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고급 독자를 위한 ‘MUST KNOW’ 사이트 순례기

글로벌 경제위기, 대한민국 대표 전문가 6인이 꼽은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9-07-30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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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넓고 읽을 것은 많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정말 읽어야 할 게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정보야말로 가장 소중한 정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 집 대출금 금리에 직격탄을 날리고, 중동 원유가가 내 차 기름값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 기막힌 시대에, 변화하는 국제경제의 흐름을 한발 앞서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한국을 대표하는 6명의 경제전문가가 ‘신동아’ 독자를 위해 최고의 영문 경제정보 사이트를 추천했다.
    ‘신문 칼럼은 너무 짧고 논문은 너무 어렵다.’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해봤음직한 생각이다. 해외의 관련 전문지들이 한국은 물론 다른 종합신문에 비해서도 긴 칼럼과 기사를 자주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문적 엄밀성의 상징인 각주와 그래프 없이도 하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비전문가인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해줄 최소한의 공간인 셈이다.

    이 ‘최소한의 공간’은 인터넷을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대중의 언어로 풀어쓰는 문화를 다소 낯설어하는 한국에 비해, 서구의 지식인에게 대중적인 글쓰기는 일종의 의무에 가깝다. 인터넷 세상과 함께 이들이 오프라인 언론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각계 전문가들이 최신 현안에 대해 자신이 가진 생각을 거침없고 분명한 어조로 풀어놓은 사이트가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굳이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이들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비롯한 국제경제의 핵심이슈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외 전문가들의 글을 여러 통로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 집 대출금 금리에 직격탄을 날리고 중동 원유가가 내 차 기름값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 기막힌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정확하게 세상의 흐름을 읽고 앞으로의 향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돕는 혜안의 글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평범한 독자가 과연 어디에 그런 글이 실리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를 위해 ‘신동아’는 정부와 민간, 학계를 대표하는 경제 분야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서 ‘나름 영어 독해에는 자신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추천의 말을 들었다. 이들이 꼽은 사이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넘나들고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민간 싱크탱크를 포괄했다.

    추천 사이트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기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정말 세상에는 읽어야 할 좋은 글이 이렇게나 많구나.’ 스케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바쁜 와중에도 추천의 말을 들려준 전문가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하나 클릭하는 순간 독자 여러분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고급 독자를 위한 ‘MUST KNOW’  사이트 순례기
    Dr. Doom의 최신 경제이슈 분석 허브 www.rgemonitor.com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경제위기 대응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반 독자들이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좋은 창구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운영하는 ‘RGE모니터(www.rgemonitor.com)’를 추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고 해서 일반인에게도 유명해진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RGE 모니터는 그가 2004년 설립한 금융·경제동향 분석회사로 뉴욕 본사와 아시아, 유럽의 지역 사무소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정보 분석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특히 이 사이트가 관심 있는 이들이 방대한 자료를 손쉽게 서핑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추천의 뜻을 밝혔다. 국제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핫이슈를 놓치지 않고 방문자들에게 제공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분석과 토론이 최근의 논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 본인의 칼럼은 물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같은 유력 싱크탱크의 분석자료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링크돼있는 것도 강점이다.

    RGE 모니터의 초기화면에서 가장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섹션은 ‘Spotlight Issues’다.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이슈를 팩트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놓았다. 다음으로는 여러 경제토론 사이트나 뉴스미디어 등에 올라온 읽을만한 글을 소개하는 ‘Daily Digest’가 있고, RGE가 생산한 국제경제 모니터 자료와 제휴기관들의 분석보고서가 그 뒤를 잇는다.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동/아프리카의 지역별 구분 메뉴는 거시경제와 지전략적(geostrategic) 접근을 포괄하고자 한다는 이 사이트의 모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부위원장 외에도 여러 전문가가 RGE 모니터를 복수 추천해주었다는 것만 봐도, 이 사이트가 최근 관련분야 종사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다. 일부 유료 서비스가 있지만 무료체험을 제공하고, 굳이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상당수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 부위원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편집을 맡고 있는 경제 저널 사이트 ‘이코노미스트보이스(www. bepress.com/ev)’도 추천했다. 미 버클리대 출판부에서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부동산이나 경제위기뿐 아니라 기후변화나 세제개혁, 사회보장 등 주요 정책이슈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칼럼들이 주로 올라온다. 폴 크루그먼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시사성 높은 현안에 대해 비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짧고 간명한 언어로 풀어낸 글들은 하나하나가 고급 독자를 위한 최상의 읽을거리다.

    고급 독자를 위한 ‘MUST KNOW’  사이트 순례기
    거품 붕괴 사전 경고한 미국 경제의 최고 권위 www.federalreserve.gov -김경원 (주)CJ 전략총괄 부사장

    CJ경영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경원 (주)CJ 전략총괄 부사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홈페이지(www. federalreserve.gov)와 두바이상품거래소(DME) 사이트(www. dubaimerc. com)를 추천했다. FRB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중앙은행 구실을 하는 기관이고, DME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중심으로 두바이유 등 원유 선물거래가 이뤄지는 허브 시장이다.

