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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박근혜 이미지 탐색 ②

‘운동권’ 노무현의 대척점으로만 부각, 현대 가신’ MB의 대립 이미지 구축 실패

  • 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운동권’ 노무현의 대척점으로만 부각, 현대 가신’ MB의 대립 이미지 구축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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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노무현의 대척점으로만 부각, 현대 가신’  MB의	  대립 이미지 구축 실패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주자 정책토론회장에서 나란히 앉아 담소하는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

MB의 행운

2005년 ‘조신한 양갓집 딸’이 당시 불한당 같은 이미지를 가진 노무현의 핍박 대상이 되고 있다고 대중이 느낄 때 GH의 이미지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품위 없고 거친 사람이 착하고 여린 양갓집 규수를 박해한다는 대중의 인식은 GH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양갓집 규수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은 ‘귀한 집 아이가 고생한다’고 생각하면서 측은한 마음에서 무작정 그녀를 밀어주고 싶은 심정이 된 것이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GH는 노무현에 대항하는 대중 이미지는 아주 뚜렷했지만, 정작 경쟁자이던 MB와 대립하기에는 불완전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대중이 보기에는 그랬다. GH와 경쟁하는 관계에 있던 MB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나 대선 정국에서 MB와 대비되어 GH는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이 분명히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야 했다. 하지만 GH 쪽에서 볼 때 대중이 가진 GH 이미지는 기대와는 달리 엉뚱한 곳에 계속 전선(戰線)을 형성시킨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대중의 마음속에는 아직 GH와 MB의 대립 구도가 분명하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대중의 절대적인 인기와 지지도를 가진 GH로서 대중이 가진 이런 이미지의 영향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대중에게 GH는 노무현에 대항하는 정치인이었지, MB와 싸우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GH 이미지의 분화: 내부와 외부의 차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GH의 이미지는 노무현과 MB를 나타나는 이미지와 각각 다르게 대립되어 부각된다. 일반적 대중 이미지로만 본다면 GH의 이미지는 뚜렷하다. 대립되는 인물도 여전히 임기 말에 있는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다. 하지만 그 순간에 GH에게 필요한 대중의 이미지는 노무현과 대립되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또 다른 선택의 순간에 대중은 노무현의 이미지가 아닌 다른 이미지를 가진 누군가와 대결하는 상황에 있는 그녀를 지원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GH는 자신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실질적인 경쟁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없었다. 아니, 이미지의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을 몰랐던 GH는 자신의 이미지가 무엇인지와 또 자신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자기가 부각시켜야 할 상대의 부정적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힘을 활용할 수 없었다.



‘이미지의 심리’는 그녀가 그렇게 높은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었음에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왜 승리에 가까운 패배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경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대통령후보 이상의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를 잘 알려준다. 이미지의 심리가 알려주는 최고의 대중 지지도를 가진 GH가, 선거의 여왕인 GH가 경선에서 어이없이 패배한 비밀을 GH의 이미지는 잘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중이 보는 GH는 ‘이렇다’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GH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는 대비 이미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상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미지

2005년 GH의 대척점에 있는 ‘GH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는 이미지는 지지나 반대집단과 관계없이 모두 당시 대통령인 노무현이었다. 하지만 2007년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GH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지는 노무현과 MB를 연상시키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이미지로 분화되어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GH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는 이미지는 이미 2007년부터 GH가 직면한 내부와 외부 적의 이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대중이 일반적으로 보는 ‘GH는 그렇다’라는 이미지에는 이것을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없었다. 물론 여기서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기준은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다.

높은 대중적 지지와 인기를 누리던 GH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원들의 투표에서 이겼지만 일반 대중의 선호도 조사에서 낮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외부에 있는 노무현과 대비되는 이미지는 뚜렷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 있는 MB와 대비되는 이미지는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당원들에게는 GH가 우세하게 부각되었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린 GH가 막상 MB와 대비될 때 뚜렷한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GH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원투표에서는 우세했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패배했다. GH 본인을 비롯해 주변 참모가 잘 알지 못했던 것은 GH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닌, 상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미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대중의 이미지가 무엇인지였다. 또 각기 다른 집단이 GH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중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부각시켜야 했지만 그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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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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