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15년 태반 연구’이희철 경남제약 회장

“태반이 당뇨로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07-30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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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앞선 기술력 탓에 도산”
    • “2004년부터 태반 붐 타고 급성장”
    • “태반 효능 체험…세계적 의약품 개발 박차”
    ‘15년 태반 연구’이희철 경남제약 회장

    이희철 경남제약 회장이 “인슐린펌프를 몸에서 떼어내게 되어 기쁘다”며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이희철(李熙徹·41) 회장은 한때 태반 때문에 망했다. 태반을 원료로 한 의약품 개발에 투자하다가 회사가 도산한 것이다. 더불어 그는 중증 당뇨병도 얻었다. 그리고 그는 태반 덕에 되살아났다. ‘태반 붐’에 힘입어 그의 회사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태반 원료 분야에서 부동의 1위에 올랐다. 2008년 877억원 매출,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태반 연구에 올인한 그의 지난 15년 삶은 롤러코스터처럼 굴곡이 있고 극적이다.

    이 회장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그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부친 이일상(74)씨가 경영하는 병원폐기물 처리 회사인 (주)화성위생에서 근무했다. 폐기물 중에는 태반도 섞여 있었다. 이 회장과 태반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태반은 임신 중의 태아를 감싸는 양막과 자궁을 연결하는 곳에 위치한다. 지름 15~20㎝, 두께 2~3㎝의 원형 형태로 출산시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온다.

    ‘어느 한 분야에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과 노력은 때때로 사람을 좌절에 빠뜨리기도 하고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 회장에게는 태반이 그랬다. 1990년대 초·중반 아무도 태반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일본에서 태반 추출 의약품이 인기”라는 얘기를 듣고는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1994년 ㈜화성산업, ㈜현대개발을 창업하면서 태반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최초로 태반 상용화 연구”

    ▼ 화성산업과 현대개발은 무엇을 하는 회사였나요.



    “병원폐기물 처리와 태반 의약품의 원료를 개발하는, 두 가지 사업을 했죠. 직원은 30명 정도였는데 폐기물 처리에서 많은 수익을 냈어요. 거기서 나온 이익을 태반 쪽에 쏟아 부었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태반 상용화를 연구했어요.”

    ▼ 태반 의약품의 원료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요즘 태반주사제가 널리 알려졌는데요. 당시 일본에서는 제약회사들이 태반주사제를 만들고 있었어요. 우리 회사가 개발한 건 태반주사제에 들어가는 원료였습니다. 태반 이용 한방제품의 원료도 개발했고요.”

    ▼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연구 분야였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태반주사제 원료의 품질 수준은 일본이 가장 뛰어났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공장장을 스카우트해 2년여 동안 제조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 기술 습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사업적으로 그만한 성과가 나왔나요.

    “정반대였죠. 원료개발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996, 97, 98년 3년 동안에는 판매할 곳이 전혀 없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남 의령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우리 회사 임원이 회사 돈 수억원을 사기당했습니다. 사기 피의자는 나중에 실형을 받았지만 우리 회사는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 일본 수준의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데 왜 안 팔렸을까요.

    “그 기술이 국내 상황에 비해 너무 앞섰던 거죠. 태반주사제 시장이 전무했으니까요. 일본 수출계획도 국내 환경과 일본 것이 안 맞아 성사되지 못했어요. 결국 내가 서른여섯 살 되던 2004년 초 회사는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살던 아파트도 경매로

    이 회장은 “공장은 물론 살던 집까지 날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51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경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가장으로서 집까지 잃게 된 데 대해선 “기업 오너는 회사가 잘못되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면서 “내 가족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절치부심,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투자자를 모았다. 한 번만 더 태반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경매로 낙찰받은 사람에게 5000만원을 더 얹어 8억여 원을 주고 화성신약의 부동산, 기계 등을 되찾았다.

    “재산을 다 날리니 갑자기 서광이 비치더군요. ‘더욱 더 나를 버리자’ 이렇게 생각했죠. 일이 쉬워졌습니다.” 이렇게 하여 ㈜화성바이오팜을 띄운 게 2004년 말. 그런데 2005년부터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고대하던 태반주사 선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 화성바이오팜으로 미지의 태반 시장에 재도전장을 던진 것인데, 이번엔 운이 따랐나 봅니다.