    김 부사장은 FRB 사이트에서는 특히 ‘Economic Research & Data’ 부분을 애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전역의 12개 연방준비은행 전문인력들이 미국 내 경제동향을 면밀히 체크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이들 보고서는 2006년 7월을 전후해 이미 미국 경제의 버블문제를 경고했고, 서브프라임모기지가 그 도화선이 되리라는 사실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당시 일부 외신에서 미국 경제의 거품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공신력 있는 FRB의 보고서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을 참조해 김 부사장 본인도 ‘버블이 곧 터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

    FRB에는 200명 이상의 박사급을 포함해 총 450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이 다양한 분야의 경제동향 분석과 경기전망 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작성하는 주요 현안 보고서는 FRB 홈페이지의 ‘Surveys & Reports’ 섹션에 게재되고, ‘Statistics & Historical Data’ 섹션에서는 미국 주요 은행의 자산과 부채, 환율과 금리, 주택자금 흐름 등을 연도별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연구보고서 전문을 PDF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 ‘Working Papers’ 섹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경제의 주요 동향을 통시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 최고의 권위를 갖는 자료들이다.

    흔히 ‘중동의 뉴욕상업거래소(NYMEX)’로 비견되는 DME의 홈페이지는 특히 국제유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사이트다. 이 사이트의 ‘DM E data’ 섹션에서는 세계 3대 유종(油種) 가운데 하나인 중동산 두바이유의 선물 및 현물 거래가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원유생산 현지의 동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편. 특히 2008년 이후 국제유가가 요동치다 보니 이들 정보의 유용성은 배가됐다고 김 부사장은 평했다.

    고급 독자를 위한 ‘MUST KNOW’  사이트 순례기
    유럽의 눈으로 보는 세계 www.chathamhouse.org.uk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유럽 경제와 유럽의 기업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이 추천한 사이트 가운데는, 미국을 위주로 하는 분석 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영국과 독일 주요기관 사이트를 주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로 잘 알려진 채텀하우스의 홈페이지 (www. chatham house. org.uk)와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의 리서치 홈페이지(www. dbre search.com)다.

    1920년 창립되어 1926년 왕립 칭호를 부여받은 채텀하우스는 경제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정치, 안보, 사회, 문화, 언론 등 주요 이슈를 포괄해 분석하는 싱크탱크다. 왕립 칭호를 쓰고 있긴 하지만 비정부, 비영리기구로 미국 외교협회(CFR)의 자매기관이며, ‘국제이슈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크게 환경·에너지·자원 거버넌스와 국제경제학, 지역안보연구로 조직을 구분해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텀하우스 홈페이지의 ‘Research’ 섹션은 대륙별로 구분한 지역별 연구와 국제법, 국제경제 등 주제별 연구를 모두 합쳐 11개 테마로 나누어 배열하고 있다. 테마별로 수십쪽 분량의 리포트와 10쪽 내외의 브리핑 페이퍼가 축적돼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작성된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브리핑 페이퍼에서는 상대방이 이번 FTA의 주요쟁점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파악, 접근했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유럽의 현안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부분까지 분석자료가 축적돼있어 특정사안에 대해 유럽 각국이 가진 입장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1870년 설립된 도이체방크는 모두 7개 부문으로 나뉘는 리서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독일어로 된 자료가 있지만 분석보고서는 대부분 영어로 작성돼있고, 사이트 자체는 완전히 영어 메뉴로 돼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경제현황을 분석하는 페이퍼들이 우선 눈에 띄지만 세계적인 경제이슈를 유럽의 시각으로 다룬 보고서도 발군이다. 지역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섹션을 예로 들어보자. ‘쾰른 지방의 부동산 가격동향’ 같은 주제에는 우리가 관심 가질 이유가 적어도, 바로 그 옆의 ‘기후변화가 건설산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관련업계 종사자라면 탐낼 만한 페이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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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무역이 손끝에 www.wto.org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채욱 원장은 통상 분야의 최신 동향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홈페이지(www.wto.org)를 권했다. 세계 각 나라 사이의 무역거래에 관한 모든 정보가 모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였다. 해외수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라면 WTO 사이트를 통해 수출 대상국의 제도적인 특성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국가 간에 벌어지는 무역분쟁에 대해 WTO가 최근 어떤 입장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한국의 주요 통상현안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게재된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의 연설문에는 한동안 교착상태였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최근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이에 관한 주요국의 견해도 함께 가늠할 수 있다고 채 원장은 평했다.

    WTO 홈페이지에서 가장 유용한 대목은 WTO의 각종 보고서와 데이터를 모아놓은 ‘Resources’ 섹션이다. 전세계 153개국 WTO 가입국의 무역관련 주요통계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다. 이들 각 나라의 경제현황과 무역정책을 꼼꼼히 분석한 보고서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고, 각국이 특정 품목에 어떤 관세를 얼마나 부과하고 있는지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정보가 제한돼 있는 나라에 상품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에게는 더없이 값진 자료들이다.

