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9-07-28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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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외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_ 유정아 지음, 문학동네, 264쪽, 1만3000원

    2004년 가을 학기 서울대학교에 말하기 강좌가 개설된 이래 5년간의 강의록을 써 내려간 이 책은 두 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통의 양식은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등 컴퓨터 매개 소통(CMC)의 저변 확대로 우리 일상의 소통 양태와 소통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소통은 보다 개방적으로 변했으며 일상적이고 작은 데에 관심을 두고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수렴한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던 권위적인 기관과 집단의 힘은 분산되고 개인이 정보에 접근하고 의사를 전달할 기회도 많아졌다.

    미디어를 통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현실의 땅을 짚지 못한 몽상일 수 있으나, 이러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모습이다. 누구나 같은 정도의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갖는 당국자라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통의 양태가 암묵적 우열이 있었던 소통의 불평등을 허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 맥락은, 소통의 양태가 아무리 바뀌어도 소통의 중심에서 말하기를 지우기란 요원하며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말하기와 소통의 본질은 진심을 나누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어도 인간에겐 ‘관계 맺기’의 본능이 있으며 인간 소통의 제일의 목적은 이 관계 맺기다. 그리고 관계 맺는 데에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인 것은 소통의 기교가 아니라, 자신이 세상이나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진심을 내비치고 있는지, 상대의 진심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진심을 듣고 상대와 함께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등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양태는 변해가고 본질은 진심 나누기인 소통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하기를 자신의 안으로부터 꺼내는 일이다. 말하기를 배운다는 건 말에 대한 지식을 바깥에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되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탁월한 말하기 방법을 발견해 훈련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는 자신만의 탁월성이 있으며 그것을 향해 가는 노력(arete·그리스어로 아레테)을 기울일 수 있다. 각자의 말하기 미덕은 다 다르다. 유창미도 있지만 투박미도 있고, 숭고미도 있으나 가벼운 미덕도 있고, 나아가 어눌함도 미덕이 될 수 있다. 그 각자의 아름다울 수 있는 말하기를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건 가능하지도, 가당치도 않다.

    이 책에서는 각자의 소통의 마음가짐과 듣기를 포함한 개념의 말하기 기본을 성찰해보고, 각 말하기 분야, 즉 자기소개스피치 정보스피치 설득스피치 대화 인터뷰 토론의 분야별 핵심 노하우에 대한 맞춤 강의를 정리해놓았다. 이 책을 발판 삼아 자신의 말하기를 바라보고 그 성찰을 딛고 소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필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바다.

    유정아│아나운서·중앙대 겸임교수·서울대 강사│

    그들의 새마을운동 _ 김영미 지음

    ‘일제시기-한국전쟁기 주민동원·통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동안의 역사가 국가사와 민족사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개개인의 삶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낮은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을 것인가” 고민하다 “지금까지 약 10년간 민중의 생활공간을 탐방하고, 곳곳의 역사적 경험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 책은 민중 세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재조명한 저자의 첫 작품이다. 그의 연구가 탁월한 건 새마을운동을 주도한 정부가 아닌 ‘직접적 주체자’인 농민을 다루고 있어서다. “국가사의 틀을 보완하고, 나아가 농촌 혹은 농민 사회에 대한 역사상을 재구성”하고자 농민의 시선에 집중했다.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8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푸른역사/ 407쪽/ 1만9000원

    시대의 초상(사르트르가 만난 전환기의 사람들) _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윤정임 옮김

    실존철학에 몰두하며 소설 ‘구토’ ‘존재와 무’를 발표한 장 폴 사르트르. ‘시대의 초상’은 사르트르의 사상과 예술관을 정리한 ‘상황’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사르트르는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76년까지 ‘상황’ 시리즈 10권을 펴내며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이 책은 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과 예술가에 대한 사르트르의 평론이다. 책을 읽다 보면 역사, 미래, 자유, 실존, 투쟁 등 사르트르 사상의 핵심 단어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저자 사르트르는 레지스탕스 운동에도 참여하고 전후에는 메를로 퐁티와 ‘사회주의와 자유’라는 이름의 저항단체를 조직하며 사상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45년에는 ‘현대’를 창간해 알제리해방전선을 지원하고, 베트남 전범 국제재판에 참가하기도 했다. 비(非)공산당계 좌익을 대표해 정치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지성인의 시선이 날카롭다. 생각의나무/ 519쪽/ 2만8000원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 _ 노엄 촘스키·질베르 아슈카르 지음, 강주헌 옮김

