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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시대의 클래식 캐릭터 ③

앨리스와 피터팬

수수께끼 같은 아이들의 원형

  • 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hanmail.net│

앨리스와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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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앨리스와 피터팬이 있다. 환상의 세계를 거침없이 탐험하는 앨리스, 네버랜드의 무법자 피터팬은 어른의 규율로 길들일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잊고 지내온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앨리스와 피터팬

앨리스는 빅토리아 왕조시대 소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모험의 자유’를 자신의 집 좁은 정원 안에서 만끽한다.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어른이 점점 늘어난다. 교육방송의‘아이의 사생활’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책으로 출판될 정도다. 특별한 양육 매뉴얼 없이 경험과 본능, 대가족 공동체의 협업으로 아이들을 키워도 큰 무리가 없던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 부모들은 무한 미디어 사회에서 각종 게임과 유해 정보의 홍수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느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 ‘소황제’라는 칭호까지 얻은 요새 아이들의 내면세계는 점점 어른들의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어린이만의 문화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아이들은 즐길 수 있지만, 어른들은 좀처럼 따라 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놀이문화가 범람한다. 또래집단과는 비밀을 공유하면서도 부모에게는 속내를 밝히지 않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갈등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엄마 1 : 게임이 네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니? 도대체 그 게임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아이 1 : 의미요? 도움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엄마 2 : 얘, 넌 좀 어린애답게 굴 수는 없니? 도대체 무슨 어린애가 그렇게 말을 안 듣니?



아이 2 : 나 어린애 아니에요. 어린이다운 게 뭔데요? 왜 어린애다워야 하는 거죠?

엄마 3 : 여보, 쟨 왜 우릴 하나도 안 닮았을까. 우리 어릴 땐 안 그랬잖아. 도대체 내 속에서 어떻게 저런 게 나왔나 싶어.

아이 3 : 내가 왜 엄마 아빠를 닮아야 하는 건데요?

다소 도식적이지만, 대부분의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은 이런 식의 패턴을 따르는 듯하다. 겉으로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일방적인 매도와 일방적인 저항이다. 그나마 아이가 저렇게 대꾸라도 해주면 다행이다.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아이들, 엄마 아빠와 대화하자고 앉혀놓으면 엄마 아빠가 이야기하는 동안 신출귀몰한 속도로 어디론가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당혹스럽다.

사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랑의 이름으로’ 분석하는 어른과 어떻게든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려는 아이의 용의주도한 두뇌 게임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갈등이 놓여 있다. 어른은 아이의 행동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지만, 아이는 언제나 바로 그 ‘의미’ 자체에 저항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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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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