    ‘Trade Topics’ 섹션에서는 주요 무역분쟁이나 각 나라의 정책 현안이 된 최근 이슈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농산품, 반덤핑, 지적재산권, 환경, 전자상거래 등 모두 한국 경제에도 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주제들이다. 이 가운데 특정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즐겨찾기를 해두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동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독립적인 관점에서 국제통상분야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주는 곳으로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민간기구 ICTSD(International Centre for Trade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홈페이지를 자주 이용한다고 채 원장은 밝혔다. WTO 홈페이지가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의 보고라면, ICTSD 홈페이지의 ‘Bridge’ 서비스는 핵심적인 통상현안을 정리한 주간 뉴스 업데이트와 간명한 언어로 꿰뚫는 월별 분석기사가 압권이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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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www.cepr.net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주류 경제학계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온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진보성향 경제정책 싱크탱크 CEPR(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의 홈페이지(www. cepr.net)와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연대단체 TWN(Third World Network) 홈페이지(www. twnside.org.sg)를 추천했다. 모두 세계 경제의 흐름과 이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접할 수 있는 사이트로, 자칫 놓치기 쉬운 잠복해있는 문제점을 성찰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데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1999년 창립된 CEPR은 ‘쉽고 정확한 언어로 대중이 선택 가능한 정책옵션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모토로 활발한 자료 발표와 교육 활동에 집중하는 싱크탱크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경제학자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다.

    ‘Publication’ 섹션에 올라오는 칼럼과 보고서는 주로 미국 국내의 경제사회정책 문제를 다루고 있고, 부분적으로 남미의 경제적 현실에 관한 분석도 이뤄진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Issues’ 섹션에는 경제위기, 거시경제학 등 총 21개 이슈별로 CEPR에서 생산한 자료와 관련 언론보도, 주목할 만한 글들을 모아두었다.

    꼼꼼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특정이슈에 대해 주류 경제학과는 차별성 있는 대안적 비판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 ‘Research Tools’ 섹션에서는 미국 연방예산의 추이 등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전문가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TWN은 자원의 공정한 배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제3세계 국민의 관점에서 경제, 환경, 사회 문제를 연구한다는 취지로 1984년 창립된 단체다. 말레이시아 본부 외에도 우루과이, 가나, 인도, 스위스에 지역사무국을 두고 주요 제3세계 국가들과 연계를 맺고 있다.

    TWN의 홈페이지에는 특히 WTO, IMF(국제통화기금) 등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국제기구의 성격과 정책방향을 개발도상국가 입장에서 분석한 글이 많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서구 주요국가와는 차별되는 ‘제3의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창구다. ‘Papers and Reports’ 섹션에 올라오는 제3세계 학자들의 팽팽한 문제의식은, 글로벌 경제체제의 복판에 서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는 다른 이해관계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도 음미해볼 부분이 적지 않다.

    고급 독자를 위한 ‘MUST KNOW’  사이트 순례기
    숫자로 치환할 수 없는 경제 너머의 인간 www.edge.org -경제평론가 ‘시골의사’ 박경철

    이번에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접해보자. 숫자와 그래프, 추이와 분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곳곳에 널려있다. 경제도 인간의 행위이고 보면, 작금의 경제위기 역시 인간사(史)의 한 자락일 터. 그렇듯 실용적 분석틀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을 느끼는 순간 ‘엣지(www. edge.org)’에 올라오는 글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는다고,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은 말했다.

    영국의 한 민간재단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경제와 과학, 철학을 넘나들며 현상을 분석하는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자료가 제시되는 사이트는 아니다. 다만 시장에 관해, 사람이 살아가는 행위로서의 경제에 대해, 사회와 시장의 관계에 대해 포괄적인 통찰이 오가는 곳에 가깝다. 박 원장은 “금융위기 같은 경제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근원에 자리하는 철학적 배경을 탐구하는 곳”이라고 촌평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추천의 말이다.

    설명만으로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직접 들어가보자. 필자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다. 경제분야 종사자는 물론 인류학자, 자연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 각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 이들이 올리는 글을 ‘과학적 사고와 인문적 사고의 통합을 꾀한다’는 원칙 아래 영국의 출판기획자 존 브록만이 편집하는 시스템이다.

    7월11일 현재 머리에 올라와있는 글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소장과 대담한 내용이다. 최근 네안데르탈인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있는 파보 교수는 이 작업이 인류 전체에 갖는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현생인류는 과연 어떻게 진화의 혹독한 과정을 뚫고 살아남았는지, 벽화를 그리거나 복잡한 상징물을 만드는 인간만의 능력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다.

    특히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그의 정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성과 본능이 각각 차지하는 영역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해야 하는 지식인의 숙명에 관해 무거운 통찰을 선사한다.

    박 원장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결정을 위해 수많은 자료와 정보를 취합한 후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이렇듯 ‘엣지’가 던져주는 근원적인 통찰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의견과 의견이 부딪치고 분석과 분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큰 틀의 시각’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가깝게 지내는 CEO나 경제전문가들도 이 사이트를 추천받고 크게 만족스러워했다며, 독자들에게도 꼭 일별해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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