    촘스키와 아슈카르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2006년 1월4일부터 6일까지 MIT 내 촘스키 연구실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스티브 R. 샬롬이 사회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중동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역학관계와 외교정책을 파헤쳤다. 테러(테러의 위협은 어느 정도이고, 테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음모론(음모론이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근본주의(근본주의의 발생 원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근본주의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가), 민주주의(중동의 민주주의는 어떤 상황이고, 이라크 전쟁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중동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특히 원유의 역할과 ‘이스라엘의 로비’) 등이 토론의 주제로 선택됐다. 촘스키는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리는 정치활동가이고, 아슈카르는 레바논계 프랑스 지식인으로 반전운동가다. 사계절/ 520쪽/ 2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외
    패러독스 범죄학 _ 이창무 지음, 메디치미디어, 240쪽, 1만3000원

    책이 출간되고 며칠 후 청송교도소의 한 재소자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40여 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는 그는 “범죄의 허상이 아닌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범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범죄에 대한 쓸데없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책의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편지를 보냈다.

    질병을 정확히 알아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할 수 있듯이 범죄 역시 범죄의 본 모습을 정확하게 알아야 범죄 피해를 막고 예방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해 일반인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 그리고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음으로써 범죄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 책을 펴내게 된 취지다.

    패러독스 범죄학은 범죄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인이 범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나 잘 모르는 것 등 범죄에 대한 허상을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범죄가 계속 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죄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경찰이나 검찰이 발표하는 범죄 통계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된다. 하지만 이는 신고율 등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범죄 피해자 조사 등을 보더라도 범죄는 늘지 않았다.

    또 범죄는 주로 2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 쪽 얘기고,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40대 장년층이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다. 청소년 범죄도 갈수록 흉포해지고 잔인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가장 흉악스러운 범죄인 살인만 하더라도 1995년에는 청소년에 의한 살인이 84건이었는데, 10여 년 후인 2008년에는 23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약의 경우 지금은 심각한 범죄이지만,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범죄가 아니었다. 코카인 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애용하던 기호품이었고, 코카콜라도 시판 초기에는 코카인을 넣어 이름이 코카콜라가 된 것이다. 당연히 신문에도 버젓이 광고를 했고 말이다.

    사기는 어수룩한 사람들 못지않게 닳고 닳은 사람들도 많이 당하게 마련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는 손님을 가장한 절도를 방지하기 위해 탐지센서와 CCTV 등 다양한 첨단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막상 가장 큰 손실은 내부 직원의 절도와 횡령에 의해 발생한다. 산업스파이도 마찬가지다. 산업 기밀을 빼돌리는 건 대부분 전ㆍ현직 직원들이다.

    그리고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쉽게 사이코패스가 판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PCL-R 테스트로 쉽게 사이코패스가 구별될 수 있다면 정신의학이나 범죄심리 전문가가 굳이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범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막을 수 있는 피해도 감수하게 된다. 우리가 범죄의 참모습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창무│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희망을 여행하라 _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 지음

    “공정무역이 물건의 여행이라면, 사람의 여행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품고 공정여행(‘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 가이드북을 냈다. “100여 명의 여성이 옷감을 짜고, 물을 들이고, 목각도장으로 천에 문양을 새기며 새로운 삶을 일으키는 툴시메할 아쉬람. 지역의 유기농업을 지원하고 호텔의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호텔 투시타. 가난한 농촌 여성들을 히말라야에 오르는 산악 가이드로 훈련시키며 여성들의 삶을 돌보는 기업 쓰리 시스터즈. 새로운 여행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어떤 희망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이매진피스라는 네트워크의 활동가인 저자들은 희망의 나침반이 되기를 꿈꾸며 2년간의 시간을 글로 옮겼다. 소나무/ 456쪽/ 1만6000원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_ 안동림 지음

