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요? 재밌네요.”
“어렵지 않아요. 자, 그럼 시작할까요?”
영화배우 엄지원(32)은 ‘2009 마구마구 프로야구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시상식을 위해 입은 검정색 미니스커트 차림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섹시하고 우아한 분위기에 기자는 잠시 멈칫거렸다. 그녀는 현재 연예인 야구단 ‘비광’의 구단주를 맡고 있다.
# 달콤한 휴가 중
엄지원의 미니홈피 머리말이다. 족히 2~3년은 돌보지 않은 것 같은 미니홈피. 여행사진이 많았고 친구들과의 수다가 읽을 만했다. 6년만의 스크린 나들이를 의식하며 첫 번째 키워드를 던졌다.
“미니홈피 안 한 지 2~3년 됐어요. 그때 올려놓은 게 지금까지 있는 거예요. 배우는 자기 내면의 것을 끊임없이 소진시키는 직업이거든요. 그래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나를 위한 휴가를 준비하곤 해요. 올해도 제주 올레길을 4번이나 찾아가 걸었고 지난 10월에는 짬을 내서 뉴욕에도 다녀왔어요. 친구 만나서 좋은 시간 보냈어요.”
# 아날로그형 인간
엄지원은 언젠가 올린 미니홈피 글을 통해 자신을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소개했다. 무슨 뜻일까. 인간 엄지원의 일상이 궁금했다.
“전 그냥 사람?(웃음) 사실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잖아요. 뭔가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이미 끝이 나거나 또다시 돌아가고요. 그런 게 저하고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천천히 가는 게 전 좋거든요. 정서가 좀 느껴지는 그런 게 전 좋아요. 글을 쓸 때도 자판으로 쓰는 것보다 손글씨가 좋고요. 기사도 인터넷보다 신문으로 보는 걸 더 좋아해요. 아날로그형 인간은 그런 의미예요. 미니홈피도 남들보다 늦게 만들었어요. 배우 박은혜씨가 제 미니홈피에 ‘남들은 미니홈피 닫을 때 시작하는 센스’라는 꼬리말을 달아준 적도 있어요. 미니홈피는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친한 친구가 캐나다로 유학을 가면서 대화할 창구가 필요해서 만든 거였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하는 게 제 성격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야 성에 차요. 사실 미니홈피의 글이나 사진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올리는 거잖아요. 그런 게 저의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만 보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저에겐 그냥 의미가 없어 보여요.”
엄지원의 미니홈피에는 4곡의 음악이 흐른다. 월광소나타와 영국 팝그룹 The feeling의 노래 ‘Love it when you call’ 등이다. 낮보다는 밤에 어울리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악,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 홍상수 감독
2005년 엄지원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으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2009년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다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두 편의 영화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극장전은 엄지원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와 비현실적인 상황의 베드신이 전체를 압도했고 엄지원에게 ‘스크린의 여왕’이란 별칭을 갖게 했다. 질문에 답을 하기 전 엄지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독님, 제가 좋은 영화배우가 될 수 있게 좋은 영향을 주는 한 사람이고 편한 사람입니다. 물론 일적인 부분에선 미울 때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