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 총괄 지창훈 대한항공 부사장

“하늘의 실크로드를 확보하라”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09-07-30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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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6월11일 대한항공이 국제항공화물 수송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04년 이후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국제항공화물 수송 1위인 대한항공이 최근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지창훈 대한항공 부사장(화물사업본부장)을 7월7일 만났다.‘편집자’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 총괄 지창훈 대한항공 부사장
    ▼ 사실 일반인은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어떤 나라인가요.“저도 지난해 5월에 처음 가봤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지였습니다. 동·서양이 교차하는 곳이고 여러 인종이 섞여있어요. 인구 2600만명으로 중앙아시아 최대 시장이자 교통요충지입니다. 자원부국이기도 합니다. 국민들도 매우 근면하고 문맹률도 낮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과 라이벌인데, 최근 카자흐스탄이 자원을 무기로 부상하면서 상당히 자극받고 있습니다. 또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에만 5만명 정도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아요.”

    ▼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대한항공에 나보이 공항에 화물기를 출항시켜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래서 2007년 11월 현지에 조사팀을 보냈습니다. 가보니 사막 한복판에 활주로만 달랑 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또 화물기가 들어가면 근처에 생산기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즉각적인 사업개시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한국에 왔는데, 그때 조양호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해왔어요. 그런데 면담시간이 의외로 길어졌어요. 당시 카리모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이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여서 항공운송만이 살길이라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했습니다. 대한항공이 항공화물 1위 회사인 만큼 함께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회장께서 면담이 끝난 뒤 ‘미래에 대한 투자’라면서 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겁니다. 카리모프 대통령도 ‘절대로 대한항공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주겠다. 우리를 믿어달라’고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는 우즈베키스탄 중심에 위치한 나보이 국제공항을 중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고 산업기반이 취약해 지금 당장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앙아시아 물류허브 구축과 미래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 나보이는 어디에 있나요.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곳입니다. 지형학적으로 볼 때 우즈베키스탄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지형은 산이 없고 평지입니다. 또 사막기후여서 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 공장을 건설하기엔 최적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크로드의 한가운데 있는 곳입니다.”



    나보이 공항, 지방공항에서 국제공항으로 변신

    ▼ 현재 대한항공이 나보이 공항 운영을 맡고 있지요.

    “예. 그렇습니다. 나보이 공항은 대한항공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선 주 2편, 국제선은 주 1회 운영하는 소규모 지방공항이었습니다. 그런 비행장에 첨단 항공기인 747화물기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류 저장시설과 관제시스템 등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한항공에서 별도 인력까지 파견해서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저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8월27일에 취항식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280여 차례 이상 대형화물기가 안전하게 운항하면서 안전성과 조업능력을 입증했습니다. 현재 나보이 공항은 대한항공 화물기가 취항하는 공항 중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운항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공항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화물기가 운항하는 공항으로 바뀌었습니다.”

    ▼ 대한항공 입장에서 나보이에서 화물기를 운항할 만큼 수요는 충분한가요.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요. 먼 장래를 보고 투자한 겁니다. 대한항공도 허브 공항이 인천공항 하나로는 안 됩니다. 항공화물산업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자체 터미널이 있는 곳이 인천, 도쿄, 오사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입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에도 허브 공항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성장 동력이 지금 당장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크게 달라질 겁니다.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자원도 많아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양질의 노동력도 많습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합해지면 윈-윈 할 수 있고, 전략적인 동반자로 갈 수 있습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대한항공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한진그룹 간에는 이제 신뢰가 생겼어요. 현재 공항처리 능력 확장 및 시설 현대화를 위한 공사가 대규모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항공화물 터미널 공사가 진행 중인데, 대한항공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모델로 건설 중입니다. 대한항공이 터미널 설계 단계부터 건축, 운영, 조업에 이르기까지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시켜주고 있습니다.”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 총괄 지창훈 대한항공 부사장

    지난해 8월 나보이 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 화물기 취항식에 참석한 조양호 회장(오른쪽).

    나보이 공항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공항 개발사업

    ▼ 일각에서는 나보이 공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물자수송기지로 활용되기 위해 개발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의 어떤 연구소에서 그런 시각에서 접근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실과 다릅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나보이의 미군기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큰 외교문제가 돼 있을 겁니다. 나보이 공항 개발사업은 미국 정부나 미군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 민간공항 개발사업입니다. 나보이를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로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미군 보급기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왜 대한항공에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나요.

    “그 답변에 앞서 우즈베키스탄이 왜 나보이 공항을 개발하려고 했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금 경제개발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과거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의 종주국이었는데, 지금은 먼저 개방을 해서 경제개발에 성공한 카자흐스탄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공항 근처에 자유산업경제구역(FIEZ)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나보이 공항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유산업경제구역이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물자의 수송이 원활해야 하고 그러자면 국제규격의 공항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5년째 세계 화물수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항공 물류뿐만 아니라 그룹사들이 육상운송과 해상운송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세계적인 물류전문기업인 대한항공을 파트너로 삼고 싶어했습니다.”

