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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두 거목 황영기 강정원

공격적 영업 주도한 승부사 VS 리스크 관리 중시한 정통 뱅커

  • 류정일│헤럴드경제 시장경제부 기자 ryus@heraldm.com│

금융권 두 거목 황영기 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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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두 거목  황영기         강정원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행사에서 황영기 회장(맨왼쪽)과 강정원 행장(왼쪽에서 세 번째)

대립각

강 행장 전임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35년 금융인생을 접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금융시장의 발전은 규제당국과 시중은행이 싸우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김 전 행장의 이런 생각 때문에 국민은행은 감독당국과 불편한 관계로 지내왔고 다른 은행들은 그 뒤에 숨어 반사이익도 봤지만 강 행장은 달랐다. 2004년 처음 취임하며 “감독기관과 원만한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당시 금융당국 최대 골칫거리였지만 김 전 행장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했던 LG카드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에 평소 은행권을 향해 독설을 퍼붓던 윤증현 당시 금감위원장이 “강 행장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평소 온화하고 합리적인 강 행장의 인간적인 스타일이 감독당국과도 잘 조화된, 그래서 국민은행이 강 행장 체제에 접어들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반면 황 회장은 감독당국은 물론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예보)와도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우선 우리금융 회장 겸 행장 임기 3년간 우리금융의 자산을 100조원이나 늘린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황 회장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 빛을 발하며 우리금융은 눈부신 외형성장을 했지만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그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심지어 주택담보대출 관련 전산을 막도록 지시하기도 했지만, 황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 안팎에서 영업을 강화한다는 말만 흘러나와도 바로 은행권 전체에 경고성 전화를 돌리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회장에 대한 노골적인 제재는 없었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위험스러운 공격적 투자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금융당국 책임론도 거론된다.

한편 황 회장이 공공연히 민간 출신 첫 금융당국 수장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서 감독당국의 심기도 불편해졌다. 황 회장은 평소 대주주인 예보를 두고 “상머슴 정도에 불과하다”고 거침없이 표현해왔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국민의 소유”라며 “공복으로서 예보는 국민에게는 머슴이고 고작 예보가 상머슴, 우리금융이 하머슴에 불과한데 머슴끼리 너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분기마다 예보가 정해둔 경영이행약정(MOU)의 이행 정도를 예보에 보고하는 자리를 일컬어 황 회장은 “손톱검사하고 머리 감기고 감방에 다시 가두는 식”이라며 치욕스러워 했다. 황 회장은 또 초과 성과급 지급 문제로 예보로부터 수차례 경고, 징계 및 선지급 격려금 회수 등의 조치를 당했다.



깊고 깊은 갈등의 골은 2007년 3월 황 회장의 우리금융 회장 임기 만료 당시 연임불가로 결론지어졌다. 당시로서는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은 최종 면접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당시 예보 내부의 “차기 회장은 황영기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놀랄 만한 반전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시기 국책은행장으로서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행보와는 비교되는 초라한 퇴장에 황 회장 스스로 자괴감이 컸을 것이다.

최근 황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나온다. 황 회장을 변호하는 측에서는 황 회장이 정치권 파워 게임에서 밀린 뒤 괘씸죄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재임 시절 결정했던 사안이 퇴임 후 문제가 됐다는 황 회장 측의 해명은 부적절하다”며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재임시절 결정한 사안의 판단 유효기간이 훨씬 길어졌다”고 판단했다.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황 회장의 지나친 개인성향과 뱅커답지 않은 공격적인 경영행태, 예보 등 정부로 대변되는 주주에 맞서는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화를 키운 꼴”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같은 은행장 자리였지만 운신의 폭은 크게 달랐다. 국내 금융계 메가딜이었던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은행의 건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뒤 강 행장은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했고 우선협상대상자까지 가봤지만 LG카드 인수 의지를 불태웠던 황 회장은 예보에 제동이 걸렸다. 민영화를 앞두고 공적자금 투입 기관이 무리하게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민감한 얘기지만 보수 측면에서도 황 회장은 강 행장에게 밀렸다. 취임 초 강 행장은 70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받았지만 황 회장은 2005년 초 스톡옵션 부여를 추진했다가 또다시 예보에 밀려 부결됐다.

승부사 VS 전략가

그럼에도 황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변함없었다. 큰 그림이 완성되면 자잘한 부작용과 관계없이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황 회장이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한 영업본부장들에게 단검을 선물했고 비슷한 시기 강 행장은 펜을 선물했다는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과 성격을 극적으로 드러낸 일로 호사가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또 “우리 등에 칼을 대면 우리도 뒤통수를 치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불사하면서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한 점도 승부사로서 황 회장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황 회장의 승부수로 3년간 우리은행만 놓고 볼 때 60조원 이상의 자산 증가세를 이뤘다. 웬만한 은행 하나를 인수한 것에 버금가는 성장이었다. 황 회장의 화끈한 공격적 경영에 우리금융의 주가는 취임 무렵 8000원선이던 것이 퇴임 직전에는 2만3000원 수준까지 치솟았고 이에 증시라는 콜로세움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은 검투사 황 회장의 화끈한 퍼포먼스에 꽃을 뿌렸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 시절,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왔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어깨가 처진 은행원들에게 채찍을 가하며 실적 극대화를 요구했지만 결국은 열패감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 자산 규모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며 임직원에게 폭탄주를 돌리며 독려했다. 예보의 경영 가이드라인인 MOU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수차례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황 회장 시절, 우리은행 본점이 위치한 서울 회현동 인근에서는 밤만 되면 황 회장이 개발했다는 건배 구호인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연신 외치며 폭탄주를 들이켜는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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