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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완장 찬 양촌리 용식이? 완장 떼는 법 가르쳐달라”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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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좌파 우파 목표는 같다, 경쟁적이냐 나눠주면서 가느냐는 차이뿐
  • ● 황지우 전 총장, 잘못 인정한다면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싶다
  • ● 통섭 가치는 좋다, 다만 한예종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해야
  • ● 문화계 좌우로 갈린 건 과거 좌파가 편파 지원했기 때문
  • ● KOBACO·언론재단·방송회관 두고 방통위와 업무 주도권 다툼
  • ● 재산 기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문화체육관광부는 줄곧 좌파와 우파의 격전지 양상을 보여왔다. 배우 겸 탤런트 출신인 유인촌 장관이 권력의 서슬 퍼런 힘을 과시하며 좌파 인사들을 몰아세웠고, 좌파의 되치기도 격렬했다.

시작은 지난해 3월12일 유 장관의 발언이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 문화포럼에 참석한 유 장관은 “이전 정권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승자의 여유도 없고, 패자에 대한 배려도 없는 ‘몰상식’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유 장관은 ‘완장 찬 양촌리 용식이’니 ‘MB 정부의 괴벨스’니 하는 날선 비난의 말들을 들어야 했다.

이후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박래부 언론재단이사장 등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잊을 만하면 비슷한 사건이 터져나왔다. 지난 5월말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 면직 사건이 터졌다. 문화부는 자체감사를 통해 통섭교육 중지, 서사창작과 폐지, 황 총장의 개인비리 등을 지적했다. 이런 조치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문화부가 표적 감사를 통해 ‘좌파 적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MB 정부에 대한 좌파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고하기 위해 6월3~11일 시국선언에 참가한 대학교수만 3794명이었고,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에서 10년 만에 표현·집회·결사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월말엔 문화부에서 만든 극장 광고인 ‘대한뉘우스’ 때문에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쇄도했다.

과거 유 장관은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용식이 역을 맡았는데 극중 용식은 갈등을 주재하는 중재자 역할을 주로 했다. 수수하고 담백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런데 무슨 아이러니일까. 지금 유 장관은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로 언론에 비치고 있다.



유 장관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그는 정말 좌파를 척결하는 투사가 되고 싶은 걸까. 7월13일 ‘신동아’와 만난 유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내가 ‘완장 찼다’고 하는데, 그러면 완장을 떼는 법 좀 가르쳐달라”며 국민들로부터 언제든 조언을 들을 자세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문화예술계가 좌우로 나뉜 것은 이전 정권에서 힘 있을 때 자기들끼리만 편파 지원하고 놀았기 때문이다”는 편향된 인식을 내비쳤다.

‘한예종 사태 소통이 문제’

기자는 13일 오후 문화부 장관 접견실에서 유 장관과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틀 전 목 디스크 수술을 받은 터라 불편한 몸으로 기자와 무릎을 맞대고 앉았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열정’을 풀어놓지 않았다. 불편한 질문을 자꾸 던져도 반창고를 붙인 수술자리를 잠시 만질 뿐 자신의 논조를 허물지 않았다. 그는 ‘우파 확신범’이다.

문화부 직원들은 그런 ‘확신범’을 좋아한다. 장관 수행 능력에 A학점 정도는 줄 수 있다는 이가 많다. 지난 4월 1952년생 과장 11명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비(非)고시 출신의 조창희 국장을 종무실장으로 기용하고, 신재민 차관 등 MB 충성파 위주로 진용을 개편했을 때 유 장관은 부서별로 직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갖고 인사 취지를 설명하는 등 직원들을 다독이는 ‘보스’기질을 발휘했다. 문화부 산하 기관인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방송회관, 한국언론재단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 벌인 업무 주도권 다툼에서도 그는 문화부가 유리한 고지에 서도록 노력했다.

‘신동아’는 과연 유 장관이 지금의 갈등 구도를 풀고 진정 화해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예종 사태의 해법부터 물었다. 공교롭게도 유 장관을 만난 13일은 한예종 총장 선거일이었다(이날 선거에선 과반 득표자가 없어 상위 3명인 김남윤 음악원장, 박종원 영상원장, 허영일 전 무용원장을 대상으로 20일 재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게 된다).

▼ 한예종 사태는 일단락됐다고 보십니까?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제안하고 얘기하자고 해도 잘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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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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