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영국 런던·에식스

해수면 급상승 맞서 100년을 내다보는 위기관리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입력2009-10-08 16:5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영국 런던 템스강의 홍수방어벽과 에식스의 블랙워터강 하구 프로젝트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꼽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사례다. 북해 쪽 해수면의 급상승으로 인한 런던의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홍수방어벽이나 제방을 트고 경작지를 염습지로 바꿔 해안 침식을 막은 사례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영국 런던·에식스

    템스강 홍수방어벽.

    20년 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처음 이 홍수방어벽에 대해 들었는데, 이제야 이곳에 왔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8월26일 오후 런던 템스강 하류의 홍수방어벽(Thames Barrier)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스티븐씨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이었다. 영국 중부 노포크 킹스린(King′s Lynn)에 살고 있는 그는 런던 여행 중 일곱살짜리 아들에게 이 홍수방어벽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통제센터에서 300여m 떨어진 강변에 들어선 방문자센터에는 이처럼 교육적인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하루에도 100명 이상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붐비는 국제도시 중 하나인 런던이 늘 홍수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좀 의외다. 그러나 도시 중심에 템스강이 흐르고, 사실상 이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세워졌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역사적으로 큰 피해를 기록한 대홍수만 해도 1263년, 1663년, 1928년 등 여러 번 있었다.

    템스강 홍수방어벽이 없던 과거에는 1879년 제정된 템스홍수방어조례에 따라 더 높고 튼튼한 제방을 쌓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는 1970년대까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해법이었다. 그러나 제방을 높이 쌓으면서 템스강의 조망이 나빠졌다. 1953년 영국 남동쪽 해안가를 강타한 대홍수 때는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런던의 저지대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를 계기로 홍수 방어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됐다.

    1982년 템스강 홍수방어벽 완공



    이후 새로운 홍수방어책을 위한 심층 연구가 이어졌고, 1966년 허먼 본디(Herman Bondi) 경의 보고서가 나온 뒤 제방을 높이는 것과 함께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문을 강에 설치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내 1972년 국왕의 재가(Royal Assent·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따라 템스강 홍수방어벽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 방어벽은 1974년 건설에 들어가 1982년 완공됐고, 1984년 5월8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정식 가동 버튼을 눌렀다.

    당시 건설 및 관련 비용은 5억3500만파운드(2007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14억파운드· 한화로 약 2조6600억원)가 들었다. 여기에는 하류 쪽으로 17㎞ 가량 제방을 높이고 보강한 비용도 포함됐다. 환경부 지역 기후변화 프로그램 매니저 팀 리더씨에게서 방어벽의 원리에 대해 들었다.

    “이 홍수방어벽은 템스강을 가로막는 열 개의 철문과 교각으로 구성됩니다. 3700t에 달하는 각각의 철문은 길이가 최대 61m이며, 높이는 5층 빌딩(약 20m)과 맞먹지요. 철문은 속이 빈 드럼통을 절반 자른 형태로 평소에는 바닥에 누워있는데, 위기상황이 되면 크레인이 이 문을 끌어올려 강물을 막게 됩니다. 철문의 중심축은 양쪽 교각에 있고, 이를 중심으로 회전해서 강물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철문의 회전 개념은 찰스 드레이퍼(Charles Draper)가 고안했고, 디자인은 런던시청의 렌들, 팔머, 트라이튼이 맡았습니다.”

    영국 런던·에식스

    템스강 홍수방어벽 방문자센터(왼쪽). 템스강 홍수방어벽의 원리를 보여주는 단면도(오른쪽). 철문 오른쪽이 강 하류 쪽이고 왼쪽이 런던 시내 쪽이다. 수위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90도 회전한 철문이 강물을 막으면 바다에서 역류해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한강의 경우 비가 많이 오면 상류 쪽에서 모아진 물이 한강 수위를 높여 서울을 위협하지만 템스강은 그 반대다. 수위가 높아진 바닷물이 템스강을 타고 올라와 런던 시내 쪽을 위협하는 것이다. 기차처럼 빠른 폭풍해일(storm surge)이 런던 쪽으로 밀려들면 2m 이상 수위 상승을 초래한다. 즉 템스강 홍수방어벽을 닫을 경우 북해 쪽 템스강이 런던 중심부 쪽 템스강 수위보다 2m 이상 높아진다.

