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숱한 좌절 고통 겪었지만 ‘우주의 문’ 우리가 연다

나로호 총조립 대한항공의 꿈

  • 이현수 / 대한항공 우주개발팀장 hsoolee@koreanair.com

    입력2012-08-2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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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은 러시아가 제작한 나로호 1단과 한화가 제작한 2단을 연결해 나로호를 조립하는 일을 담당한다. 나로호 이후의 한국형 로켓 개발과 KSLV-2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여기에도 참여해 한국형 발사체를 직접 제작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산업체가 되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꿈이다.
    숱한 좌절 고통 겪었지만 ‘우주의 문’ 우리가 연다

    대한항공이 총조립한 나로호를 발사대에 기립시키고 있다.

    나로호 1, 2차 발사가 절반의 성공으 로 끝났지만,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의 생활은 바쁘기만 하다. 나로호 발사가 두 번 좌절된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시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실패의 원인인 페어링 분리 메커니즘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각종 테스트가 있었다. 2차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1, 2단 분리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점검과 시험도 있었다.

    나로호 1, 2차 발사 때 발사체 상단에 태극기와 대한민국이라고 쓴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아래에 파란 글씨로 ‘KOREAN AIR’라고 쓰여 있다. 이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나로호의 총조립을 수행하고 있다는 표시다.

    우주 개발 뛰어든 KOREAN AIR

    대한항공은 항공 운송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사(史)도 함께 써왔다. 1976년 500MD 헬리콥터 생산으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은 최초의 국내 생산 전투기인 F-5 제공호, 중형 기동헬기인 UH-60 조립 생산으로 이어졌다. 보잉과 에어버스, 엠브레이어 등 해외 유수 항공기 제작사의 개발 파트너 역할도 수행해왔다. 1991년에는 5인승 민수항공기 ‘창공-91’을 개발하고 형식승인 1호를 받음으로써 국내 최초로 항공기 개발 기록을 남겼다.

    대한항공은 1992년 무궁화위성 개발을 시작으로 우주 개발에 도전했다. 이어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과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개발에 참여하고 나로호 총조립과 한국형 발사체 시스템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2000년대 들어 대한항공은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체계를 종합하는 전문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주 개발의 양대 영역인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에 모두 도전하려는 것이다.



    2002년 정부는 최초의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KSLV-1(후에 나로호로 명명) 사업을 시작하면서 총조립 주관기업 선정 입찰을 했다. 대한항공이 KSR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들을 제치고 선정되었다. 항공 3사가 통합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함으로써 소외됐던 대한항공이 우주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때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세운 계획은 기체와 엔진은 러시아의 기술을 받아 3단으로 KSLV-1을 독자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2004년, 이 계획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2단형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발사체의 핵심인 1단은 러시아에서 개발하고, 2단은 국내에서 고체로켓을 이용해 개발하기로 한 것. 이러한 변경이 대한항공에는 큰 충격이었다. 대한항공은 우주 개발을 신(新)성장동력으로 보고 독자 개발을 전제로 한 운영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공동개발로 바뀌었으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공동개발을 한다며 핵심인 1단을 러시아에서 제작하게 하면 국내 기업은 기술 축적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된다. 공동개발로 국내 사업 규모를 축소시켰으니 우주 개발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대두됐다. 고민 끝에 대한항공은 규모를 축소해 KSLV-1사업에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KSLV-1 다음에 진행될 추력 75t의 로켓 개발에 대한 의욕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이 로켓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KSLV-1 참여를 계기로 KSLV-2 사업도 따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3차 발사 마지막 준비

    그때부터 대한항공은 공동개발 파트너인 러시아 측과 적극 접촉해 ‘최대한 배운다’는 쪽으로 노력했다. 러시아가 기술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럽의 발사체 개발기관에 연구진을 보내 공부해오게 했다. 그리고 나로호 발사체 시스템 총조립을 준비했다. 발사체 시스템 총조립이란 부품(하드웨어)을 최종 조립하고 발사하는 단계까지의 흐름도를 작성해 그것대로 일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립 도면을 만들고 각각의 전자장비를 연결해주는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치공구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조립이 끝난 다음에는 설계한 대로 성능이 발휘되는지 알아보는 시험도 실시한다.

    나로호 1차 발사가 있은 2009년 대한항공은 김해공항에 도착한 나로호 1단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으로 옮겨 2단과 결합시켰다. 조립이 끝난 나로호는 발사장으로 옮겨져 발사대에 세워졌다. 2009년 8월 25일 기립된 발사체에 연료가 주입되었다. 비상대응 인원을 제외한 전 연구개발진이 안전지대로 철수한 후 기립장치가 제거된 나로호가 점화됐다. 불을 뿜으며 하늘로 치솟은 나로호는 성공적인으로 발사된 듯했다.

    그러나 6분 후, 항우연 연구진의 바쁜 움직임이 주위를 긴장시켰다. 페어링의 이상 분리로 나로호가 싣고 간 과학기술위성-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2010년의 2차 발사도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은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 얼마 후 나로호 3차 발사가 결정되고, 이미 결정돼 있던 KSLV-2 개발사업이 지연되었다. 대한항공은 또 한 번 조직을 바꾸는 어려움을 겪었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둔 지금 대한항공은 개선사항을 검증하는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하면 여세를 몰아 KSLV-2 개발도 주도할 예정이다. KSLV-2를 총조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력 75t의 로켓도 총조립해 명실상부한 발사체 제작업체가 될 꿈을 갖고 있다. 항우연을 통한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은 언젠가 민간으로 넘어온다. 그때 그것을 받아 우주산업을 일구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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