    “실력, 기술력이 있으면 언젠가는 된다고 믿고 장장 10여 년을 버티다 망했죠. 그런데 망했다 다시 일어서자 의외로 빨리 운이 찾아오는 거예요. 2005년부터 17개 제약회사에 태반 원료를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겁니다. 주문량이 점점 늘어났어요. 화성바이오팜의 매출은 2006년 51억원, 2007년 106억원, 2008년 150억원으로 급증했어요. 내용도 알찼습니다. 2008년의 경우 매출의 절반이 넘는 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니까요.”

    ‘15년 태반 연구’이희철 경남제약 회장

    이희철 경남제약 회장(가운데)이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김성호 상무 (왼쪽), 이지은 대리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 화성바이오팜의 성과를 기반으로 2007년부터 사세 확장에 나선 것으로 아는데요.

    “2007년 4월 코스닥 상장회사인 ㈜테코스를 인수했어요.”

    ▼ 그 회사는 당시 컴퓨터부품 제조회사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약과 무관한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생기업인 우리는 이른 시기에 시장의 신뢰를 얻고 싶었어요. 원래는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너무 비쌌죠. 차선책으로 업종은 다르지만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제약회사로 바꾸기로 한 겁니다. 테코스를 사들인 뒤 기존의 주력사업 부문은 원래의 주인에게 재매각했어요. 이어 주력사업을 의약제품 판매업으로 돌리고 회사 이름도 ㈜HS바이오팜으로 바꿨죠.”

    이 회장은 2007년 7월 모 제약회사로부터 240억원에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그는 “인수 당시 우리가 평가한 경남제약의 재무가치는 제로였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브랜드’가 필요했다. ‘경남제약’‘레모나’라는 브랜드의 가치만 보고 240억원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8억 투자해 877억 매출

    ▼ 실사를 해보니 어떠했나요.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경남제약이 굉장히 힘든 상태였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죠. 자칫하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어요. 여기에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인수 후 파업을 벌였습니다.”

    ▼ 파업에 어떻게 대처했나요.

    “우리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 인수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회사를 살리고 더 좋은 이미지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적이었어요. 양심에 거리낄 게 없으므로 파업에 굴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이 회사는 매우 좋은 회사이고 뛰어난 인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인내했어요. 내부 불신을 해소하고 R&D(연구개발) 투자를 활성화하면 충분히 정상화 할 수 있다고 본 거죠.”

    ‘15년 태반 연구’이희철 경남제약 회장

    태반 주사제.

    ▼ 성과가 있었나요.

    “직장폐쇄는 6개월간 지속됐어요. 많은 대화가 있었고 노사간 오해와 갈등을 풀고 있어요. 인수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경남제약은 기존 레모나 제품의 유통체계를 정비하고 정제형 신제품인 레모비타와 후레쉬비타를 내놓았습니다. 4, 5월에만 레모나 광고비로 15억원을 투입했어요. 레모나 판매는 호조세로 돌아섰고 태반드링크 신상품인 경남자하생력도 잘나가고 있어요. 이를 통해 이 회사는 완전히 정상화됐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익을 낼 겁니다.”

    태반원료, 태반주사제, 태반드링크 등 태반 제품의 판매 급증과 레모나 등 기존 제품의 선전에 힘입어 HS바이오팜, 경남제약, 화성바이오팜은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HS바이오팜은 437억원 매출에 64억원의 영업이익을, 경남제약은 290억원 매출에 18억원의 영업이익을, 화성바이오팜은 149억원 매출에 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3사를 합하면 877억원 매출에 165억원의 이익을 올린 것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8억여 원으로 회사를 만든 지 불과 4년 만에 877억원 매출 성과를 낸 것은 놀라운 일”로 평가한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의 경기침체에 위축되어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HS바이오팜 김성호 상무는 “태반 연구에 대한 이 회장의 15년 열정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태반 원료, 부동의 1위”

