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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①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자전거를 타고 실개천 흐르는 태양의 도시를 달린다

  • 글·사진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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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가 눈치를 보며 슬글슬금 지나간다. 시속 30km를 넘으면 ‘경고’를 받기 때문. 아이들이 노는 곳에는 아예 접근금지다. 도시철도(트램)가 지나는 주택가 골목엔 숲이 우거져 있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뛰어논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 옆으로 도심 속 실개천 ‘베히레’가 느긋하게 졸졸 흐른다. 세계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친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독일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 생태도시다.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인구는 20만명 정도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수많은 지구인이 이 도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이런저런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철강기업 포스코가 이 도시를 배경으로 만든 광고를 내보내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과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는 실개천 ‘베히레’의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광고가 나오기 1년 전쯤인 2007년 1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도시를 방문해 화제가 됐다. ‘환경시장’을 표방해온 오 시장이 취임 후 첫 해외나들이 장소로 택한 곳이어서 더 관심을 모았다. 오 시장은 독일 녹색당 출신인 디터 살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민들이 교통 혼잡과 공기질, 수돗물 문제 등으로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환경도시인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하게 됐다.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정책 아이디어를 4년 임기 동안 서울시 정책에 반영시켜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는 그렇게 우리나라와 조금씩조금씩 가까워졌다.

20km의 실개천 ‘베히레’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한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무수히 많은 자전거와 도시철도(트램)였다. 어디를 가나 자전거가 도시 곳곳을 메우고 있고 전기로 움직여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트램이 소리없이 달렸다. 말로만 듣던, 원통모양의 3층짜리 자전거 주차장 모빌레(mobile)도 중앙역 옆에 붙어있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의 총연장 길이는 500㎞에 달한다.



도심 어디에서도 달리는 자동차를 볼 수 없었다. 자동차산업으로 유명한 독일 땅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차가 안 다니는 게 아니라 못 다니는 거란다. 차도가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없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배가 고파 찾아간 빵집 주인이 해준 말이다. 대신 정확히 시간을 지키며 달리는 트램이 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운행시간표를 보니 5분에 한 대꼴이다. 몇 시간 돌아다녔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트램은 대부분 주택가 한복판, 도심 한복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설계되어 있어 타고 내리기도 편해 보였다. 현재 프라이부르크의 교통 분담률은 도보와 자전거, 트램을 합쳐 70%가 넘는다.

시내 도로는 대부분 돌로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도로 폭이 모두 좁고 구불구불했다. 중세시대의 어딘가를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차가 다니기에는 울퉁불퉁하고 불편하겠지만 사람이 걷기에는 푸근하고 좋았다. 물론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은 구두굽이 돌 틈에 끼는 불상사를 감수해야 할 듯싶었다.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건물들도 남달랐다. 새로 지은 건물에는 대부분 태양열 집전판이 달려 있었다. 기차역(프라이부르크 중앙역) 건물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오래된 듯 보이는 역사 오른쪽에 새로 지어진 유난히 높은 고층건물은 온몸에 태양열 집전판을 친친 감고 있었다. 해가 비치자 번쩍번쩍했다. 역 앞에 있는 꽃가게 주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60%가량을 자체 생산하는 신비한 건물”이라고 자랑하듯 말해줬다. 신기해서 자꾸 눈길이 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쓰는 크고 작은 건물이 이 도시에만 10만채 정도 있단다. 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건물이었던 셈이다.

10분쯤 돌길을 천천히 걸어 시내로 들어가니 도시 곳곳을 굽이쳐 흐르는 실개천 베히레가 나왔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예쁘고 귀여웠다. 시내 중심가에는 골목골목마다 베히레가 흘렀는데 손 담그고 놀 수 있을 만큼 깨끗했다. 물은 경사진 도심을 따라 특별한 장치 없이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폭이 30~50㎝에 불과한 것부터 1~2m가 넘는 것까지 규모와 모양도 다양했다. 큰 길가에는 큰 베히레가, 작은 길에는 작은 베히레가 졸졸 흘렀다. 프라이부르크시를 관통하는 강인 ‘드라이잠’으로부터 인공수로를 이용해 끌어들인 물이 흐르는 이 베히레의 총 길이는 20㎞ 이상이다.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출된 것만 10㎞가량이라고 시청에서 발행하는 관광책자에 나와 있다.

베히레가 얼마나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추정해볼 자료는 남아 있다. 이미 1500년대에 만들어진 각종 자료와 그림에서 베히레를 확인할 수 있으니 그 역사를 짐작케 한다. 원래 베히레의 용도는 소방용 수로였다고 한다. 목조건물이 대부분이었던 중세시대에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소방 수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가정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원래는 독일 곳곳에 이 베히레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독일에서 베히레가 남아 있는 도시는 프라이부르크가 유일하다. 베히레는 도시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 홍수조절 기능과 함께 도시디자인의 중심을 이루는 중요한 시설이자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터, 강아지가 목을 축이는 곳도 됐다. 베히레에 발이 빠지면 이곳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전설도 재밌게 들렸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도 유명한 오래된 대학도시다. 전통적으로 시민의 3분의 1 정도가 학생이었단다. 명문대학인 프라이부르크 대학 외에도 20여 개의 전문대학과 아카데미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법학과 음악, 미술 등을 가르치는 학교가 유난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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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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