    폭풍해일 혹은 밀물 범람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일어난다. 저기압전선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제도를 향해 움직일 때 그 아래쪽 바다가 수면 상승을 초래한다. 이렇게 상승한 수면이 저기압대와 같이 이동한다. 그런데 이 저기압대가 스코틀랜드 북쪽을 통과하거나 북해 쪽으로 이동하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심해로부터 상승한 이 물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해의 남쪽 부분에 도달할 때 밀물 범람이 일어난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수면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또 이런 수면 급상승이 템스강 하구와 도버해협의 좁은 부분에서 매달 초승과 보름께 일어나는 한사리 때와 겹치면 역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방어벽 문 양쪽 수위 차 2m

    90여 명의 템스강 홍수방어벽관리소 직원들은 36시간 전에 위험한 날씨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기상청 소속 폭풍조수예보국(Storm Tide Forecasting Service)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자체적으로 컴퓨터 분석을 거쳐 다가올 밀물의 높이를 예측한다. 그에 따라 통제관들이 철문의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문을 닫게 되면 썰물이 빠져나간 뒤에도 1~2시간 지나야 문을 연다. 문을 닫기 전에 템스강 홍수방어벽 직원은 템스강의 선박 이동을 통제하는 기관인 런던항관리국(Port of London Authority)에 관련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런던항관리국에서 이동 중인 선박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홍수방어벽 교각에도 빨간 불이 들어와 폐문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이런 치밀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가끔’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1997년 10월27일 오전 7시 심한 안개 때문에 3000t급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방어벽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것이다. 일상적인 관리에서도 어려운 점은 적지 않다.

    영국 런던·에식스

    해안 제방을 튼 뒤 습지로 바뀐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의 애버츠 홀 농장 경작지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 홍수방어벽 문을 닫을 때 배가 지나다닐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물론 1982년부터 2007년 사이 방어벽 문을 닫은 것은 모두 103회였습니다. 1년에 방어벽 문을 닫는 날이 평균 6~7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많게는 20회까지 문을 닫은 적도 있어 선박 항해에 문제가 되기도 했지요. 운영비용이 큰 것도 문제입니다. 엄청나게 큰 구조물이다보니 관리비용이 많이 듭니다. 제방과 이를 운영하는 데만 연간 1100만파운드(220억원)가 듭니다.”(팀 리더)

    지난 3월 영국 ‘가디언’은 템스강 홍수방어벽을 처음 고안할 때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즉 런던이 지구 온난화로 초래된 해수면 상승에 생각보다 덜 취약하다는 것이다.

    “홍수방어벽을 처음 고안할 때만 해도 해수면 상승은 연간 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낮은 6㎜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홍수의 위험성을 과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현재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해수 온도도 높아지고, 만년설은 지속적으로 녹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향후 100년 동안 해수면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영국에선 겨울에 더욱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템스강의 상류 쪽 밀물 양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거친 날씨는 폭풍해일의 위험도를 더욱 높이고 있고, 템스강 하구 기수(汽水) 지역의 홍수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습니다.”(팀 리더)

    환경 당국은 현재의 홍수방어능력이 2030년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방들이 낡았고, 새 홍수방어벽을 건설하려면 연구 디자인 토목 등에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경부는 7년 전 ‘템스강 하구 2100(Thames Estuary 2100)’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21세기 말까지 템스강의 홍수 위험에 맞설 수 있는 관리 계획 연구를 시작했다.

    “템스강 하구 2100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인 2002년 한 자료는 그해 템스강의 수량이 20%가량 증가했고,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눈앞에 다가온 불확실성을 분명히 줄일 필요가 있었지요. 프로젝트 연구를 절반쯤 진행하고 있던 2005년 엑서터에서 기후변화총회가 열렸는데, 우리는 거기서 중요한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즉 남극 빙하의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폭풍해일 발생빈도와 강우량 증가로 인해 2080년까지 템스강 수량이 40% 더 늘어나고,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88㎝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템스강 수위가 2.7~4.2m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지요.”

    프로젝트 팀은 당시만 해도 해답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유럽 공간계획(ESPACE)’이라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등을 종합해서 분석틀을 만들었다. 이때 템스강에 새로운 홍수방어벽을 만드는 방안도 나왔지만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었다.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2070년 롱리치(Longreach) 지역에 새 홍수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홍수에 덜 취약한 런던을 만들기 위한 이 프로젝트 보고서는 올해 초 외부 자문이 끝남에 따라 2100년까지 단계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제방 허문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

    영국 환경부는 홍수방어벽이나 제방을 쌓는 일 외에도 밀물 범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만조 때에 물이 들어가는 범람원(氾濫原· flood plain)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무와 풀 등이 자라있는 범람원은 자연적인 제방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범람원을 제방을 허물어 만든 대표적인 곳이 블랙워터강 하구(Blackwater Estury) 지역이다.

    런던에서 동쪽으로 80㎞쯤 떨어진 바닷가 도시인 콜체스터에 이 블랙워터강 하구가 있다. 영국 정부는 1992년부터 이 지역 일대를 대상으로 ‘블랙워터강 하구 관리계획’을 세웠다. 이 관리계획 가운데 바다 제방을 헐어 농장을 보호하는 계획이 들어 있다. 콜체스터가 속한 에식스 지방에선 10여 곳 이상이 이런 역발상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콜체스터의 환경단체인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Essex Wildlife Trusts·이하 EWT)가 한 프로젝트다.

