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연극이나 드라마, 국제행사 기념식은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데 비해,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가 열리고 이를 조화롭게 아울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행사 규모도 다르고요. 여러 장르가 혼재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선 같습니다.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총연출을 하는 데 어려움보다는 일하는 재미가 더 큽니다.”

    ▼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1394년 10월28일이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조선의 수도로 정도(定都)한 날입니다. 이를 기념해 1994년부터 이날을 ‘서울시민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치러왔습니다. 기념식을 하면서 이런저런 문화행사를 덧붙였는데, 10월 말이면 너무 추워요. 비라도 오면 사실상 야외행사가 불가능했죠.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엔 서울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국 관광객에게는 다이내믹한 서울의 모습을 보여줄 축제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서울은 600년 고도(古都)의 전통과 현대의 첨단 산업·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세계의 중심이자 일류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축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민의 날에 하던 문화행사를 2003년부터 5월로 옮겨 ‘하이서울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겁니다.

    ▼ 지금까지의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자평한다면.

    “자화자찬하기는 뭣하지만, 해마다 시민의 참여율과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족도는 2004년 53.8%에서 지난해엔 69.5%로 높아졌고, 축제 참여 인원은 첫해인 2003년엔 60만명이던 것이 지난해엔 125만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축제를 즐기러 온 외국인 입국자가 첫해 3만5605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압니다. 이젠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요.”

    1200만 관광객 유치의 첨병

    ▼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연 600만명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 유치’를 주요 정책의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습니다.

    “올해는 관광객 1200만 시대를 위한 서울 브랜드 마케팅의 원년입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도 관광서울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1000만 시민과 외국 관광객이 하나 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서울 톨게이트 등 서울의 관문에서 한강, 북촌에 이르는 거리에 온통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외국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와 연계한 버스투어 관광 패키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축제의 주제가 바뀌었는데, 올해 주제는 무엇입니까.

    “‘전통과 미래가 하나 되는 미라클 서울’, 즉 서울의 기적입니다.”

    ▼ 이전의 하이서울페스티벌과 비교해 올해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시청 앞 서울광장이 축제의 주된 마당이었고, 거기에 청계천이 곁들여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서울 전체로 보면 매우 작은 공간에서 축제가 열린 셈이죠. 올해는 거기에 북촌과 고궁, 한강이 추가됐습니다. 우선 북촌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전통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20세기 한강이 경제기적의 상징이었다면 21세기 한강을 문화예술 기적의 상징으로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북촌과 한강을 합쳐 ‘문화 기적’을 상징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서울시민이 찾고, 세계인이 찾는 곳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강은 서울시민이 찾기에 불편한 닫힌 공간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큰 강이 흐르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자랑스러운 한강을 시민의 품에 더 가까이 가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구상했습니다. 한강을 도시민의 쉼터, 재충전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태공간, 문화 트렌드의 상징으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 축제 기간도 이전보다 늘었더군요.

    “과거엔 사나흘이던 것을 열흘로 늘렸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는 일본의 황금연휴(Golden Week)와 중국의 노동절 연휴가 이어집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생각에서 두 연휴를 포함시키다보니 축제기간이 길어졌습니다. 프로그램도 과거 문화공연 중심이던 것에서 탈피해 서울의 역사를 부활하고 상상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던 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라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기획했습니다.”

    ▼ 가장 특징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행사의 80%가 한강을 중심으로 열립니다. 우선 뚝섬과 잠실에서 ‘도전과 꿈’이란 주제로 물 축제가 열립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수영스타 박태환군과 1980년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씨,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 등 유명인들과 함께 한강을 횡단하는 수영대회를 비롯해 물을 주제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창덕궁에서 출발해 노들섬에 도착하는 정조반차도(正祖班次圖) 재연도 볼 만한 프로그램입니다. 정조대왕이 경기도 수원 화성에 가던 행렬을 그대로 연출할 생각인데, 참여인원만 1000여 명, 소품으로 사용될 말만 130필에 이릅니다. 또한 노들섬에 수중 미라클 다리를 만들어 발목까지 물에 잠긴 채 한강 위를 걸어가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습니다.

    선유도에선 세계줄타기대회가 열립니다. 현재 줄타기 세계최고 기록은 400m인데 1km 길이의 줄을 매다니만큼 세계기록 경신이 기대됩니다. 난지지구에서는 전세계 젊은이들이 2박3일 동안 밤낮으로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DJ페스티벌이 열립니다.”

    ▼ 서울광장이나 북촌에선 어떤 행사가 열립니까.

    “서울광장에선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패션쇼가 열립니다. 또한 경희궁에 가면 언제든지 왕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공연이 열립니다. 북촌에선 상설 공방매장이 들어서 전통공예품을 사거나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재동초등학교에는 조선시대 일상을 그대로 재현해놓아 관람객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5억원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miracle)입니다.”

    풀리지 않는 숙제

    ▼ 일각에선 세계적인 축제들과 비교해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별 특징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축제가 시작된 후로 ‘정체성이 없다’ ‘비빔밥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실제 브라질의 리우카니발은 삼바춤, 일본의 삿포로 축제는 눈,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스페인 팜플로나는 투우라는 단일한 주제로 세계적인 축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축제들은 수백년 동안 내려온 행사입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도 궁극적으로는 단일 주제로 가야 합니다. 저도 처음 축제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울을 상징하는 주제가 뭐냐를 가지고 토의하지만 결론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해마다 주제를 바꿔보는 겁니다. 다양한 실험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대표적인 주제가 있을 테고, 결국엔 그것이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제 생각으로 서울의 특징은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겁니다. 또한 좁게는 8도 사람들, 넓게는 전세계인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즉 ‘다양성’이 서울의 정체성이 아닐까 합니다.”

    ▼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향후 발전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세종문화회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엔 공연예술 공간뿐 아니라 미술관도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축제기간에 세계적인 일류 공연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해요. 축제 기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발레 연극 오케스트라 오페라 뮤지컬 등 세계적인 공연이 펼쳐지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전세계 사람들이 해마다 5월이 되면 ‘올해는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뭘 할까?’ 하면서 서울을 찾지 않을까요.

    또한 길거리 퍼레이드가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상징 행사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해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종로에서 서울광장까지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는데, 시민의 호응이 아주 높습니다. 올해는 우리 ‘역사를 빛낸 인물’이 테마입니다. 시민도 함께 참여해서 신명나는 축제가 됐으면 합니다.”

    그는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지금까지는 축제에 참여한다는 게 그저 구경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엔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는 시민이 좀더 편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많이 참여하고 즐겨서 수준 높은 축제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