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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김정일도 아직 누가 조선의 어머니가 될지 모른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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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북한 언론에 15년 만에 등장한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혁명가계 vs 혁명정통

▲장성택설 ▲집단지도체제설은 혁명가계 승계-혁명정통 승계라는 틀로 설명된다. 혁명가계 승계는 ‘삼대(三代) 계승’을 대전제로 하는 반면, 혁명정통 승계는 정통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으로 ‘가계 세습’을 저어한다. 이 틀은 2004년 봄 장성택 실각을 혁명가계 vs 혁명정통이 만든 잡음으로 본다.

혁명가계 승계의 대상자는 김정남 김정철 김정운이다. 혁명정통 승계 대상자는 장성택을 포함해 그 범위가 넓다. 국방위원회에서 일한다는 첩보가 나돈, 김일성 주석의 생모인 강반석 가계의 강○○(50대 장성으로 실명은 알려지지 않는다)이 정보당국의 안테나에 걸린 적도 있다.

혁명가계 vs 혁명정통의 틀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인이 등장한다. 김정일이 아끼는 자식으로 알려진, 김영숙이 낳은 맏딸 김설송. 1976년생으로 결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결혼했다면 남편은 누구일까. 사위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딸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이렇듯 혁명가계+혁명정통의 조합은 변수를 늘려나간다.

김설송은 아버지와 같은 대학(김일성대), 같은 과(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J씨는 김설송을 긴 생머리에 군복을 입은 여자로 기억한다.



“김정운 후계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정일 사후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결국엔 김정남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운 후계론은 해프닝이라고 봐야 한다. 조선의 어머니론은 낭설이다. 북한 주민들은 성혜림, 김정남, 김정운, 김정철이 누군지 모른다. 명분은 권력을 틀어쥔 사람이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김정운보다는 오히려 김설송이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그랬듯 신변보호와 선전선동을 맡고 있다.”

‘김정일의 女人’으로 들여다본 북한 후계구도

김정남 생모 성혜림의 묘

J씨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서사시를 쓰면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인사들과 교유했으며, 김정일 최측근의 친인척과도 친분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후계자론을 들여다보는 J씨의 경험은 한국 전문가의 분석과는 결이 다르다. J씨는 중국, 현실을 중요한 변수로 보면서 김정남 설에 무게를 싣는다.

다시 ‘조선의 어머니’로 되돌아가보자.

고영희 우상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북한에선 고영희 우상화 조짐이 나타났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이제강과 이용철이 고영희의 측근이었다는 것은 정설로 통한다. 고영희의 아들을 후원하는 이제강과 김정남과 가까운 장성택의 다툼에서 김정일이 이제강의 손을 들어줬다는 거다.

고영희는 재일동포 귀국자 출신으로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일했다. 1976년께부터 김정일과 동거했는데, 두 아들 외에 딸 김여정도 낳았다. 김여정은 1987년생이라는 사실 외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식 당-국가 체제의 핵이다. 김정일도 조직지도부장을 맡으면서 권력을 장악해나갔다. 3남 후계설이 기정사실처럼 회자될 때 김정운이 조직지도부장을 맡았다거나 곧 맡으리라는 보도가 나온 까닭이다. 조직지도부는 4명의 부부장을 뒀으나 부장직은 공석이다. 김정일이 아직까지는 2인자를 만들지 않은 셈이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장성택은 2004년 2월 낙마한다. 혁명가계 vs 혁명정통 틀로 분석하면 장성택의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영희는 2004년 5월 유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영희가 죽은 뒤 우상화 움직임도 중단됐다.

장성택은 2005년 12월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이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 전략을 사용하면서 이제강, 장성택을 관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는 김정남의 후견인으로 알려지기도 하고, 고영희와 사이가 좋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고영희가 김경희를 찾아가 바람피우는 남편 욕을 했다거나 장성택이 실각했을 때 김경희가 오빠 김정일을 찾아가 울며불며 항의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체격 좋고 잘생긴 미남이며 똑똑한 남자다. 오죽했으면 공주님이 반했겠는가.”

북한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망명한 고영환씨는 장성택을 이렇게 평가한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김일성이 반대했는데도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장성택은 김일성대 정치경제학과를 다니다가 원산경제대로 전학을 갔는데, 이는 둘을 떼어놓으려는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일이 유일한 동복 동생 김경희를 챙긴다는 것엔 이견이 별로 없다. 장성택을 놓고 ‘킹이냐, 킹메이커냐’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일각에선 김경희를 두고도 “퍼스트레이디, 지도자를 꿈꿀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돈다.

6월8일 북한 언론은 김경희의 얼굴을 15년 만에 공개했다. 최근 김정일의 현지지도 수행자 명단에 ‘김경희’란 이름이 자주 오른다. 북한 언론은 김경희를 장성택보다 앞서 호명하는데, 공개활동 재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김정운 후계 공고화에 방점을 찍은 견해와 장성택 권력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다툰다.

옥이 동지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인이 있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할 경우, 개인비서이자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실권을 행사하는 김옥이 김정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대리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미국 정보당국은 주시한다. 김옥은 김정일의 신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만일의 사태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김옥은 김정일의 개인 조직이나 39호실(통치자금 관리부서)에도 깊이 연관돼 북한 정권의 자산에 일정한 영향력이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정일 유고 시 후계구도에서 힘과 수단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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