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염력(下)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입력2013-03-2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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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 겔러를 실험한 결과물은 과학저널 ‘네이처’에도 소개됐다. 마술로 치부할 수 없는 현상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의 손길이 닿자 방사능 검출 장비인 가이거 계수기가 작동했고 형상기억합금이 제멋대로 구부러졌다. 미국이 초능력 부대를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부대원들은 구름 깨기, 벽 뚫고 지나가기 등 황당한 실험을 진지하게 수행했다. 노려보기만으로 염소를 죽이는 실험은 실제로 성공했다. 염소는 왜 죽은 걸까.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지난해 4월, 신비한 초능력 마술과 테크닉 마술 대결이 펼쳐진 채널A ‘스토리텔링 매직쇼’의 한 장면.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초능력 특집’을 방영해 화제가 됐다. 바나첵(Banacheck)이라는 이름의 외국인이 선보인 염력 시범에 시청자가 열광했다. 바나첵은 자신이 쥔 스푼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쥐고 있던 스푼도 자유자재로 휘게 했다. 탁자 끝에 놓인 연필을 눈짓과 손짓만으로 이리저리 돌리고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플라스틱 공을 이용한 염력도 흥미를 끌었다. 나무토막 위에 놓인 공에 손짓을 하자 공은 지시에 반응하듯 스스로 움직여 바닥에 떨어졌다.

    바나첵은 출연자에게 1만 원짜리 지폐를 받아 접어서 성냥갑 위에 세워둔 바늘에 올려놓았다. 그 위에 유리컵을 덮어 어떤 외부의 영향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바나첵이 컵 주변으로 손짓을 보내자 지폐는 손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출연자가 지폐를 올려둔 성냥갑과 바늘을 확인했지만 숨겨놓은 장치도 트릭도 없었다. 도대체 바나첵의 정체는 뭘까. 그가 행한 염력의 진실은 무엇일까.

    초상(超常)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재산을 기부해 대학에 연구소를 설치한 경우가 더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탠퍼드대 설립자인 릴랜드 스탠퍼드의 동생 토머스 스탠퍼드다. 그는 1911년 초심리 연구를 위한 기금을 스탠퍼드대에 기탁해 텔레파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초심리 연구를 하게 했다. 그러나 연구는 오래가지 못했다. 초기 5년은 나름대로 관련 연구가 진행됐으나, 초심리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대학 관계자들은 연구의 방향을 일반 심리학으로 바꿨다.

    기탁자의 뜻을 존중해 성공적으로 기금 운용을 한 경우도 있다. 체스터 찰슨이 미국 버지니아대에 거금을 기탁한 예가 그렇다. 그는 복사기 원리에 대한 원천특허로 ‘제록스’사를 탄생시킨 주역인데, 1967년 거액을 기부해 버지니아대에 환생(還生) 연구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었다. 이안 스티븐슨 교수가 초대 석좌교수를 했고, 현재는 짐 터커 교수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

    ‘알파 프로젝트’



    협잡꾼들의 방해로 초상 현상 연구를 그르치기도 했다. 1979년 맥도넬더글러스 항공사의 창립자 제임스 맥도넬은 미국 워싱턴대에 초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하라며 거액을 기탁했다. 당시 물리학 교수였던 피터 필립스가 연구소(맥도넬 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았는데, 그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초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필립스는 연구소에서 주로 연구할 내용이 ‘염력에 의한 금속 휘기(psychokinetic metal bending, PKMB)’라고 밝혔다.

    소식을 듣고 수백 명이 실험 참여 신청을 했다. 그중에는 연구소의 실험을 방해하려고 작심한 이들도 있었다. 10대 후반의 스티븐 쇼와 마이클 에드워즈는 당시 초심리학이 엉터리임을 폭로하려고 활동하고 있던 마술사 제임스 랜디와 공모해 실험자들을 속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모에 ‘알파 프로젝트(Project Alpha)’라는 암호명을 붙였다.

    이들의 임무는 염력 실험 도중에 원래 주어진 프로토콜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짜증을 내서 실험자들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실험자들이 잠시 피실험자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 빠른 손놀림으로 시편(試片)을 바꿔치는 등의 트릭을 사용했다. 쇼가 피실험자로 참여했던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쇼는 투명한 아크릴 플라스틱판의 홈에 5cm 안팎의 가는 철사가 끼워진 시편을 받았다. 실험자들은 아크릴판을 뒤집거나 핀셋을 사용하지 않고는 철사를 바깥으로 꺼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쇼에게 손바닥에 판을 올려놓고 염력으로 철사를 휘라고 지시했다. 쇼는 약간의 힘을 가하면 아크릴판이 휘어지며, 그때 철사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실험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뒤 철사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휘고는 다시 홈에 집어넣었다. 워낙 짧은 시간에 이뤄진 동작이라 실험자들은 전혀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했다.