    제약업계에선 ‘태반 의약품’을 ‘인(人)태반 의약품’이라고 한다. 태반 의약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09년 현재 15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는 태반주사제의 불법유통, 음성거래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2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태반 의약품은 원료와 완제품으로 나뉜다. 원료는 태반과 태반 완제품 사이의 중간단계의 제품이다. 원료 제조업체가 완제품 제조업체에 원료를 공급하면 완제품 제조업체는 이 원료를 주성분으로 삼아 완제품을 만든다. 따라서 원료는 태반 완제품의 효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회장 측은 “국내산 태반 원료 시장의 경우 화성바이오팜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완제품으로는 태반주사제, 태반드링크제, 한방조제용이 있다. 전문의약품인 태반주사제의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 주사제 완제품으로 10여개가 출시되고 있다. 일반의약품인 태반드링크와 한방조제용은 7~8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경남제약은 태반주사제와 태반드링크 등 완제품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 태반 원료 시장에 주력해오다 완제품 시장에도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료보다는 완제품의 이윤 폭이 훨씬 더 크거든요. 회사의 성장을 위해선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판매 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경남제약이 2008년 1월부터 20㎖ 용량의 태반드링크 제품인 경남자하생력을 출시했어요. 광고를 하지 않고도 6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 그렇게 적은 양으로 효능이 나올 수 있나요.

    “육체피로, 허약체질, 자양강장, 병후 체력저하, 식욕부진, 영양장애, 발열성 소모성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우리는 밝혀두고 있어요. 건강식품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임상실험을 거쳐 효능이 인정된 일반의약품입니다. 광고 없이 60억원 매출을 올린 건 복용해본 사람들에 의한 구전효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 태반주사제의 경우 불법유통이 자주 사회 문제가 되는데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화성바이오팜은 태반주사제의 원료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경남제약은 태반주사제인 경남플라젠주(간 기능개선)와 경남플라젠시아주(갱년기 장애)를 내놓고 있죠. 이들 제품은 모두 식약청에서 효능이 인정되어 의약품으로 통과된 것들입니다. 시장 주도 사업자인 만큼 원료나 주사제의 판매에 서는 철저하게 법 규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15년 태반 연구’이희철 경남제약 회장

    경남제약 연구실.

    두 가지 의문

    이어 이 회장은 “다만 회사 차원에서는 영업조직을 탄탄히 구축해 태반주사제 시장에서도 바람을 일으켜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의 태반 이야기를 듣다보면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는 ‘국내에서 태반주사제 등 태반 의약품이 잘 팔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다. 최근 들어 공인된 효능 외에 “일부 연예인은 피부미용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등 갖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년 남성들 사이에 태반주사 열풍이 거세다. 강력한 자양강장제로서 태반주사 효과가 구전을 통해 알음알음 퍼져나가면서 접대용 선물로 애용될 정도다. 태반주사는 더 이상 여성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헤럴드경제 2006년 1월24일 보도)

    태반주사제의 불법유통 문제도 결국은 태반 제품이 비교적 고가라는 점, 그럼에도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비롯된 일이다. 실제 뛰어난 효능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남의 말만 듣고 맹신하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제약분야 기술력이 앞선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태반 의약품을 만들거나 복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태반 의약품이 유행하게 된 것은 일본 문화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이 회장 측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반론을 폈다. 먼저 서구에서 태반 의약품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은, 태반이 몸속에서 태아의 각종 장기를 대행하는 신체기관인 만큼 기독교 윤리 등 문화적 거부감에서 비롯된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동양에서는 태반이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다는 것이다. 태반을 말린 성분인 자하거는 동의보감에도 나온다고 한다.

    10세기 경 당나라 의학서 ‘본초습유’에는 피로회북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고 16세기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신선이 되는데 필요한 악제로 언급돼 있다고 한다. 1953년 일본 구루에 병원 히에다헌 타로 교수는 태반주사 약제를 탄생시켰다. 분당 서울대 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태반 성분이 미백효과를 낸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 이 회장 측은 “태반의 효능에 대해 ‘인과적 입증’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반에서 특정 성분이 잘 추출되었을 때 그 성분이 간 기능 개선, 자양강장 등 특정 효능을 내어왔다는 ‘귀납적 입증’은 어느 정도 되어있다”고 했다. 식약청은 태반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 7월부터 태반 의약품에 대해 ‘원료의약품신고제도(Drug Master File)’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국내에선 이 제도를 통과한 태반 제품만 판매가 가능하다. 통과되기 위해서는 태반을 제공하는 산모의 동의서, 바이러스 미감염 실험, 바이러스 불활성화 실험,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한다. 이 회장 측은 ‘식약청의 이러한 통제는 결과적으로 태반 효능의 귀납적 입증에 기여했다’고 본다.