    “오늘날의 지휘자에게는 고전파라든지 낭만파 또는 현대파라는 유파적인 구별은 거의 의미가 없다. 지휘자의 인간성이나 음악성이 그 특성으로 인정된다.” ‘이 한 장의 명반’ 시리즈로 유명한 안동림 선생이 20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책에서 그는 20세기 클래식 음악계를 이끈 지휘자 34명의 생애와 음악적 자취를 좇고 있다. 클래식 전문잡지 ‘객석’에 3년간 연재한 글을 묶은 이 책에는 음악 애호가의 지휘자 평 외에도 반드시 들어야 할 역사적 명반이 정리돼 있다. 독자는 글을 읽으며 지휘자의 창조적 역량이 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본인의 심경이 음악을 듣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알게 된다. 책 출간에 맞춰 클래식 레이블 EMI에서는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음반을 출시할 예정이다. 웅진지식하우스/ 495쪽/ 2만5000원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상) (하) _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일흔 즈음에 15권에 달하는 ‘로마인 이야기’를 완결한 저자가 이번에는 로마 멸망 이후를 들여다봤다.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는 약 1000년의 시간을 살핀다. 당시에는 로마에 의한 평화가 무너지고, 지중해 세계에는 새로운 문명인인 이슬람 세력이 부상했다. (상)권에서는 주인 없는 바다에 침입하는 사라센 해적들과 반격하는 기독교 세계를 다룬다. 북아프리카에서 노예 신세가 된 기독교도를 구출하기 위해 조직된 구출기사단의 활동이 돋보인다. (하)권에서는 해적들을 앞세워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투르크 제국과 이에 대항하는 기독교 세력 간의 공방전이 담겨있다. 저자는 프레베자 해전, 제르바 해전, 키프로스 공방전, 레판토 해전과 같은 문명 간 전쟁을 자세히 묘사했다. 한길사/ (상)405쪽 (하)478쪽/ (상)1만5500원 (하)1만65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외
    웹 이후의 세계 _ 김국현 지음, 성안당, 320쪽, 1만2800원

    근대 SF장르 문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미래적 ‘네트워크’다. 공각기동대의 전뇌화(電腦化)도 매트릭스의 매트릭스도 공포의 감시망으로 실재하는 또 다른 공간을 그려내곤 했다.

    그러나 2009년 현재 우리는 이미 그러한 네트워크 위에서, 아니 그 네트워크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그럴듯하지 않은 네트워크, 바로 웹이다.

    미래에 식상한 걸까. 우리들은 SF작가가 그려내려 했던 그 미래상, 웹의 충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웹은 일상의 일부, 생활의 보조라 여겨지고 있고 이는 미디어의 탈을 쓰고 나타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문과 잡지와 TV와 라디오의 뒤를 잇는 익숙한 매체의 탈을 쓴 채, 차세대 광고 매체로 이해되고 해석되며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매체의 차세대 형식이라는 설정은 이 근미래적 네트워크가 자신을 은닉하기 위해 택한 방편일 뿐이었고, 광고 수익은 스스로의 일차적 생존을 위해 우리 현실에 꽂아놓은 촉수와도 같은 것일 뿐이었다. 그 덕에 매체를 향했던 규제의 덫에 걸리기는 했지만….

    웹의 정체는 SF적 묘사에서 나온 그 어떠한 불편한 대안세계보다도, 더없이 치밀한 공포의 감시망보다도 더 철두철미하게 삶의 상식과 양태를 파괴하고 또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재생할 그 ‘네트워크’나 다름없다. 이 책에서 그리려 한 것은 이에 대한 치밀한 묘사다.

    이제 겨우 20년, 아니 벌써 20년 웹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맹렬하게 변화의 자기장을 발산해 주위를 휘감아 가고 있다. ‘웹 이후의 세계’란 그 변화 뒤의 세계 혹은 그 변화의 조건에 대한 기록이다.

    혹자에게는 웹이란 그냥 뉴스나 보여주는 화면에 불과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바로 그 혹자가 온존하고 있던 기득권을 붕괴시킬 비즈니스 모델, 바로 그 기득권이 의존하고 있던 정치 경제적 질서를 무력화할 망라적 소통의 도구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그 현상과 증거를 지난 수년간 꽤나 많이도 목격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힘을 누군가는 이용하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공평(equalizer)한 실현자(enabler)로서 e-세상은 바로 그러한 중의적 의미의 이상(理想/異相)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클라우드, UX, 컨버전스 등 그 현상을 읽어가는 데 필요한 개념의 이해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웹 자유주의’라는 사상적 탐색으로 이어진다. 이는 우리가, 특히 한국 사회가 놓여 있는 지금 이 시점이 더 이상 어리석음을 반복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각성 때문이다. 웹, 이 극단적 자유의 시뮬레이터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 것인가, 그 토론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국현│IT평론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경영 전략 _ 피터 킬링·토머스 맬나이트·트레이시 키즈 지음, 박정현 옮김

