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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代

“배고파 죽겠는데 세상은 다이어트만 권하네요”

‘진보 지향하는 고달픈 생활인’ 40대 23명 심층 인터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배고파 죽겠는데 세상은 다이어트만 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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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죽겠는데 세상은 다이어트만 권하네요”

현재의 40대는 민주화 시위를 이끌며 4반세기에 걸쳐 이어진 ‘87년 체제’를 만들었지만, 정당정치의 효용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40대의 신중함은 ‘신동아’의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신동아’가 9월30일부터 1주일간 전국의 20~60대 5만명을 대상으로 한 ‘ASTAS(자동 감성단어 이미지분석프로그램)’ 조사 결과, 40대는 안 원장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100점 만점에, 40대가 71점, 20~30대가 69점, 50~60대가 62점을 줬다. 호감도, 신뢰도, 매력 등 전 분야에서 40대는 안 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40대의 현재 호감도가 득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신동아’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10월6~11일 전국 40대 500명을 대상으로 ‘2012년 대선 지지 후보’ 설문 결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7.5%) △안 원장(19.8%)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8.4%) △손학규 민주당 대표(3.8%)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3.5%)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지지 후보가 없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6.0%였다는 점. 자세한 조사 결과는 ‘ASTAS 분석’ 기사(106쪽)와 ‘정치성향 분석’기사(114쪽)에 나온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자. 군 제대 후 민주화운동 최전선에서 시위를 이끈 양모씨(82학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 원장을 비교해 설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0대에게는 이상적인 아이콘이었어요. 떨어질 줄 알면서도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한길을 간 사람. 인권변호사에 선명성까지 갖춘 그와 유복한 가정에서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은 안 원장은 분명 비교됩니다. 만약 안 원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손잡고 동시에 다른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라면 다시 바람을 일으킬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노 전 대통령처럼 오랫동안 검증된 인물이 아닌 만큼 검증과정은 험난할 겁니다. 아직은 그에게 확신은 없어요.”

그들은 1987년 6·29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고, 현재의 대통령중심제와 정당정치 시스템을 만든 주역이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선 대체로 실망스러워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운영체계(OS)와 프로세스가 잘못된 컴퓨터 같아요. 좋은 인물이나 정책도 프로세싱을 거치면 불량품이 되어 나오거든요. 한국의 보수당, 한나라당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고리타분하고, 진보당이라는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만들어놓고 발목 잡고 있잖아요. 40대들은 심정적으로 진보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생활인이기도 해요. 회사에서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추는데, 반미(反美)를 옹호하는 듯한 당에 선뜻 표를 던질 수 없더라고요. 그러니 주로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을 합니다. ‘이 사람이 돼야 한다’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만 안 됐으면’하는 마음으로 투표하는 거죠.”(88학번 회사원 강모씨)

“지금의 50대 선배들은 당시에는 ‘넥타이 부대’로 한 걸음 비켜서 응원했지만, 정말 우리는 죽기 살기로 뛰어들었어요. 그땐 민주화만 되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군부 인사들도 의회정치로 들어가고, 타도 대상이었던 인물들도 한 자리씩 하더라고요. ‘이 꼴 보려고 데모 했나’ 싶었는데, 운동권 인사들도 결국 양김(YS·DJ)씨의 전투조가 되더군요. 그러니 정당에 대한 기대는 많이 줄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리의 노력으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타협하는 체제를 만들었구나’하고 위로해요. 역사 발전의 한 단계? 허탈감?”(85학번 자영업자 최종한씨)

“40대라고 해서 누구나 앞장서 민주화를 주창한 것은 아니에요. 저는 고향에서 ‘향토장학금’(그는 부모님이 농사지어 보내주는 등록금이라고 했다)을 받고 있었고, 부모님은 절대 데모하러 가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친구들은 데모할 때 저는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를 하면서 선배, 친구들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이 생겼어요. 그래서 투표할 때면 야당에 투표했어요. 그 부채의식을 덜어내려고요.”(83학번 공무원 배모씨)

“인증샷 찍고 경선 즐기는 20대 부러워”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자란 40대들은 세상을 볼 때 선과 악의 구도로 선명하게 나누지만, 가끔 유연성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10월3일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장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현장에 간 이모(44·정당인)씨의 푸념 섞인 말이다.

“우리는 박영선 후보를 위해 민주당 당원을 (투표장으로) 끌어 모으느라 정신없었는데, 박원순 후보에게 투표하러 온 듯한 20,30대는 완전 축제 분위기였어요. 그들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와 인증샷을 찍고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 사인 받는다고 ‘신나는 놀이판’을 벌이더군요. 낯설고 이상했지만, 오히려 저의 한계를 발견했어요. ‘조직을 동원하는 구태의연함에 빠진 나도 이제는 구시대 인물이구나’ 하는. 20, 30대가 부러웠어요.”

5년 전 경기 성남시에서 치킨점을 개업한 김종윤(45)씨는 고교 졸업 후 전자부품 납품회사에 다니면서 활발한 노동운동을 했지만, 이제 ‘운동’ 보다는 생활에 방점을 둔다고 했다.

“1987년에는 300원짜리 라면 한 그릇 먹으면서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어요. 어느 날 회사에 노조가 생기면서 직장 선배들과 ‘학습’을 했는데, ‘세계체제론’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때 미국과 부자에 대해 반감을 가진 거 같아요. 그런데 치킨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당시 회사 선배들이 가게에 찾아오면 불편해요. 아직도 미국 탓, 강대국 탓하며 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요.”

시사평론가 이종훈 박사(정치학)는 40대의 정치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40대 중후반은 자신들이 만든 87년 체제에 대한 일종의 의무감도 있고, 다음 세대에게 어떤 시스템을 넘겨줄지 고민하죠. 사회가 그들에게 ‘시대적 상징성’을 부여했잖아요? 그만큼 87년 체제는 완결된 체제가 아니라 넘어가는 계기, 잠정적인 체제였기에 40대가 느끼는 불완전함도 커요. 그들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87년 체제의 불완전함을 고치고 가야 할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거죠. 더 늦기 전에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만들어놓자는 심정이지만, 40대는 생활인으로서 고민도 많을 시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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