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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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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이런 유전자를 검사하는 도구를 개발해 발빠르게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ACTN3 유전자의 변이체를 검사하는 도구다. 이 검사 도구를 개발한 회사는 “단지 운동 소질이 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판단은 각자가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ACTN3 연구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단거리 주자들이 거의 다 R형이라고 해서 그것이 운동선수에게 꼭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R형이 만드는 단백질은 근육의 반응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 결과 근육이 더 쉽게 피로해진다. 반면 이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X형은 근육 반응 속도가 늦는 반면 지구력이 더 높을 수 있다. 단거리 경기가 아니라면 오히려 X형을 지닌 선수가 유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빠른 근육 반응이 아니라 지구력이 중요한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R형만을 좋은 운동 유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운동능력 강화 유전자들을 알면 이들을 이용해 운동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0개가 넘는 변이 유전자를 한몸에 주입하면 우사인 볼트와 마이클 펠프스의 기록을 동시에 깰 수 있는 전천후 운동선수가 탄생한다는 가설이다. 이렇게 된다면 미래 올림픽 선수들이 마치 영화 ‘엑스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인간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의 부모가 보편적으로 태아 유전자를 검사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의사는 운동 능력과 관련된 이런저런 변이 유전자를 아이가 지니고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물론 이때에도 의사가 아이의 장래에 관해 조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이고 이후의 성장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운동 유전자 미리 안다면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한 연구원이 도핑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결과를 받아본 부모는 적어도 아이가 운동에 적성이 있는지 여부를 나름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아이의 성장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에게 운동 능력을 강화하는 변이 유전자가 많다는 것을 아는 부모는 장난감을 사도 운동과 관련된 것을 사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자주 데리고 다닐 것이고 아이의 유전자에 적합한 운동을 맞춤형으로 아이에게 권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유전자 성향에 부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거꾸로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유전자 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경우가 무척 많을 것이다. 즉, 미래의 올림픽 무대에선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우사인 볼트나 마이클 펠프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운동 능력을 강화하는 변이 유전자를 그다지 많이 지니지 못한 아이가 운동을 좋아할 수 있다. 타고난 소질에 개의치 않고 연습과 훈련으로 극복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다. 만약 아이의 유전자 변이를 다 아는 부모라면 아이가 다른 진로를 찾아보도록 유도할 것이다.

‘네이처’의 기고자들은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미래 올림픽에 관한 세 가지 예측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첫째, 올림픽이 유전적 소질을 타고난 운동선수들이 경쟁하는 마당으로 계속 남는 상황이다. 유전자 속성을 미리 파악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운동선수로 육성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의 올림픽보다 더 뛰어난 기량의 스포츠 영웅이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둘째, 형평을 고려해 유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에게 핸디캡을 주는 상황이다. 이는 격투종목 등에서 같은 체급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현 시스템과 유사하다. 셋째, 유전적 소질이 없는 선수들에게 유전자 강화를 허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우리의 운동 능력을 얼마나 좌우할까?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변이 유전자가 폐활량을 20% 늘린다거나 근력을 10% 늘린다는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이는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변이 유전자가 배드민턴 실력을 10% 향상시킨다거나 축구 실력을 20% 늘린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이런 운동 실력은 어느 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환경과 유전자, 두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가 축구를 잘하는 것처럼 운동 능력에 어떤 유전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폐활량, 근력, 근육의 반응 속도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대물림되어 자손도 운동을 하기에 유리한 신체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의 집안 환경, 훈련 방식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유전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일부에서 ACTN3 유전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것이 이른바 엘리트 운동선수들, 즉 세계적 수준의 단거리 육상선수들에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양 공급, 연습량, 의지력, 체력이 똑같다고 해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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