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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암 환자 면역력 극대화, 부작용 없이 암세포 공격”

세계 최초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 개발 구라모치 쓰네오 日 센신병원장

  • 일본 구마모토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암 환자 면역력 극대화, 부작용 없이 암세포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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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전성 높고 치료 중 일상생활 가능
  • ● 치료 환자 60%, 종양 없어지거나 축소
  • ● 항암제·방사선 치료 병행하면 효과 높아
“암 환자 면역력 극대화, 부작용 없이 암세포 공격”
인류는 지금 암과 전쟁 중이다. 의학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해졌지만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줄지 않고 있다. 2월 15일 서울시가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해 발표한 ‘서울 보건·복지의 주요변화 및 시민의식 분석현황’에 따르면 서울 인구 10만 명당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1년 98.0명에서 2011년 119.6명으로 22% 늘어났다. 암 종류별 사망률에선 폐암이 1위였고 간암, 위암, 직장암, 췌장암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발병 증세가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 그래서 말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만 이때는 수술과 항암제 투여, 방사선치료가 잘 듣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말기 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이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5가지 면역세포(NK세포, NKT세포, 킬러T세포, 감마델타T세포, 수지상세포)를 이용하는 이 치료법은 일본 센신병원장인 구라모치 쓰네오(66)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면역세포요법을 활용해왔지만 한두 가지 면역세포만을 활성화하는 수준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5종의 면역세포를 모두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센신병원은 2006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을 1사이클(6회) 시행한 환자 중 185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중 171명은 암 3~4기로 치료를 시작할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거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전체 환자의 60%가 종양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비결이 뭘까. 후유증은 없을까. 다른 항암치료와 병행해도 될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2월 28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 자리한 센신병원을 찾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센신병원은 바깥에서 보면 병원이라기보다 가정집 같았다. 내부는 진료실과 처치실, 면역세포를 배양하는 무균실, 상담실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목재를 많이 사용하고 벚꽃 정원이 훤히 내다보여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면역학을 전공한 구라모치 박사는 40년 동안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에 몸담으며 인체 림프구의 면역기능을 구명하고 면역세포 치료법을 연구한 끝에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 치료법으로 국제 특허도 받았다. 다음은 구라모치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말기 암 치료 효과 60%”

▼ 요즘 일본에서 면역세포요법이 암 치료법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뭔가요.

“암 환자 면역력 극대화, 부작용 없이 암세포 공격”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심한 반면 이 치료법은 자신의 면역세포를 그대로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30~50cc의 피를 뽑아 2~3주에 걸쳐 배양한 면역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거든요.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3500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단 한 명에게서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을 만큼 안전성이 높습니다. 보통 2주에 한 번씩 총 6회에 걸쳐 면역세포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한 사이클로 치고, 다달이 호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 병행합니다. 이후에는 몸 상태에 따라 1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 면역세포를 투여해 건강을 유지하게 하죠.”

▼ 2~3주간 배양하면 면역세포가 얼마나 증가합니까.

“처음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했을 때는 1000만~2000만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2~3주간 배양하면 20억~60억 개로 늘어나요. 그만큼 면역효과가 강력해진다고 볼 수 있죠.”

▼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사실 우리 몸 안에선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겨요. 그런데도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면역세포가 쉬지 않고 체내를 순찰하다가 암세포를 발견하는 즉시 퇴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 환자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요. 암세포가 면역세포보다 힘이 세서 암세포가 커지는 거죠. 반면에 면역세포가 힘이 더 세면 암세포가 줄어듭니다. 면역세포요법은 바로 그런 원리에서 출발했어요. 이미 암에 걸렸더라도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의 개발 배경은.

“처음에 림프구만을 이용한 면역요법을 썼을 땐 15% 안팎의 효과를 봤는데 림프구와 NK세포를 함께 썼더니 치료 효과가 42~43%로 높아졌어요. 그런데 면역세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한두 가지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거듭된 연구 끝에 5가지 면역세포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5가지가 NK세포, NKT세포, 킬러T세포, 감마델타T세포, 수지상세포인데 이들 세포 간 상호작용과 정보 전달을 통한 상승작용으로 약 60%의 치료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환자의 80%가 말기 암 환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암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치료 효과가 25% 정도거든요.”

▼ 5종 면역세포는 어떤 기능을 합니까.

“NKT세포는 NK세포와 킬러T세포가 합쳐진 거예요. NKT세포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공격하는 능력이 있고, NK세포는 NKT세포에게 공격 명령을 내려요. 하지만 암세포의 90%가 위장하고 있어서 NK세포가 암세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는 NK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죠. 또 감마델타T세포는 NK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 바로 옆에서 도와줘요. 수지상세포는 암세포 표면을 읽고 다른 세포들에게 공격하라는 정보를 전달하고요.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은 이 다섯 가지를 모두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합니다. 그러면 증가한 수지상세포가 암 조직을 찾아내 인식하는데, 그게 치료의 시작이죠.”

“암 환자 면역력 극대화, 부작용 없이 암세포 공격”

구라모치 박사가 혈액을 원심 분리해 림프구를 뽑아내고 있다. 림프구에 배양액을 넣어 1차 배양을 준비하는 모습. 면역세포가 얼마나 늘었는지 검사 중이다(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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