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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⑩

단풍나무 향 품은 미국 대표 위스키

‘여인의 향기’와 잭 다니엘스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단풍나무 향 품은 미국 대표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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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향 품은 미국 대표 위스키

위스키 잭 다니엘스의 창업주 잭 다니엘.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온 찰리는 전체 학생들이 모이고 이사회 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상벌위원회에 참석한다. 찰리는 부모님의 여의치 않은 사정 때문에 후견인도 없이 혼자서 자신을 대변하기로 한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예기치 않게 슬레이드 중령이 나타나 후견인을 자처하며 찰리 곁에 앉는다.

이윽고 진행된 회의에서 또 다른 목격자 윌리스는 그의 후견인으로 동석한 유력인사인 아버지의 조언에 힘입어 그날 밤 콘택트렌즈를 끼지 않아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었다며 최종 책임을 찰리에게 미룬다. 찰리는 “누군지 보았지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교장은 찰리에 대해 은닉자이며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상벌위원회에 퇴학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탱고에는 실수란 것이 없다

이때 슬레이드 중령이 분연히 소리치며 일어서 “찰리는 적어도 밀고자는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이어지는 슬레이드 중령의 명연설은 모든 학생과 상벌위원회 위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마침내 상벌위원회는 찰리의 책임을 면하는 결정을 내리고, 학생들은 그 결정에 환호한다.

슬레이드 중령은 교정을 벗어나면서 마주친 한 여선생의 비누 향을 정확히 맞히며 또 한 번 타고난 끼를 과시한다. 찰리는 슬레이드 중령을 집 앞까지 배웅하고 조카들과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뒤돌아선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시대를 가로지르는 명화 반열에 오르게 한 데는 슬레이드 중령과 한 아름다운 여인이 탱고를 추는 장면의 힘이 크다. 찰리와 함께 들른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슬레이드 중령이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젊은 여인이 사용한 비누 향을 알아맞히면서 전개되는 이 신(scene)은 더없이 낭만적이고 감미롭다.

혼자서 남자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이 여인에게 중령은 탱고를 한번 추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여인이 평소 탱고에 관심이 있었지만 정작 배워본 적은 없어 자신이 없다고 말하자, 슬레이드 중령이 다음의 유명한 대사로 여인을 끌어낸다.

“탱고에는 실수라는 것이 없다. 인생과 달리 단순하며 그것이 탱고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지만 그것 자체가 바로 탱고가 된다.”

이후 그 유명한 탱고 음악과 함께 환상의 춤 장면이 이어진다. 영화팬 중에는 이 장면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단풍나무 숯 여과 공법

‘여인의 향기’에는 탱고말고도 또 하나 중요한 상징물이 등장한다. 잭 다니엘스(Jack Daniel?s)라는 유명한 위스키가 바로 그것이다. 특색 있는 검은색 상표와 ‘Old No 7’이라는 브랜드 네임으로도 유명한 이 술은 탄생지인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미 상당한 지명도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애주가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술이다.

영화에서 잭 다니엘스는 찰리가 슬레이드 중령을 첫 대면할 때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 그리고 뉴욕에 체류하는 동안 영화 전편에 걸쳐 마치 슬레이드 중령의 찌든 심리적 상태를 대변하듯 계속해서 등장한다. 물론 술이 영화에 등장하는 경우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중에는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해서 그런 경우도 있고, 이른바 PPL(product placement) 즉 해당 업체와 상업적인 계약을 맺고 광고 목적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처럼 하나의 술이 집요하게 주인공의 입과 행동을 빌려 등장하는 경우는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버번위스키의 대표 주자 짐빔과 함께 미국 사회에서 가장 대중적인 위스키로 손꼽히는 잭 다니엘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술일까? 위스키 잭 다니엘스는 창업주 잭 다니엘(Jack Daniel)의 이름을 딴 것이다. 1850년 태어난 잭 다니엘은 1866년 16세의 나이로 미국 테네시주의 린치버그라는 마을에 처음 양조장을 연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부 연구자들은 정확한 양조장 개설 연도를 1875년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잭 다니엘은 술을 증류한 뒤 이를 나무통에 숙성시키기 전에 단풍나무로 만든 숯(sugar maple charcoal)을 통과시키는 여과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특유의 향과 부드러움을 얻는 공법을 사용했다. 이로써 그의 위스키는 출시 이후 곧 큰 인기를 끌었다. 초기의 잭 다니엘스 위스키는 코르크 마개를 한 토기 병에 넣어 팔렸으나 1895년 잭 다니엘이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형태의 사각형 유리병이 개발되고, 이후 이 병이 잭 다니엘스 위스키의 심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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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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