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스쿨 클래식’.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교사들에게 음악적인 경험을 얻기 위한 공연과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이 감동받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에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해도 심한 왜곡을 가져온다. 과거의 훌륭한 작품이 왜 요즘 학생들에게 지루한 음악이 되어버렸을까? 그것은 그들의 연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중의 전달자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달자는 교육계에서는 선생님의 역할이며, 음악계에서는 연주자의 역할이다.
악보 훈련을 강화하라
교사들을 위해 한 학기에 두세 번 교육적인 음악회를 열어, 연주자들이 겪은 살아있는 체험과 클래식음악의 정수를 경험하게 한다면 자율적인 영역에서도 커다란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함께 노래하는 것 위주의 실기교육 대신 소수 학생이 모여 연주, 혹은 노래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실내악은 전체가 함께 하는 합주나 합창과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 각자가 선율의 주인이 되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기에 훨씬 능동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인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경험을 학교에서 하지 못하면 그들은 결국 노년기에 접어들어서야 이 가치 있는 예술을 취미로 가지게 된다.
이런 과정은 자연스럽게 더 자세한 악보읽기 능력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파묻혀서 노래를 부르다가 앙상블의 멤버가 되었을 때는 요구하는 악보의 체계가 훨씬 많아진다. 일반음악 교과과정은 악보에 대한 훈련의 비중을 간과하고 있다.
음악이라는 고기를 잡는 방법은 바로 악보읽기 능력이다. 찬송가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만족한다면 정작 교회음악도 발전하기 어렵다. 누군가 악보를 보여주었을 때에 당황하지 않고 시창하거나 악기로 연주할 수 있다면, 음악을 들으며 악보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혼자서 기타를 위한 코드표와 타브 악보를 공부해야 한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교육이다. 그리고 음악을 비롯한 예술분야의 중요성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세상을 경제논리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알려준다면 지금처럼 한쪽으로 편향된 교육은 지양할지도 모른다.
이번엔 전공자 교육을 살펴보자. 모두 똑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가장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이렇다.
1. 우리 아이가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서 남보다 더 일찍 악기를 사주고 레슨을 받게 한다.
2. 예술중이나 예술고와 같은 음악학교에 입학시킨 후 비싼 등록금과 별도의 레슨비를 들여가며 틈나는 대로 유명 콩쿠르에 도전시킨다.
3. 이제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한다. 대학에 보내기 전에 외국의 유명한 음악원이나 음대로 유학을 보내거나 국내 음악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지 이번엔 아주 비싼 악기로 바꿔주는 시기가 왔다.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은 그런 면에선 다행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공부방에 그랜드피아노 한 대를 놓아달라고 할 것이니까.
4. 국내든 국외든 일단 음악대학에 들어가면 화성학이나 음악사 등의 커리큘럼, 그리고 소수의 교양과목을 통과해야 하지만, ‘실기’라고 하는 악기 연주나 작곡시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5. 이제 졸업을 했다. 국내 대학 졸업자들은 이제 다시 유학을 결심하고 떠나느냐, 아니면 국내 오케스트라에 취직하거나 대학강사 자리를 얻느냐를 놓고 고민한다. 후자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 유학 프로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대학 졸업자 중 많은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오케스트라나 강사 자리를 놓고 고민한다. 그러나 경쟁자가 많고 안정된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찍 세상에 데뷔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이 모두 스타가 될 것 같지만, 그러한 경력이 연주자의 성공을 무조건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진로에 유리한 점은 있겠지만, 정작 성공에 필요한 이슈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마케팅과 기획은 아티스트와 계약한 기획사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연주자는 독주나 팀을 만들어서 공연을 직업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 수익조차 일정치 않기 때문에 일류 스타가 되기 전에는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치며 레슨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엔 아티스트가 아닌 교육자를 양성하는 교육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