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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의 ‘올림픽 심판 매수’는 거짓말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천신일의 ‘올림픽 심판 매수’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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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기간 중 천 회장을 포함한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들은 레슬링 심판을 만난 적이 있는가.

“심판 숙소를 따로 배정해 격리한 상황이었다. 레슬링협회 관계자가 심판과 만나는 일정은 없었고 협회 관계자들 중 누구도 심판숙소로 찾아가거나 심판을 불러내 만난 적이 없다.”

▼ 천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인데 국제레슬링연맹에선 어떤 직함인가.

“천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으로서 주로 국내에서만 활동한다. 국제레슬링연맹에선 아무 직함도 없다. 국제레슬링연맹은 산하에 심판위원회를 두고 심판을 관리한다.”

▼ 국제레슬링연맹에 천 회장의 해외인맥은 없다는 것 같은데 천 회장은 지금까지 외국인 심판들을 직접 만나 아는 사이가 되거나 교류한 적이 있는가.



“천 회장은 외국인 심판들을 만날 일이 없다. 그런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 천 회장이 외국심판들에게 찾아가 직접 돈을 주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뇌물의 실익 없어”

천 회장과 올림픽 심판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매개인은 양자를 모두 잘 아는 김 전무와 김 부위원장 정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천 회장을 심판에게 연결해주지도 않았고 천 회장의 돈을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천 회장이 대한레슬링협회장 자격으로 심판에게 돈을 줬다면 베이징올림픽 레슬링종목에서 한국선수에게 판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레슬링은 동메달 1개에 그쳐 8년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김익종 국제레슬링협회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은 “베이징올림픽에선 심판 몇 명을 매수해 유리한 판정을 얻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레슬링종목은 1경기에 4명의 심판이 투입되는데 경기직전 심판이 결정됐다. 60여 명에 이르는 심판 중 한국선수 경기를 어떤 심판이 맡게 될지 사전에 알 수 없었다. 선수는 경기 도중 판정에 이의가 있으면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있었다. 심판이 임의로 판정할 수 없었다.”

베이징올림픽 심판에겐 항공료, 체재비 외에 IOC와 해당 국가에서 상당한 액수의 수당이 지급됐다고 한다. ‘15만위안(2500만원)으로 심판들에게 나눠줬다’는 주장에 김 부위원장은 “레슬링 국제심판 사회는 꽤 수준도 높고 투명한 편이다. 올림픽기간 중 수백만원 뇌물로 자신의 명예를 팔 심판은 없다”고 했다.

‘심판에게 돈을 주는 게 협회의 관례’라는 점에 대해 김기정 전무는 “국제심판들 간에 서로 작은 선물을 교환하기는 하지만 협회가 국제심판에게 돈을 주는 관례는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김 전무는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회장에게서 받은 15만위안 중 일부를 레슬링협회 측에 올림픽 격려금으로 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심판에게 뇌물로 줬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천 회장이 착각했을 수 있다”고 했다.

레슬링협회장 즉각 사퇴해야

천 회장은 ‘직접’ 돈을 줬다면서 돈을 받은 심판,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증언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는 대목이다. 김 전무와 김 부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천 회장 등 협회 측은 국제심판을 만난 일정이 없었다. 또한 천 회장은 국제심판을 거의 알지 못하고 둘을 연결해줄 매개인도 없어 비밀리에 국제심판을 만났을 개연성도 없었다. 뇌물을 주어야 할 이유도 희박했다.

반면 천 회장에겐 ‘외국인심판 매수’ 발언을 해야 할 동기가 있었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50억원’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박연차 전 회장이 준 15만 위안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봤다. 천 회장 입장으로선 박 전 회장이 레슬링협회 부회장인 만큼 그에게서 받은 15만 위안을 착복하지 않고 ‘전액’ 레슬링에 썼다는 ‘용처’를 입증해야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최소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둘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돈 받은 사람이 외국인이고 특정되지 않아 이 조건에 부합한다.

천 회장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어떤 말을 하던 그것은 그의 자유이고 그의 책임이다. 다만 그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직을 계속 맡고 있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형사피의자의 변명 하나가 ‘우리나라 체육계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진술’이 되어 국익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천 회장은 대통령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함께 여름휴가를 보낸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가 지금까지 그 덕으로 고위직책을 유지하면서 나라를 어렵게 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것이라면 국민의 분노는 다른 곳을 향할 수도 있다.

신동아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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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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