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 총장은 1992년 사재를 들여 이 학교를 세운 설립자이기도 하다. 한서대는 이후 10여 년 만에 충남권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부상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으로 선정돼 31억7000여만원을 받았다. 의과대학이 없는 정원 5000~1만명 규모의 충남지역 대학 가운데 2위 기록이다. 함 총장은 기대 이상의 성과에 무척 고무된 듯 보였다. 그가 ‘천혜의 명당’이라고 자랑하는 교정을 걸어 총장실로 향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화제에 오른 것은 넥타이에 그려진 빨간 비행기였다.
▼ 넥타이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학교에서 특별히 제작했지요. 한서대 하면 항공이니까 그걸 널리 알리기 위해서예요.”
그의 말처럼 한서대가 이룬 빠른 성장의 중심에는 항공학부가 있다. 우리나라 정규 대학 가운데 항공 관련 학과가 개설된 곳은 공군사관학교와 항공대를 제외하면 한서대뿐. 이 대학 항공학부 학생들은 항공기계 항공교통관리 항공운항 등 7개 학과에서 다양한 항공 관련 지식을 배운다. 한서대 항공학부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05년 태안군 남면에 항공종합교육시설인 태안비행장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캠퍼스 내에 비행장을 만든 학교는 아시아에서 한서대 하나다. 이를 계기로 한서대는 국제적인 규모의 항공인력 양성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 지방 사립대에 항공학과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합니다. 원래부터 항공 교육에 뜻이 있으셨나요.
“그건 아니에요. 지방의 작은 대학이 성공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지요. 1980년대 후반 학교 설립을 준비하면서 학과를 차별화 특성화해야만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국 모든 대학의 전공을 모아놓고 비교 조사했지요. 그때 찾은 게 항공 분야예요. 공군사관학교를 제외하면 전국에 딱 한 곳에밖에 없으니, 우리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지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투자하면 오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 때문에 개교 초기에는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함 총장이 본격적으로 항공학부 개설을 준비한 건 대학 운영이 자리 잡기 시작한 2000년 무렵부터. 그는 비행 교관과 함께 초경량 항공기를 타고 학교 주변을 돌며 교육용 비행장 부지를 물색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비행 가능 구역이 정해져 있더군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비행할 수 없는 하늘이 많았어요. 그런 사실을 비행장 터를 찾으러 다니며 비로소 알았으니…. 항공 분야에 문외한인 상태에서 의욕만 갖고 추진하다보니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종종 사람들에게 ‘내가 항공에 대해 알았으면 절대 항공학부를 안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해요. 특히 비행장을 건설하는 게 많이 힘들었지요.”
간신히 비행장 부지를 찾아내 시공 준비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허가가 반려되는 일도 있었다. 환경문제, 인근 주민의 반대 등 갖가지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 자체 비행장이 없어도 항공학부는 만들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학교 안에서 실습 교육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안 되면 우리나라에서 기본 교육만 받은 뒤 외국에 나가 실습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로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들 부담이 되거든요.”

활주로와 관제탑, 강의시설 등을 갖춘 한서대 태안비행장 전경.
그의 바람은 긴 활주로가 있는 정식 비행장을 짓고 주변에 기숙사와 교육시설까지 건설해 학생들이 항공 관련 교육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5년여의 준비 끝에 2005년 완공한 한서대 태안비행장은 이러한 꿈의 결정체다. 45만㎡ 대지 위에 1180m 규모의 활주로가 뻗어 있고, 그 주위로 최첨단 관제탑, 격납고 등을 갖추고 있다. 최고 80인승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적 수준의 교육시설 안에 강의실, 기숙사 등도 구비했다.
“이곳에서는 여객기를 모는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뿐 아니라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항공기 조종사까지 키워낼 수 있습니다. 또 정비사와 항공 승무원 교육도 동시에 할 수 있지요.”
함 총장은 비행장을 건설하는 한편 각종 항공기 구입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아시아 최초로 제트 훈련기(CJ-1)를 도입하는 등 30여 대의 항공기를 구비해 기본 비행 훈련부터 상업용 항공기 비행 훈련까지 모두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기단(機團)을 꾸렸다. 야간 비행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모의비행장치(시뮬레이터)도 마련했다. 또 공군과 연계한 항공 학군사관후보(ROTC) 프로그램을 만들어 군에 입대해야 하는 조종훈련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파일럿이 되는 과정을 밟을 수 있게 했다.
항공조종학과 학생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미국 LA에도 캠퍼스를 마련했다. 그는 “항공학부를 만들 때 자체 비행장 건설과 더불어 또 하나 역점을 둔 것이 미국 캠퍼스”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객기 조종사가 되려면 미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의 공인 조종 면장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 교육을 마친 뒤 미국에 가서 추가로 교육을 받아야만 나오는 자격증이지요. 생각해보니 우리 학생들이 좋은 조종사가 되는 데 꼭 필요한 교육 과정이라면 학교가 나서서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한서대는 2001년 미국 LA에 ‘한서대 LA 교육원’을 세웠다. 학생들이 현지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면장 취득시험에 대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항공운항학과는 첫 졸업생이 나온 2004년부터 3년 연속 취업률 100%를 기록하며 한서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