    또 다른 염력 실험에서 쇼는 손을 대지 않고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가 두 배로 밝아지거나 커지거나 작아지도록 했다. 이는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요란한 손동작으로 염력을 발휘하는 듯한 동작을 하다가 실험자들을 잠깐 한눈팔게 한 후 카메라 옆의 조종 버튼을 조작한 결과였다.

    쇼와 에드워즈는 회전자를 방전 코팅 유리 항아리로 덮어씌운 후 자신들의 염력으로 돌아가게 하기도 했다. 절묘한 트릭이었다. 전기를 띤 빗을 유리 항아리에 갖다대 방전 코팅 여부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알루미늄 조각을 유리 항아리와 책상 사이에 끼워 넣어 작은 틈이 생기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염력을 사용하는 척하면서 그 안으로 교묘하게 바람을 불어넣어 회전자가 움직이도록 했다. 물론 시범이 끝난 뒤엔 알루미늄 조각을 감쪽같이 없앴다.

    금속 휘기는 눈속임?

    이들의 행각이 몇 달 정도에서 끝났다면 초심리학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도록 경고하는 정도의 행위로 정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랜디의 조종을 받는 이들의 행위는 이후 4년 넘게 지속됐고, 자신들의 속임수를 고백한 뒤에야 끝이 났다.

    1981년 여름 제임스 랜디는 맥도넬 연구소의 발표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맥도넬 연구소의 실험자들이 촬영한 비디오에서 트릭이 사용된 부분을 지적했다. 이때부터 맥도넬 연구소 실험자들은 쇼와 에드워즈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실험 규칙을 적용해서 그들이 트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들의 염력 실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쇼와 에드워즈는 “우리의 초능력이 사라졌다”며 일방적으로 연구소와의 인연을 끊었다. 나중에 쇼, 에드워즈, 랜디는 자신들이 4년간 과학자들을 골탕먹인 것을 언론을 통해 자랑하듯 발표해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이를 격분시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놀라운 초능력을 선보인 바나첵이 바로 스티븐 쇼라는 점이다. ‘바나첵’은 쇼가 마술 공연을 할 때 쓰는 예명이었다. 바나첵이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 나와 보여준 염력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바나첵의 염력이 방송으로 소개된 후 인터넷에는 그의 트릭을 본뜬 금속 휘기 염력 동영상이 많이 올라왔다. 바나첵처럼 감쪽같이 수저를 휘는 모습을 보여주는동영상도 많았다. ‘수저 휘기’엔 여러 가지 기법이 있으므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연출된 동영상만 갖고는 어떤 트릭을 사용한 결과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동영상들은 입증하고 있다.

    수저 휘기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유리 겔러다. 그는 1980년대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수저 휘기 붐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유리 겔러도 마술 트릭을 써서 그런 장면을 보여준 것일까. 필자는 그도 분명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유리 겔러는 최근 한 쇼에서 염력으로 나침반 바늘을 움직이는 과정을 실연하다가 손가락 사이에 숨긴 자석이 들통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이로 미루어 숟가락 휘기를 포함해 그동안 그가 무대에서 보여준 초능력은 대부분 트릭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리 겔러는 “내가 초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때나 자유자재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기에 부득이 쇼 무대에서는 트릭을 사용할 만반의 준비까지 한다”고 항변한다.

    제임스 랜디와 같은 마술사들과 주류 학자들은 그의 초능력을 의심한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초능력자라고 믿는 학자도 적지 않다. 영국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물리학과 데이비드 봄 교수가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봄은 아인슈타인의 사상적 계승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마지막 제자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몇 년간 아인슈타인과 함께 프린스턴대 고등과학원에서 연구했다. 이때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성격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코펜하겐 학파와 전혀 다른 결정론적 해석을 내놓았으며 오늘날 대표적인 과학철학자 중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데이비드 봄은 겔러의 염력을 철석같이 믿었다. 겔러가 휘어놓은 열쇠를 신주단지처럼 보관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물리학 천재가 사기꾼한테 단단히 속았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 세계 유수 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유리 겔러를 피실험자로 해 여러 가지 염력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모아 ‘겔러 논문들(Geller Papers)’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논문집을 내기도 했다. 만일 겔러의 염력이 모두 트릭에 의한 것이라면 이 논문집에 실린 논문도 모두 엉터리일 것이다. 유명한 과학자들이 겔러의 트릭에 속아넘어갔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 논문집에는 워싱턴대 맥도넬 연구소에서 실시한 엉성한 실험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실험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금속 휘기’에 제공된 금속들 중 일부가 특정 연구소의 특정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것들이며, 이들 금속에 일어난 변화가 단순히 손으로 휘거나 부러뜨려서는 생길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실려 있다. 다음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겔러 논문들’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초능력의 비밀을 파헤친 채널A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의 한 장면.