    ▼ 5월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한국 정부가 나보이 공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는 한진그룹이 주도해온 공항개발이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나요.

    “한국 정부가 나보이 공항에 투자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보이 공항 개발속도가 더 빨라지겠지요.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5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나보이 공항이 아니라, 나보이 자유산업경제구역개발에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이었는데 이게 나보이 공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습니다.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 아래 한진그룹이 순수하게 상업적 목적으로 중앙아시아 항공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 경제개발을 위해 제공하는 금융지원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에 지원하는 것은 나보이 자유산업경제구역 내 상하수도 시설공사에 1760만달러의 경제협력기금과 우즈베키스탄 대외경제협력은행, ASAKA 은행에 총 1억9000만달러의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크레디트 라인은 한국 상품을 수입하는 우즈베키스탄 수입업체의 결제대금으로 활용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한국 정부의 금융지원은 나보이 공항이 아니라 자유산업경제구역에 제공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전략적인 관계를 고려해 나보이 공항 개발사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닙니다.”

    ▼ 대한항공이 어떤 특정 공항을 맡아서 위탁 경영한 적이 있나요.

    “사실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어요. 공항 경영은 처음인데 이런 경험이 대한항공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한항공과 우즈베키스탄 항공의 협력 산업은 어떤가요.

    “우즈베키스탄 항공에 A300-600 화물기 2대를 임대하고 있습니다. 이 항공기는 약 37t의 항공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중형기로 나보이에서 태국과 인도를 운항하고 있으며, 앞으로 모스크바 등 역내 주요 도시를 운항할 계획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현재 대한항공으로부터 화물기 운항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으로선 우즈베키스탄 항공기를 이용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화물시장을 개발하고,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계하는 화물노선을 운영해 상호 윈-윈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이번 프로젝트에는 카리모프 대통령과 조양호 회장의 개인적인 인연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을 때 정상만찬에서 카리모프 대통령이 몇 차례나 조양호 회장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으로 매우 존경한다’고 극찬했어요. 공식적인 외교석상에 민간기업인을 저렇게까지 극찬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자유산업경제구역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며, 한국 정부도 우즈베키스탄 자원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 간에 자원개발 협약을 맺은 것도 그 기본 전제가 나보이 자유산업경제구역 개발입니다. 나보이 개발에 한국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자원개발을 약속한 것입니다.”

    나보이 공항개발 프로젝트 총괄 지창훈 대한항공 부사장

    나보이 공항 여객청사.

    ▼ 나보이 공항 개발에서 모델로 삼은 공항이 있다면 어느 공항인가요.

    “우즈베키스탄은 역사적으로 실크로드의 중심지였고, 특히 나보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 항로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유리하고, 공항시설이 좋다는 이유로 허브공항이 될 수는 없습니다. 현대 물류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1단계로는 항공과 육상의 연계운송망 구축, 물류센터개발 등을 통해 환적 물량을 증가시키고 2단계로는 자유산업경제특구의 산업기반을 지원해 생산물량 자체를 늘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물류의 중심지인 두바이, 상하이 공항의 예를 들면 모두 지리적 이점을 가지면서 동시에 두바이는 환적물량, 상하이는 생산물량의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인천공항은 환적과 생산물량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나보이 공항 위탁경영에 따라 공항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자유산업경제개발 특구가 맞물리면 나보이 공항은 중앙아시아 물류 및 생산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로 구축

    ▼ 나보이 공항의 전체 투자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이 중 한진그룹이 투자하는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대한항공은 나보이 공항 위탁경영을 통해 공항 개발 및 운영, 물류사업 노하우전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공항개발에 필요한 투자재원 조달 등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합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은 화물터미널 등 나보이 공항 개발에 약 4000만달러를 투자하게 됩니다. 한진그룹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육상물류업체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이 합작회사는 양측에서 대형트럭 50대씩 투자해 100대의 트럭을 운영하며, 나보이를 중심으로 항공노선과 연계한 중앙아시아 트럭 운송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나보이 자유산업경제구역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주거단지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이 주거단지는 경제특구 입주기업 직원, 공항근무자들을 위한 숙소와 호텔 등을 갖추게 됩니다.”

    ▼ 나보이 공항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나요.

    “한진그룹은 나보이 공항을 중앙아시아의 물류허브로 구축하는 것을 사업목표로 공항인프라 구축과 복합물류 네트워크 구축 및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화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747-400 대형화물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공항시설과 조업장비 등 공항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며, 현지 직원 교육훈련 강화를 통해 공항운영 품질을 개선하는 한편 업무프로세스, 통관 및 보세운송제도 개선으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복합 물류 네트워크 구축은 대한항공의 유럽노선과 우즈베키스탄 항공의 동남아시아/CIS 역내 노선을 연계해 항공노선을 구축하고 ㈜한진의 육상물류합작회사가 나보이 공항을 중심으로 육상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이 보유한 풍부한 지하자원, 중앙아시아와 CIS 배후 시장, 저임금의 우수한 인적자원,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으로 볼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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