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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화를 통해 본 얘기가 있는 해양사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강사 koyou33@empal.com│

영화를 통해 본 얘기가 있는 해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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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출연에 500만달러 받아

근대 해양사를 대표하는 영화로는 존 글렌 감독의 ‘콜럼버스: 발견’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1492 콜럼버스’를 꼽을 수 있다. ‘콜럼버스: 발견’에서 조지 코러페이스가 콜럼버스 역을, 레이철 워드가 이사벨라 여왕 역으로 나왔다. 말론 브랜도가 이단 심문관인 토케마다 신부 역으로 5분간 나오고 출연료 500만달러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콜럼버스가 포르투갈 궁정에 지원을 요청한 후 기다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극적 흥미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다루었다는 점에서 역사 교육용으로 적합하다.

‘1492 콜럼버스’에서는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콜럼버스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오류는 *멘데스가 육지를 처음 발견(실제로는 육지를 처음 목격한 이는 로드리고 데 트리아나) *돌아올 때 서인도에서 배 3척이 출항(역사적 사실은 산타마리아 호 침몰로 2척만 돌아옴) * 마르틴 핀손이 부상으로 나비다드에 잔류하여 사망(귀국 후 세비야에서 1493년 사망) 등이다.

‘영국 영화산업의 창시자’로 불리는 알렉산더 코르다 감독이 1941년에 제작한 ‘해밀턴 부인’은 영국-프랑스 사이의 해상쟁탈전이라는 시대 배경 속에서 피어난 해밀턴 부인과 넬슨 제독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비비언 리가 해밀턴 역을, 로렌스 올리비에가 넬슨 역을 열연했다. 당대 최고의 남녀 배우가 1940년에 결혼한 직후 함께 출연해 이목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은 총을 맞고 숨져가면서 “해밀턴 부인에게 내 머리카락과 재산을 주라”고 함장에게 당부했다. 넬슨은 나일강 해전, 코펜하겐 해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모두 승리함으로써 영국에서는 ‘바다의 신’으로 추앙되는 인물이다. 연전연승, 극적인 죽음 등에서 이순신 장군과 비견되기도 한다.



최근세 해양사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는 우선 존 휴스턴 감독 연출, 그레고리 펙 주연의 ‘백경’을 들 수 있다. 18세기에 미국의 고래잡이 어업은 중요한 산업이었다. 당시 고래 기름은 가정용 등불과 가로등에 쓰였고 고래 수염과 뼈는 다양한 재료로 활용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소설가 허만 멜빌은 ‘모비 딕’이라는 소설에서 포경선 선장 에이햅이 자신의 한쪽 다리를 망가뜨린 흰고래를 찾아 복수하는 이야기를 썼다. 멜빌 자신이 세 차례에 걸쳐 선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영화의 대본은 이 소설에 근거를 두었다. 진지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그레고리 펙이 격정적인 성격을 지닌 에이햅 선장 역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중평을 받았다. 에이햅이 백경을 만나 작살을 꽂으며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전함 포템킨’은 창작 요소 많아

러시아의 에이젠스체인 감독이 제 1차 러시아혁명 20주년을 기념해 1925년에 완성한 ‘전함 포템킨’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고전 작품으로 꼽힌다. 1905년 러시아 함대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포템킨 함상에서 일어난 봉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포템킨 함의 수병들은 급식으로 나온 썩은 고기 수프에 울화가 치밀어 항의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거칠게 몰아세우는 함장과 장교들에 맞서 함상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봉기를 주도한 수병 하나가 살해당한다. 병사들은 더욱 흥분하고 이들의 움직임이 배가 정박한 오데사 항구의 시민들에게도 포착된다. 시민들은 달걀, 채소 등을 건네며 병사들을 격려한다. 오데사 시민들은 시가지에서 시위를 하고 군인들은 총을 쏘며 시민들을 진압한다. 포템킨 함 수병들은 마침내 함선을 장악하고 자유의 깃발을 내걸었다.

이 영화는 공산주의 체제의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몽타주(편집) 기법, 시퀀스(연속 장면) 기법 등 영화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역사적 사실 측면에서는 창작된 부분이 많아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

이 책은 끝부분에 ‘역사·바다·해양사’라는 간략한 논문을 실어 해양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고자료와 각주를 상세히 달아 이 분야를 더욱 탐구하고픈 독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책에 실린 영화 포스터, 사진 등이 컬러가 아닌 흑백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다.

영화를 통해 역사 공부를 더하고 싶은 독자는 ‘영화로 배우는 서양사’(김형곤 지음)를 읽어봐도 좋겠다. 건양대 교수인 저자는 교양수업 시간에 영화를 본 후 토론을 진행했는데 그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바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가 읽을 만한 책은 ‘문명과 바다’(주경철 지음), ‘장보고의 나라’(윤명철 지음),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주강현 지음),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박상진 엮음) 등이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명화 DVD를 빌려와 감상하고 관련 도서를 읽으면 교양과 재미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리라. 큰돈 들이지 않고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고품격 피서법이기도 하다.

‘영화에 빠진 바다’ 김성준 지음/ 혜안/ 436쪽/ 2만2000원

신동아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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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강사 koyou3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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