    “태반 추출물 복용이 일본 문화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일본에서 먼저 발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중국, 동남아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권역에서 향후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을 놓고 일본 업체와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태반 이야기 중 둘째 의문은 ‘특정 회사가 태반 원료 시장에서 유독 잘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다. 태반을 이루는 주성분은 수십 종의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당류, 핵산, 약리활성의 중심인 활성 펩타이드 등이다. 이 회장 측은 “태반은 사람마다 500g에서 1kg까지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함유한 성분도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성분의 태반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해내어, 적절한 처리과정을 거친 다음 일정한 효능을 갖는 ‘균일한 제품’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태반 원료 제조의 핵심 기술인데 여기에서 기술력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했다.

    식약청의 태반효능 실험

    식약청은 지난 3월26일 태반 주사제에 대한 유용성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HS바이오팜의 태반 원료를 사용한 제약사(15개 제품)는 모두 유용성을 인정받아 시중 판매가 허용됐다. 반면 다른 11개 제품은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퇴출되었다. 이 회장 측은 “일본 수입산 태반 원료를 제외하고, 국산 중에서는 HS바이오팜 원료가 유일하게 식약청에서 유용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모든 의약품은 시장에서 의료소비자에 의해 그 효능을 엄격하게 평가받는다. 태반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써보니까 별로던데”라는 부정적 평가는 긍정적 평가보다 입소문이 더 빠르다. 태반 의료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경우 다른 제약사도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회장 측은 매일매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 말미, 이 회장은 “태반 추출물을 3년 정도 직접 복용해봤다”며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1996년 어느 날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막 시작한 태반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 중증 당뇨병을 가져 왔다는 것이다. 80~100이 정상인 혈당이 500 이상 올라 당시 혈당측정기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의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의사의 지시로 그는 인슐린을 체내에 일정량씩 흘려보내는 인슐린펌프를 몸에 착용했다. “항상 배에 바늘을 꽂고 살아야 하니 너무 고통스럽고 불편했어요. 몇 년 뒤 발이 썩는 증세가 나타났고 몸이 무겁게 느껴져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회사에 출근을 못했죠.”

    “인슐린펌프 떼던 날…”

    당뇨로 입원만 10여 차례 한 뒤 3년 전부터 태반 추출액(효소분해)을 복용해봤다고 한다. 그러자 “혈당 수치 250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몸이 가뿐해졌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인슐린펌프를 몸에서 떼어내게 됐다는 점이죠. 너무 기뻤습니다. 괴사증세도 사라졌어요. 손상된 부분이 치유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일 출근해 정상근무해도 지치지 않고 신체검사에서도 혈당 외에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대한태반임상연구회 측 일부 인사는 태반이 피로회복 등 몸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태반 치료요법의 기본 원리는 세포를 자극해 세포 증식 속도를 촉진시키는 성장인자 역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 내분비-자율신경-면역 조절 등 자연 치유력을 높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 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KMG내과의원 강민구 원장(전 대한태반임상연구회 회장)은 ‘태반 요법의 경우 장기간 치료(6개월)를 받아야 해 바로 효과를 볼 순 없지만 부작용이 없고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태반 요법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변질된 제품 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매일신문 2009년 2월9일 보도)

    HS바이오팜은 6월16일 충북 제천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기공식을 열었다. 이 회장은 “1만 2000평 대지에 7800평 규모로 세워지는 이 공장은 2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년 100% 성장 목표”

    ▼ 일본산 태반 원료가 국내에서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요.

    “우리 회사와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얼마나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에서 우리 회사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봐요. 홍콩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아 7월에 수출계약을 맺었어요. 일본, 중국, 동남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 HS바이오팜, 경남제약, 화성바이오팜의 성장세가 외견상으로는 매우 가파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추세가 가능할까’라는 시각도 있는데….

    “매년 회사 규모를 두 배씩 늘려가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기존 아산공장의 가동물량이 꽉 차서 현재 상당수 물량을 다른 회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번 제천 공장이 가동되어 직접 생산 물량이 늘면 원가는 7~10% 절감됩니다. 그러면 가격경쟁력이 올라가겠죠. 외견상 내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처럼 비칠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투자에 따른 리스크(risk·위험요인)를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어요.”

    ▼ 매년 100% 성장하면 얼마 안 가 굴지의 제약회사가 되겠군요.

    “태반은 매력적인 콘텐츠예요. 줄기세포와도 연관되어 연구해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해요. 9년 뒤 50세가 될 때까지 HS바이오팜, 경남제약 등을 국내 최고 수준의 제약회사, 세계적 의약품을 내는 제약회사로 키우고 싶어요. 무엇보다 고객이 최우선입니다. 고객이 인정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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