    “경영성과에 좌절한 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 경영인들을 위해 이들과 함께 MWB(Must-Win Battle)을 개발했다.” 경영 칼럼니스트인 저자들이 말하는 MWB란 “조직의 핵심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3~5가지의 전투”를 말한다. 전투라는 단어는 경쟁에서 승리해야 할 경쟁자가 있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저자들이 말한 대로 우선적으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조직원들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감성적으로 단결해야 한다. 또한 리더는 기업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저자들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MWB란 조직개편 원리, 리더십 원리, 전략 개념 등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이 책은 와튼스쿨경영총서다. 럭스미디어/ 347쪽/ 1만2000원

    마지막 여행 _ 매기 캘러넌 지음, 이기동 옮김

    병상에 있던 저자의 아버지가 물었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신체적인 거 말고 느낌 말이야. 누구도 이 세상을 살아서 떠날 수 없는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알아야 되지 않겠니? 왜 떠나는 게 겁나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저자는 아버지께서 필요로 하셨던,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하우투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해 직업도 바꿨다.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2000명이 넘는 죽어가는 사람과 가족들을 돌봤던 것.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 책에는 주로 죽어가는 사람들, 간병인, 가족, 친구들을 위한 지침이 담겨있다. 책은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 바꾸기’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마지막 여행에 동참하기’ ‘가족 간의 충돌 피하기’ ‘임종’ ‘새로운 여행의 시작’ 등의 소제목으로 구성돼 있다. 프리뷰/ 352쪽/ 1만6000원

    대한민국 전문 변호사들 _ 서울경제신문 사회부 법조팀 지음

    저자들은 ‘전문 변호사란 무엇인가’ 고민했다. 선진국처럼 변호사들의 영역이 구분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사건을 많이 다뤄 언론노출도가 높은 변호사, 국내 10대 법무법인 변호사들이 추천한 변호사, 대기업 소속 변호사들이 추천한 분야별 변호사, 법원 판사들의 공부모임에서 추천받은 변호사 등을 추려 70여 명의 변호사를 선정”했다. 이 책은 “전문 변호사들이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는지, 그리고 어떤 성공습관이 있기에 오늘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 한국 사회의 어떤 변화를 주도했는지”를 다뤘다. 책에는 M&A, 공정거래, 국제중재, 금융증권, 노동, 도산, 민사, 형사, 보험해상법, 부동산 건설, 에너지, 의료, 엔터테인먼트, 조세, 지적재산권 등 분야별 전문 변호사 개개인의 활약상이 정리돼 있다. 이가서/ 335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외
    상처받지 않을 권리 _ 강신주 지음, 프로네시스, 455쪽, 1만7000원

    친숙하다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에 길들어 있다는 의미다. 어떤 것에 길들면, 우리는 그것을 나의 일부분인 듯이 편안하게 여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것을 문제 삼으려고 한다면, 마치 모욕을 당한 것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쉽다. 중요한 것은 친숙한 것이 항상 소망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는 책에서 나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에 대해 낯설게 성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려고 했다. 자본주의적 삶은 너무나 친숙하고 평범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자본주의에 길들어 있고 그로부터 상처 받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주변에 우리가 미처 의식하기 어려운 상처를 일깨우는 학문,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학문, 즉 인문학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적 삶을 감각적으로 느꼈고 그것을 노래했던 시인이나 소설가들, 혹은 자본주의적 삶의 내적 논리를 이론적으로 포착하려고 했던 철학자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진정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와 소비사회로부터 받는 상처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의 목적은 중요한 인문학자들의 성찰을 독자에게 전달하여,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인문학적으로 직시하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수많은 인문학자가 있지만, 본 책은 그중에서도 여덟 사람의 탁월한 지성에 주목했다. 문학자로는 이상(李箱·1910~1937),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1821~1867), 유하(1963~), 그리고 투르니에(Michel Tournier·1924~)를, 철학자로는 지멜(Georg Simmel·1858~1918), 벤야민(Walter Benjamin·1892~1940),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1929~2007), 그리고 부르디외(Pierre Bourdieu·1930~2002)가 바로 그들이다. 네 사람의 문학자가 자본주의적 삶에서 발생하는 원초적 느낌들을 감각적으로 복원시켜준다면, 이들과 짝이 되는 철학자들은 그 특이한 느낌에 이론적 전망을 제공할 것이다.

