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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이 분석한 독일 통일의 진실

“독일 통일 원동력은 포용 정책 아닌 힘의 우위” “서독 경제원조가 동독 민주화 혁명 지연시켰다”

  • 염돈재│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 donyoum@naver.com

전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이 분석한 독일 통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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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이 분석한 독일 통일의 진실

(왼쪽) 기민당 출신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소련의 중립화 요구를 물리치고 친서방 정책을 견지했다. (오른쪽) 사민당 출신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분단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잠시 독일 통일의 후유증에 대해 되짚어보기로 하자. 통일 이후 독일은 매년 연방예산의 25~30%, 15년간 총 1조4000억유로를 동독 지역에 쏟아 부었다. 이 가운데 60%가 실업보험이나 건강보험 등 소비성 지출이었다.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증가하자 통일 독일은 ‘유럽의 문제아,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동독 주민들이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실업급여로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가장이 실직한 가정이 겪는 좌절과 절망, 서독 사람들에 견주어 느끼는 열등감 등 어려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렇듯 통일 독일이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통일 때문만은 아니다. 서독경제가 안고 있었던 ‘선진병(病)’도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통일 이후 독일은 선진병을 극복하고자 2003년부터 일종의 내핍계획인 ‘어젠다 2010’을 추진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후유증을 극복해내어 ‘펄펄 나는 독일경제’로 부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유럽 최고수준에 도달했고, 재정적자도 대폭 개선됐으며, 수출도 호조를 보여 2005년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이는 동독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1991년 서독 지역의 35%에 불과하던 취업자 1인당 생산량이 2007년에는 77%에 도달했고, 주민소득도 서독 지역의 83%에 달했다.

메르켈 총리, 플라첵 사민당수, 티어제 연방하원 의장 등 동독 출신 인사들이 통일 독일의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동독 지역 주민들의 2등 국민 의식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이제 남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수 있는 것에 가깝다. 독일의 통일 후유증이 자유민주체제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가운데 원만하게 극복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일인들이 “독일에는 별문제가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왜 그리 걱정을 하느냐”고 되물을 정도다. 한국에 부임하는 독일대사들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후유증이 두려워 통일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부작용은 통과의례로 여겨야



그간 한국의 학계에서는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성공사례로서의 독일 통일보다는 실패사례로서의 독일 통일에서 교훈을 얻자는 주장이었다. 정부 관계자들 역시 “선발자의 영광은 독일에게, 후발자의 이익은 우리에게”라며 지난 20년 동안 후유증 없는 통일방안 짜기에 골몰해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독일 통일과정에서 발생한 ‘실책’은 대부분 불가피하게 선택된 ‘차선책’일 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아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동서독의 화폐교환 비율을 높이 책정한 것만 해도 통일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동독 주민들의 이주 물결을 억제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저축보호, 이주물결의 억제, 동독 정부와 주민의 강력한 요구 등을 반영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우리가 이렇듯 독일 통일의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를 품고 있는 동안, 북한은 그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남북관계에 반영해왔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북한은 개혁·개방과 교류·협력이 체제에 미칠 부정적인 측면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동독 공산간부의 몰락을 당 간부교육 자료로 삼은 것이나, 금강산 관광지역을 철저히 외부와 격리한 조치도 이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사회는 이제 통일에 관한 그간의 환상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우리가 호의를 보이면 북한 체제도 이에 응답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정일 체제가 동독 공산정권처럼 쉽게 붕괴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곤란하다. 동독에 압력을 가했던 고르바초프의 소련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 역시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동독 몰락의 교훈을 체화하고 있는 현재 상태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전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이 분석한 독일 통일의 진실
廉燉載

1943년 강릉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

서울대 대학원 박사(정책학)

주독일대사관 공사

국가정보원 1차장

現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

저서:‘경제전쟁시대의 안기부의 역할’‘독일 통일의 과정과 교훈’


마지막으로 반드시 버려야 할 사고방식은, ‘통일 계획을 잘 짜면 후유증 없는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다. 통일의 후유증은 분단 기간에 이미 잉태된 ‘분단의 후유증’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룬다면 반드시 겪어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분단은 고통 분담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 드메지어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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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돈재│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 donyo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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