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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로 배우는 재미있는 지리학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사진과 이야기로 배우는 재미있는 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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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야문명의 중심지였던 치첸. 이곳의 쿠쿨칸 신전은 춘분, 추분에 나타나는 거대한 뱀 그림자로 유명하다. 피라미드 계단에 비치는 그림자가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형상이어서 신비감을 고조시킨다. 음향이 잘 울리도록 설계돼 과거에는 부족장의 목소리가 신(神)의 소리처럼 들렸다고 한다. 1997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이곳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를 불렀다. 탐방자인 이희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마야문명이 외세침략이 없었는데도 사라진 이유에 대해 “용맹스러운 용사들의 심장을 신에게 바침으로써 수백년 동안 지도자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일 듯”이라 추정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페스트’는 ‘이 연대기가 주제로 다루는 특이한 사건들은 194x년 오랑에서 발생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오랑? 익숙하지 않은 지명이다. 알고 보면 알제리 제2의 도시다. 오랑이라는 도시 이름은 베르베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두 마리 사자’를 의미한다. 오늘날 오랑시청 앞에는 두 마리 사자 동상이 서 있다. 스페인, 오스만터키,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아 여러 문화 잔재가 얽혀 있는 도시다. 이현주 토지주택공사 연구위원은 “오랑은 알제리의 원유 수출항으로 새로운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도심 곳곳에 현대식 빌딩들을 짓고 주택단지와 휴양지를 개발 중”이라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북아프리카 지역의 튀니지를 찾은 성효현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교수는 사막화가 급진전되는 현황을 보고했다. 사막의 지하 2000m 지점에 흐르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쓴다고 한다. 사막의 모래 이동을 막으려 ‘안정화 울타리’라는 시설을 세웠으나 제 구실을 하지 못해 건설비 낭비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 취락은 관광지로 활용된다. 버섯바위, 모래사막의 사구(砂丘) 등이 독특한 풍경을 이루므로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촬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

영화 스타워즈는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도 촬영됐다. 바다가 치솟은 석회암 지대인 이곳에는 화산 폭발 때문에 버섯 모양, 원뿔 모양 등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생겼다. 초기 기독교도는 로마의 종교 탄압을 피해 이곳에 몰려와 살았다. 이들은 6세기 후반에 이슬람 왕조의 침공을 받자 기암괴석에 굴을 파서 교회를 만들거나 지하 수십m를 파 내려가 지하도시를 건설했다. 버섯바위를 파내 주거단지를 만든 괴레메 동굴이 가장 유명하다. 박선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괴레메 동굴 집은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이용되는데 이곳을 둘러본 후 항아리 케밥을 먹고 터키식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가지면 좋다”고 소개했다. 인근 데린구유라는 지하도시는 지하 80m에 자리 잡았는데 우물, 침실, 방앗간, 예배당, 포도주 저장실 등이 있었다고 한다. 3만여 명이 6개월간 버틸 수 있는 규모란다.



엄격한 가정 분위기 때문에 외출이 쉽지 않았던 여고생은 답답한 현실과 좁은 세계를 벗어나려고 대학에 진학할 때 지리학과를 선택했다. 역시 기대처럼 답사여행 덕분에 견문을 넓혔다. 이런 개인 체험을 밝힌 이윤호 영락고 교사는 7박8일 일정으로 이란을 답사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루싸리’라는 보자기를 머리에 덮어써야 했다. 불편하고 불쾌했단다.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榮華)가 서린 고대도시 시라즈에서 키루스 대왕의 무덤과 다리우스 대왕 시절의 페르세폴리스 궁전을 봤다. 그는 “페르시아는 당시 세계 제국의 중심이자 육상 실크로드와 바닷길이 만나는 요충지여서 동·서양의 문화가 집결되고 풍요가 넘치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다르질링. 지리학자에게도 생소한 지명이다.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기슭에 있는 휴양도시다. 이곳에 가려고 강창숙 충북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예정보다 늦게 출발하는 기차를 타느라 역에서 1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새벽 4시20분경 기차가 나타났단다. 기차, 버스, 지프 등을 갈아타며 어렵사리 이튿날 새벽 3시경에 다르질링 호텔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 호텔은 영국 식민지 시절에 영국 총독의 별장이었다. 18세기 말 시킴왕국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양받은 영국은 이곳을 휴양지, 차 재배지로 개발했다. 다르질링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지금도 세계적인 명품이다.

베트남의 고대 도시 호이안은 400여 년 전에는 파이포라 불리는 국제 무역항이었다. 과거부터 각국 선박이 몰려든 요충지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남은 베트남 전통가옥은 물론 중국식 사찰, 일본식 다리 등이 다(多)문화를 상징한다. 이 도시를 찾은 이혜은 동국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연세대 로고가 찍힌 버스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차였다. 이 교수는 2007년 방문 때 보았던 활기찬 재래시장이 2009년 방문 때는 환경개선 명목으로 사라졌음을 발견하고는 안타까워했다. 웅장하게 지어지는 호텔 등 현대식 건축물이 고대 도시를 오히려 훼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신동아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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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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