    첫째, 이상과 게오르그 짐멜이란 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자본주의와 도시에 의해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둘째,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이란 짝의 도움으로 우리는 유행, 성매매, 그리고 도박과 같은 자본주의적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숙고해볼 수 있다. 셋째, 미셀 투르니에와 피에르 부르디외라는 짝을 통해 자본주의하에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자본주의에 의해 각인된 우리의 내면세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 유하와 장 보드리야르라는 짝은 우리로 하여금 소비사회의 유혹적인 논리와 아울러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숙고하게 해줄 것이다.

    강신주│문사철 기획위원·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

    지구 위의 작업실 _ 김갑수 지음

    김갑수에게 줄라이홀은 ‘생의 목적’이다. “도대체 왜 사는지,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런 사춘기적 질문들과 마주하느라” 그곳에 오랜 시간 머문다. 실제로는 “커피 볶아 마시고, 오디오 건사하고, LP 닦아 트는 일”을 하지만 그에게서 그곳은 지상낙원이다. 책은 이 작업실의 일지다. “어쩔 수 없이 현실세계에 속해 있으나 현실을 떠나가고 싶은 사람의 생활 보고서”다. 저자는 말한다. “열다섯 살을 잃어버린 나이의 현명함, 당연히 매력 없다. 매력 없고 상스러워라. 죽어라고 건강을 챙기고 미친 듯이 레저를 즐기고 그 밖의 모든 시간에 일만 하는 상스러움이여. 현명함은 재테크를 하고 노후 대비를 하면서 상스러워진다. 나는 멀쩡한 사람들에게 작업실을 권유하고 싶다. 미쳐달라고. 텅 빈 우물 속에서 제발 조금씩은 미쳐버려달라고. 다만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 푸른숲/ 280쪽/ 1만3000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_ 김정운 지음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명지대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인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는 후회하는 사람이고, 그만큼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슈베르트 음악으로 쓸쓸한 하루를 풍요롭게 만들었고, 요즘에는 흰 침대보를 매일같이 갈며 호텔 분위기를 내며 산다. 주택에 살며 가족문화라는 것도 만들었다. 동네 산 어귀에서 약수터를 찾아 ‘형제약수터’라 이름 짓고, 준비하는 즐거움과 건네는 행복을 위해 가족들에게 선물을 건넨다. 저자는 순간순간을 충실히 보낸다. 슬퍼하든 기뻐하든 멍하게 있든 어떤 감정에 푹 빠져 지낸다. 삶을 허비하지 않고 ‘누리는’ 그는 정녕 사는 재미를 안다. 삶에 찌들어 낙이 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중년 남성들에게 재미학 강의는 인생전공 필수과목이다. 쌤앤파커스/ 304쪽/ 1만3000원

    영어에세이 상식 사전 _ 이윤재·이종준 지음

    “필자는 말하는 방법과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없을까 고민하다 책을 내게 됐다.”(이윤재) “Writing을 잘하려면 처음부터 Writing을 연습하기보다는 많은 책을 Reading해야 한다. 남의 글을 분석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글을 쓰는 데 효과가 있다.”(이종준) 영어 칼럼니스트 이윤재씨와 그의 아들 이종준씨가 ‘영어 구사를 위한 수사법적인 영어 표현’을 정리했다. 책은 크게 (1장) 명사들의 재치즉답, 모순어법 (2장) 대구어법, 교차대구어법 (3장) 완곡어법, 독설, 혹평, 금기가 풀려가는 금기어 (4장) 글쓰기, 언론의 자유, 침묵의 자유, 편견을 배제한 언어, 양성평등 언어, 속이는 정치 언어 (5장) 오웰의 언어, 오스카 와일드 언어로 구성돼 있다. 독자는 유명 정치인들의 화법과 조지 오웰,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유명 작가의 문투를 비교적 자세히 접할 수 있다. 넥서스/ 384쪽/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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