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통해 본 한반도 미래
하메네이 사망 직후 김정은 거취 문제 쟁점화
北 핵 운반체계, ‘다층 투발 수단’으로 빠르게 진화
김정은 사망 시 자동적·즉각적 핵 작전 가동
美 ‘김정은 참수 작전’, 중·러와 충돌 부를 수도
北 ‘거창한 변혁’ 대응해 한미 공조 긴밀히 유지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5일 “김정은 동지께서 3월 3일과 4일 구축함 ‘최현호’를 방문하고 함선구분대의 전투정치 훈련 실태와 취역을 앞두고 진행 중인 함의 작전 수행 능력 평가시험 공정을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하메네이 사망 직후 김정은 거취 문제 쟁점화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모델 ‘클로드’는 CIA가 수집한 각종 인적정보(HUMINT)와 신호정보(SIGINT)를 학습했고, CIA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하메네이의 동선을 특정해 이스라엘 측과 공유했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B-2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22, F-35 등 200여 대의 공중전력을 동원해 하메네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보안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적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의 전형이었다.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국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월 2일 “이란 공습은 핵에 집착하는 독재국가의 운명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례”라며 “북한 김정은이 마주할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흘 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에는 북한이다’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가 위기를 초래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란 공습을 계기로 ‘다음은 북한’이라는 식의 발언을 쏟아낸 야권을 겨냥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월 5일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쿠바도 무너질 것(Cuba's going to fall, too.)”이라며 세 번째 목표를 언급했다. 북한이 이란 다음의 표적에서 일단 제외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일시적 안도감을 느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하메네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 미국의 정보 역량과 AI 기반 작전 수행 능력, 그리고 이란과 거리를 유지한 러시아의 태도를 목격하며 김 위원장의 셈법도 복잡해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다음의 목표로 쿠바를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과 여론은 미국의 돌발적인 대북 군사행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일방주의를 감안할 때 동맹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습할 경우, 북한의 보복 공격 대상은 우선적으로 주한미군기지가 위치한 평택·오산·군산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직접적 1차 피해 당사자가 된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 당국이 전연(전방) 군단에 배치된 전술핵 카드를 꺼내 들 경우, 한반도 정세는 통제 불가능한 국면으로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김정은 사망 시 자동적·즉각적 핵 작전 가동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 국면에서 ‘장대한 분노’ 작전을 감행한 배경에는 핵 능력이 완성되기 전 취약한 상황을 공략해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의회조사국(CRS)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에 따르면, 북한은 50기 안팎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다 90기의 핵탄두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북한의 핵 운반체계는 전술핵과 전략핵을 망라하는 ‘다층 투발 수단’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Iskander) 지대지 탄도미사일 기술을 내재화한 북한 KN 계열 미사일은 저위력 전술핵 운용을 상정한 핵심 플랫폼이다. KN-23은 사거리 600㎞ 안팎과 하강 단계의 ‘풀업(pull-up·고도 재상승)’ 변칙 기동을 바탕으로 한국 전역을 초고속 타격할 수 있다. 미국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비견되는 KN-24와 600㎜ 초대형 방사포(KN-25)도 성능 개량을 거쳐 유도 및 회피 기동 능력을 끌어올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나아가 다탄두(MIRV) 가능성이 제기되는 화성-19·20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까지 가세하면서, 북한은 미국 본토는 물론 핵심 동맹국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술·전략 핵 타격 체계를 완성 단계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2022년 제정된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중앙집권적 핵 지휘통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우발 상황에 대비해 운용상의 융통성을 일부 강화했다. 즉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도부가 정밀 공격을 받아 지휘통제 기능을 상실한 경우에도 사전에 승인된 작전계획에 따라 자동적·즉각적 핵 작전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KN 계열 미사일과 600㎜ 초대형 방사포 등 전술핵 투발 수단이 전방 군단 예하 포병부대에 배치된 사실은 저위력 전술핵 사용 권한을 ‘조건부 위임’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다. 우려스럽게도 지도부 마비나 오인·오경보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 지휘관의 판단 오류가 핵 사용 임계점을 급격하게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북한 공습은 극단적 상황에서 한반도 핵전쟁을 촉발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북한의 전략 환경은 이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 제거를 목표로 한 ‘참수 작전’보다 외교적 대화를 선호하는 이유다.
美 ‘김정은 참수 작전’, 중·러와 충돌 부를 수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1일 하메네이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국제법을 위반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개입에는 거리를 뒀다. 외교관계에서 조약 등 제도적 장치와 명분을 중시하는 러시아의 ‘법치주의적 외교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대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2025년 1월 푸틴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러시아-이란 간 조약은 국방·대테러 등 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에너지 등 전 분야를 포괄한다. 다만 어느 일방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개입을 명문화한 상호 방위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 러시아와 이란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온 핵심 우방이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군사동맹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군사행동에 러시아가 직접 개입해야 할 법적 의무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격상시켰다. 특히 북·러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개별 국가 또는 복수 국가의 무력 침공으로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사실상 복원한 것이다. 실제 북한은 이를 근거로 특수작전군과 전투 공병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해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참여했다. 이는 조약의 이행 의지를 증명한 것으로,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결정적 명분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1961년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의 제2조도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상대방이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북·중 관계의 부침으로 동맹 조약이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있으나, 조약 자체의 법적 효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9월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다음 날 보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국의 극단적 일방주의와 한국의 딜레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내외 체포 사건과 이란에 대한 전면적 군사작전을 계기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극단적 일방주의로 흐르고 있다. 외교적 협상과 경제제재가 한계에 봉착할 경우, 미국은 이란 다음 표적인 쿠바에 대해서도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이란·쿠바가 반미 진영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략적 지위와 지정학적 환경은 이들 국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북한은 이미 핵 임계점을 넘어섰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일정 수준 확보한 데 이어, 핵 지휘통제 체계도 전시 상황에 맞춰 최적화했다. 여기에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복원했으며, 파병을 계기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여부도 이미 상수가 됐다. 중국과의 동맹관계도 유효하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확전 통제 실패’라는 치명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주한미군이 패트리엇 전력을 중동 지역으로 전환하면서 이란 사태는 한미연합 방위 태세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치는 파고를 최소화하려면 각급 차원에서 한미 간 정책 공조를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제9차 당대회를 계기로 ‘거창한 변혁’을 선언한 북한은 핵·재래식 전력 고도화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미동맹은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여 핵 위협 상황에서 억제 안정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주변국과 전략적 소통을 병행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주도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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