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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⑫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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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6월말 열린 골프 기네스 기록 대회. 마지막 75홀 플레이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75홀’이라고 적힌 푯말 앞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핸디캡 3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 CEO 가운데 고수에 속한다. 드라이브 비거리는 240야드 전후고 아이언샷도 매우 정교하다. 게다가 퍼팅까지 정확하다. 공이 잘 맞는 날에는 이븐파도 쉽게 기록한다. CEO들끼리 단체로 골프를 할 때는 당연히 기피대상 인물이다. 내기를 하면 거의 돈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OB도 한번씩 내줘야지 그렇게 깐깐하게 치니까 다들 기피하잖아요. CEO가 고객관리를 잘하셔야지!”

김 사장과 골프를 하다가 동반자가 경악하는 점은 그가 트러블샷을 잘 처리한다는 것이다. 공이 벙커에 빠지거나 러프에 박혀서 한 타쯤 잃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림 같은 샷으로 위기를 탈출한다.

김 사장에게 골프를 잘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 첫째 기초체력이 좋을 것, 둘째 꾸준히 연습할 것, 셋째 18홀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것. 실제로 김 사장은 하체운동과 손목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자동차 안에 악력기 등 간단한 운동기구도 갖고 다닌다. 그리고 매일아침 집에서 스윙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골프도 경영이나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약하거나 한순간 방심하면 그냥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나는 김 사장에게서 필립스전자의 지속가능 경영 비결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김 사장의 스코어는 1오버파. “김 사장님, 골프 잘하는 건 인정하겠는데 동반자도 고객입니다. 앞으로는 필드에서도 고객만족 경영 좀 하세요”라는 투정이 절로 나왔다.

핵심은 주인의식



많은 경영자가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지만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고민한다. 그러나 주인의식은 인정과 위임을 확실히 해야 생기는 것이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까지 끌어들인다.

몇 년 전 모 은행의 의뢰로 일일 지점장을 맡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단 하루의 체험이었지만 은행의 일선업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그 후 그 은행의 간판만 봐도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참여와 체험이 가져온 심리적 영향이다.

요즘 회원권 가격이 수억원씩 하는 신설 골프장에는 회원권 값에 상응하는 특별서비스를 해달라는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무리 서비스를 개선해도 요구수준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골프장 CEO들의 고민이다. 골프장은 고도의 인적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을 위해 꾸준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중요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가 서비스 받는 고객에게 주인의 역할을 맡겨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다스 컨트리클럽은 네 명 중 한 명에게 에티켓 리더의 칭호를 부여하고 있다. 캐디백에 에티켓 리더라는 리본까지 달아준다. ‘오늘은 손님께서 에티켓 리더이십니다. 진행이나 매너 등을 잘 유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뜻이다. 회원이나 구력이 오래된 사람에게 에티켓 리더를 맡겨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팀을 이끌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천안에 있는 우정힐스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를 소화해내는 명문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에는 대회기간 중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그러면 우정힐스는 대회가 끝난 후 똑같은 코스조건을 유지해서 회원들에게 서비스한다. 세계적인 프로들이 참가한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회원의 말을 들어보니 한마디로도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기업 쪽에서 보자면 주인의식을 가진 충성 고객, 적대적인 감정을 지닌 고객, 비판적인 고객, 까다로운 고객, 방관자적인 고객 등 여러 유형이 있게 마련이다. 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면 뭔가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게 좋다.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일일 사장 체험을 시키거나 주니어보드를 통해 이사회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객에게 일일 지점장, 홍보대사 등의 임무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까다로운 고객, 비판적인 고객, 아웃사이더 같은 고객에게는 주인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면 부정적 태도가 긍정적 태도로 바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서비스만 생각할 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고객의식을 주인의식으로 바꿔라’, 이것이 역발상의 서비스 전략이다.

택시의 모과향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주인의식을 갖고 사회를 건강하게 해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젠가 김포공항에서 종로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운전기사의 반가운 인사도 좋았지만 청결한 차내에 은은한 모과향이 풍겨서 기분이 더 좋았다. 차 안 좌우에 마치 짚신을 삼듯 만든 자루가 있었고 그 안에 노란 모과가 두개씩 들어 있었다.

“냄새가 정말 좋은데요.”

“예, 향을 맡으려면 국산 토종 모과를 써야지, 개량종은 모양은 좋아도 향이 별롭니다. 못생겨도 모과라더니 못생길수록 향은 더 좋습디다.”

이렇게 모과를 싣고 다니다가 20일 정도 지나면 새것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손님을 위해 이런 배려까지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손님에게도 좋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좋다고 대답한다.

“제가 원래 허브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택시 안에 모과를 싣고 다니고, 여름철에는 로즈마리 화분을 좌우에 한 개씩 가지고 다닙니다.”

이렇게 차려놓으니 손님들이 기분이 좋아져서 다툴 일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대화의 주제가 허브, 화초, 과일, 자연에 맞춰진다는 것이다.

“정치 이야기 대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스트레스 안 받고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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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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