    8월24일 콜체스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20여 분 달리자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 본부가 있는 애버츠 홀 농장(Abotts hall Farm)이 외지인을 반겼다. 드넓은 농지와 수백 년 된 건물, 쾌적하고 따뜻한 바람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EWT는 야생동식물과 사람의 공생을 위해 다양한 서식환경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자선환경단체로 3만5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에식스 지역에서 91곳의 자연보호지역을 관리하며, 6곳의 방문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80명의 직원 외에도 은퇴 후에 자원봉사에 나선 노인도 수십 명이나 된다. 이들은 야생동식물의 생태계 보호에 아주 열정적이다.

    2002년 EWT는 3.8㎞의 인공 제방 가운데 5곳을 100m 폭으로 터서 경작지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했다. 농장 84만㎡의 경작지 가운데 50만㎡의 땅을 염습지와 목초지로 바꿔서 지속가능한 바다 방어막 구실을 하게 한 것이다. 샛강이나 염습지의 식물들은 파도 에너지와 조력 에너지의 충격을 줄여 그 안쪽의 땅을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다. 9년 동안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에서 일하고 있는 관리부장 데이비드 스마트 혼스씨의 말이다.

    “이곳 애버츠 홀 농장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이 지역에선 해수면이 해마다 6㎜씩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바다 제방 바깥의 염습지는 자연적 제방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염습지가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그곳에서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고 염습지도 사라지니까요. 지난 30년 동안 에식스에서는 약 40%의 염습지가 사라졌습니다. 에식스 지방에선 약 40만㎢의 염습지가 간척됐고, 블랙워터강 지역만 5만5000㎢에 달합니다. 바다 쪽으로 염습지가 없을 경우 제방은 거친 파도에 그대로 노출돼서 지속적으로 침식되고, 제방이 훼손되면 많은 돈을 들여 보수해야 합니다. 300여 년 전에 조성된 인공 제방은 곳곳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바다 제방을 허물고 그 안쪽의 경작지를 바닷물이 드나드는 염습지로 바꾼 것입니다.”

    영국 런던·에식스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 관리 사무실 내부.

    영국 남동쪽 해수면 연간 6㎜ 상승

    특히 이 지역에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1만~1만5000년 전에 끝난 빙하기 이후 얼음이 녹으면서 그 무게에 눌려 있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쪽의 땅이 상승하고 남동쪽 에식스의 땅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를 ‘후빙하기 지각 반동(postglacial rebound)’이라고 한다. 그 결과 잉글랜드 남동쪽에선 상대적으로 해수면 상승효과가 생겨 해마다 2㎜씩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는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시작됐고, 지속적인 해수면 상승을 야기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해마다 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해마다 6㎜씩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300년 전부터 조성된 에식스 지방의 바다 제방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게 아니라 대부분 염습지의 염분을 제거해서 목초지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에식스 해안지대에는 640㎞의 바다 제방이 조성돼 있다. 이는 네덜란드 해안선의 1.5배나 되는 길이다.

    이런 제방을 트는 역발상은 여러 기관의 도움이 있었기에 실행이 가능했다. 우선 훼손된 제방의 보수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가 이런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염습지를 조성하면 적은 돈으로 지속가능한 제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환경부는 애버츠 홀 농장이 제방 허물기 프로젝트를 할 경우 10년 동안 휴경으로 인한 손해 일부를 충당해주기로 결정했다. 또 환경부, 잉글리시 네이처,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협회(WWF) 등 여러 기관과 뜻있는 개인들의 도움이 있었다.

    둘째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곳은 원래 홍머리오리 넓적부리 등 여러 조류와 굴 게 금회향풀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데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제방을 허문 뒤인 지금은 15종의 식물과 30종의 야생 조류와 짐승, 어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EWT는 2000년 230만파운드를 주고 이 농장을 사들였고, 2년 뒤 제방 허물기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당시 비용효과 분석 결과 제방 보수작업에 100만파운드, 제방 허물기 작업에 45만파운드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2년이나 걸렸지만 모두 EWT가 내세운 대의를 따랐다. 존 홀 EWT 사무총장의 말이다.

    “제방 허물기 작업이 경제적 가치도 있었지만, 보호해야 할 생태계인 염습지를 복원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땅 소유주들과는 아주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자연보존과 야생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보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우리는 실행했고, 그 큰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EWT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뒤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밀밭과 해바라기밭을 보여주던 관리부장 혼스씨는 야생 블랙베리와 사과를 몇 개 따주면서 EWT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수많은 야생동식물을 위한 환상적인 서식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염습지로 만든 50만㎡의 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기면 거기서 아무런 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이 공간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후변화 적응 대처 위한 법체계

    이처럼 템스강 홍수방어벽과 블랙워터강 하구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각국 정부에 교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조안 러덕 에너지기후변화부 차관은 이런 사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결국 체계적인 법 제정이었다고 밝혔다.

    “영국은 기후변화법에 따라 기후변화와 관련한 몇몇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독립적인 기후변화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 기후변화 적응을 다루는 소위원회가 생겼습니다. 여기서 적응과 관련한 정밀 보고서들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정부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등을 감시합니다. 기후변화 적응(Adapting to Climate Change)에 관한 정부 보고서도 매년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적응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영국은 이런 철학 아래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홍수 등의 문제에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