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형<br>● 1934년 대구 출생<br>● 경북대 의대 졸업<br> 미국 예일대 신경정신과학박사<br>● 이스턴 주립병원 청소년과장<br> 강북삼성병원장<br>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br>● 경북대, 서울대(외래), 성균관대 교수<br>● 現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
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전문가는 나름대로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인 진단과 함께 분석을 내놓았다. 민심이 방황하는 것은 일방통행식의 정치적 리더십과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국민 ‘마음의 행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틀에서 진단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발독재 시절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화두로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를 7월4일 오전 11시경 그가 촌장으로 있는 ‘힐리언스(healience) 선(仙)마을’(강원 홍천군)에서 만나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산자락에 7개동 44개의 객실이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이곳에서 이 박사와 점심식사를 함께한 후 인터뷰에 들어가려고 하자 이 박사가 ‘제동’을 걸었다. 낮잠을 자고 나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낮잠은 정신건강에 중요한 ‘짧은 휴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기자는 승효상 건축가가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는 선마을 시설물을 둘러본 후 오후 2시부터 선마을 촌장실에서 인터뷰에 들어갔다.
▼ 언제부터 선마을 촌장이 됐습니까.
“1년 반 됐어요. 여기 계속 머무는 것은 아니고 주중에는 서울에 있다가 주말에 들어와 강의도 하고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과 산책도 하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선마을에서 1박 하며 관찰한 결과 촌장은 방문객들의 모든 면을 배려하는 ‘다기능’ 역할을 맡고 있었다. 새벽에는 방문객들과 함께 뒷산을 산책하면서 자연의 소리를 깨닫게 해주는 ‘도사’가 되었다가 식사 때는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이나 와인을 대접하는 ‘호스트’로 변신하고, 강의 시간에는 ‘뇌과학자’로 학생을 가르치다 밤에는 인디언식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추장 할아버지’로 변했다.
▼ 주말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활동하면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은 워낙 공기가 좋아 오히려 힘이 납니다. 그리고 평소에 10층 이하는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다리를 보고 축구선수 다리 같다고 해요. 제 바이오에이지(건강 나이)는 45세입니다.”
올해 75세인 이 박사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이 박사는 미소를 머금고 바지를 걷어 올려 탄탄한 근육질의 다리를 보여줬다.
세로토닌은 행복씨앗
▼ 선마을은 공기 좋은 곳에 조용한 쉼터를 갖췄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가, 스트레칭 같은 프로그램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3일 동안 여기에 머물면서 무슨 특별한 변화가 생기겠습니까. 그러나 여기에 머물며 강의를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자신의 식생활에서 무엇이 잘못된 습관인지 깨닫게 됩니다.”
▼ 이곳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입니까.
“자연성 회복이지요. 여기에서 새소리 물소리 들으면 마음이 절로 편해지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베란다에 꽃이 피어도 바빠서 볼 겨를이 없잖아요. 이곳에서 자연을 느낀다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되고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이 생기는 겁니다. 세로토닌의 보고(寶庫)는 자연입니다. 명상이나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을 벽에 걸어놓는데 참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하다는 게 바로 세로토닌 상태거든요.”
이 박사는 ‘세로토닌’이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는 기자의 궁금한 표정을 읽었는지 다음날 오전 세로토닌 강의를 들어보길 권했다. 그는 강의에서 ‘마음’은 막연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물질이며 에너지’라고 강조하면서 마음과 관련된 호르몬과 뇌신경전달물질 중 노르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세로토닌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