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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남한보다 힘든 경쟁 뚫어야… 고급 아파트에 일제 승용차, 노루고기도 지급”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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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 무성했던 이유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
북한 방송을 모니터하고 있는 동북아방송연구회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리춘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정 등 가장 중요한 뉴스만을 처리하는 간판 아나운서다. 상시적으로 9시 보도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 관련 주요소식이 있을 때만 부정기적으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역시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물인 또 한 명의 인민방송원 전형규는 2006년 9월 세상을 떠났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한 바 있다. 1956년 라디오 아나운서로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그는 1963년 TV중계 시작과 함께 초대 아나운서로 발탁돼 활동했고, 보도뿐 아니라 ‘노래경연’이나 ‘명배우무대’ 같은 일종의 쇼 프로그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류정옥이나 차수일 같은 상대적으로 젊은 아나운서들도 주요 뉴스를 다루는 것 같더군요. 차수일은 평양연극영화대학 방송학부를 졸업하고 원래 조선교육문화텔레비전에서 방송을 하다가 역시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조선중앙TV에 발탁된 사람입니다. 이전의 남자 아나운서들에 비해 워낙 방송을 잘 해요. 외모도 뛰어난데다 출신성분도 좋았고요. 그 외에 북한 방송의 전설적인 인물인 리상벽씨의 딸 리금희씨도 방송에 자주 나옵디다.”

▼ 그렇게 몇몇 방송원이 뉴스를 십수 년간 진행하면 젊은 아나운서들은 아예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요.

“조선중앙방송에 TV 아나운서가 20여 명, 라디오 아나운서가 100여 명 가까이 됩니다. 사실 방송시간이나 프로그램 숫자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죠. 그중에 가장 연차가 높고 공훈이 센 몇 사람만 고정돼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타 부서로 계속 순환근무를 하게 됩니다. 김 위원장 눈에 들어 한마디라도 칭찬을 들으면 순식간에 잘나가는 것이고,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면 기자나 다른 행정직, 지방방송으로 옮겨가는 거죠. 시청률도 여론조사도 없다 보니 기준은 오로지 김 위원장의 칭찬밖에 없어요.”



리춘희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류정옥 역시 평양음악대학을 거쳐 조선예술영화소에서 일하며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출신이라는 게 동북아방송연구회의 조사결과다. 한편 북한에서 관료를 지냈던 몇몇 인사는 류씨의 발탁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았다는 당시의 소문을 전한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8년 당 선전선동부장 겸 선전비서로 출세가도를 달렸던 정하철이 류정옥을 발탁한 당사자라는 것. 간판뉴스를 진행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던 류정옥의 벼락승진을 두고 정하철 비서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수근거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상상할 수 없는 대우

▼ 몇 해 전 중앙TV 방송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남한 언론에 포착돼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응시자격을 보니 현직 지방 아나운서뿐 아니라 군이나 각 기업소 등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괄하고 있더군요. 남자 25~40세, 여자 18~35세의 연령제한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고요.

“대외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 방송원이 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지요. 북한에서 아나운서가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평양연극영화대학 방송과를 졸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열리는 전국화술경연대회에서 선발되는 겁니다. 연극영화대학 방송과에서는 한 해 11~12명이 졸업하는데 이 가운데서 중앙방송 방송원 양성반에 들어가는 사람은 4~5명뿐이고 다른 이들은 지방방송 등으로 발령이 나지요. 배경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서 실력이 좋은 학생이 꼭 중앙방송에 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방송물 좀 먹었다’ 하는 이들은 모두 모여든다고 봐도 좋을 화술경연대회에는 매년 150명가량이 참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로 군에서 방송을 하던 이들이 지요. 인민군에는 군단마다 방송인력이 있고 대남방송을 담당하는 부대도 있거든요. 아무래도 실무경력이 있으니까 방송을 잘하고, 또 선전부대에는 미모가 뛰어난 여성요원도 많습니다. 북한 방송원들의 말투에 군대식 절도가 배어 있는 것에는 그 영향도 있을 겁니다. 지방방송에서 근무하는 방송원도 많이 참가하더군요. 이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는 사람이 매년 10명이 조금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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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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