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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②

일본 자위대에서 독도 논문 쓴 진석근 전 대령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역사 바로잡기 계속하겠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일본 자위대에서 독도 논문 쓴 진석근 전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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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일본 자위대 연수기간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밝히는 논문을 발간해 파란을 일으킨 진석근 전 대령. 올봄 ‘독도의 진실’이라는 만화를 펴낸 그는 군복무 시절 ‘잃어버린 우리 상고사’를 비롯해 세 권의 역사책을 발간하면서 사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 암 투병을 하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깨뜨릴 비책을 연구하는 그의 가슴은 민족애로 뜨겁다.
일본 자위대에서 독도 논문 쓴 진석근 전 대령

지난 3월 진석근씨가 출간한 ‘독도의 진실’



개량한복을 입은 진석근(55) 전 대령은 암 투병을 하는 사람답지 않게 얼굴이 평온했다. 눈동자는 크고 맑았고 목소리는 낭랑했다. 흔히 중병을 앓는 사람에게 엿보이는 불안감이나 어두운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선도(仙道) 수련으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난해 위암 말기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그는 열정적인 어투와 몸짓으로 한민족의 상고사와 독도의 진실을 설파했다.

군 최고의 독도 전문가로 통하던 그가 군복을 벗은 것은 지난해 10월. 암 발병이 직접적인 전역 사유였다. 그해 7월 수술을 받았다. 전역 당시 계급은 대령. 규정대로라면 2010년 4월까지 더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30여 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났다.

전역 후에도 그의 독도사랑은 계속됐다. 암과 싸우면서 ‘독도의 진실’이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3월 출간된 210쪽 분량의 이 책은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문은 만화이고 부록엔 독도 관련 각종 자료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그의 네 번째 저서다. 군 복무 시절 그는 이미 재야사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잃어버린 우리 상고사’ ‘우리 땅 우리 혼’ ‘민족의 닻 독도’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모두 비매품인 이 책들은 그가 근무하던 사령부와 사단에 장병 교육용으로 배포됐다.

일본 자위대에서 독도 논문 쓴 진석근 전 대령
‘독도의 진실’은 그가 일본에서 쓴 논문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그는 1997년 일본 자위대 간부학교 고급과정을 이수했는데, 그때 작성한 졸업논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일 양국 주장의 비교·분석’이었다. 한국군 장교가 일본 자위대 간부학교에 파견돼 교육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일 군사교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일본 극우세력의 본거지라 할 만한 자위대에서 한국군 장교가 독도를 주제로 논문을 펴낼 줄이야.



자위대에 파견된 첫 한국군 장교

그가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은 대령으로 진급한 해인 1996년 2월. 평소 한국 고대사에 관심이 많아 생도 시절 중국어를 익히고 임관 후 일반대학에 편입해 일본어를 공부한 것이 자위대 파견 1호 장교가 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한학을 하신 할아버지와 동네 어른들로부터 역사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났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엉터리 역사였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걸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일본이 한민족을 황국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통해 조작한 역사다. 일본은 우리 민족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 상고사가 기록된 역사책을 불태우고 역사를 날조했다. 그 결과 지금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역사책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두 권밖에 없다. 삼국시대 이전 역사가 날아간 것이다. 식민사관을 계승한 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국사편찬위원회를 장악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한번 입을 열자 폭포수 같다.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 이야기가 기운차게 쏟아져 나온다.

“대표적인 예로 단군과 고조선은 신화가 아니다. 고조선은 2096년 동안 중국 대륙에 실존했던 국가로 모두 47명의 단군이 통치했다. 고조선은 하·은·주를 비롯한 중국의 고대 왕조들과 교류했고 일부 국가로부터 조공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한민족을 일본은 역사 왜곡을 통해 한반도 밖으로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나약하고 사대주의에 젖은 족속으로 비하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일본이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고 사관학교에 들어간 이후 조금씩 공부를 해나갔다”고 했다.

그가 자위대에 파견된 1996년은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해 2월 한국 정부가 독도 접안시설 공사를 시작하자 이케다 일본 외상은 “독도는 국제법상 일본 영토이며 이곳에 접안시설을 만드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망발로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들끓게 했다.

그가 현해탄을 건넌 것도 그 무렵이었다. 육상자위대 간부학교 고급과정에 등록한 학생은 20명. 다들 대령급 장교였다. 한국군 장교로는 그말고 한 명 더 있었다. 나머지 18명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평상시 일본 장교들은 내 앞에서 독도 얘기를 전혀 하지 않다가 술 한 잔 들어가면 그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들은 ‘왜 남의 땅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런데 내가 ‘독도가 어째서 너희 땅이냐. 이유를 설명해봐라’고 하면 누구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고작 한다는 얘기가 ‘독도는 우리 땅인데, 한국이 무단 점령하고 있다고 배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독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주장을 사안별로 비교하면 객관적인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의 3분의 1이 지나면서 논문 주제를 결정하게 됐다. 한국에서 온 장교가 독도 영유권을 다루겠다고 하자 담당교관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이런 얘기로 교관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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