    1973년 미국 화이트오크 연구소의 해면 무기센터(Naval Surface Weapons Center)는 자체 개발한 니티놀(nitinol)이란 합금으로 유리 겔러의 염력을 실험했다. 니티놀 합금은 니켈과 티타늄이 5.5:4.5 비율로 섞인 물질로 형상기억합금의 일종이다. 당시는 형상기억합금 개발 초기라 일반인은 그런 물질의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다. 실험팀은 유리 겔러에게 이 물질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따라서 유리 겔러는 이 물질이 어떤 상태가 되도록 해야 자신의 염력을 증명할 수 있는지 사전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마술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트릭의 기본적인 요건을 전혀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험자가 두 손으로 직경 0.5mm 니티놀 줄을 잡고 있는 동안 유리 겔러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20초쯤 문질렀다. 그러자 원래 일직선이던 줄의 한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니티놀은 형상기억합금이므로 변형된 니티놀 줄을 끓는 물에 넣으면 원래의 일직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실험자가 변형된 니티놀 줄을 끓는 물에 집어넣자 직각으로 굽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1974년 미국의 여러 국책 연구소에서 유리 겔러의 염력 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영국 런던대 물리학자들이 그를 영국으로 초청해 실험을 했다. 실험을 주도한 이들은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물리학과 교수 존 해스테드, 데이비드 봄과 킹스칼리지 수학과 교수 존 테일러 등이었는데, 특히 버크벡 칼리지의 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방사능을 검출하는 장비인 가이거 계수기를 실험에 이용했다. 방사능 물질에서 방사되는 감마선이나 베타선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계수기 수치는 높아진다. 실험자들이 미리 준비한 방사능 물질을 가이거 계수기에 갖다대자 초당 25회에 해당하는 신호가 감지됐다. 다음엔 유리 겔러에게 그 장비를 두 손에 잡게 하고 신호가 나타나는지 살폈다. 유리 겔러에겐 신호 유무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2분쯤 지나자 초당 25회의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16분이 지나 또 하나의 신호가 나타났고, 다시 5분 후 유리 겔러가 손이 간지러운 느낌이 있다고 하자 초당 25회의 신호가 나타났다. 다음날 실험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실험자들은 유리 겔러에게 좀 더 강한 신호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 즉시 초당 200회나 되는 엄청난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무의식에 의존하는 염력

    영국 교수들은 실험 후의 소회를 1975년 4월 10일자 ‘네이처’지에 소개했다. 이 글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행한 실험이 마음과 물질의 작용이라는 면에서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해온 어떤 실험과도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실험자와 피실험자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실험은 염력이 발현되는 대부분의 재발성 자발적 사례들에서처럼 무의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실험자의 무의식 세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도록, 긴장이 완전히 풀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험에 참여한 어느 누구라도 긴장이나 공포, 적대감 같은 감정을 품고 있다면 이런 마음 상태가 피실험자에게 전이돼 염력 발현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험 참여자들이 관찰하고자 하는 현상에 대해 매우 전향적으로 생각할 때 염력이 잘 발현됐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누군가가 초능력자를 적대적인 마음을 갖고 대한다면 염력 발현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염력은 무의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어떤 현상을 바라는 것이 염력 발현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서구권 과학자들 사이에서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10여 년 전 옛 소련에서 눈길을 끌 만한 일이 있었다. 니나 쿨라지나라는 여성이 놀라운 수준의 염력을 발휘해 소련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책상 위의 성냥개비나 성냥갑은 물론, 제법 무게가 나가는 금속제 통까지 10cm 이상 움직일 수 있었다. 1960년대에 서방에 공개된 흑백 필름에서 쿨라지나는 여러 가지 물건을 손을 대지 않고 옮기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관련 장면은 지금도 인터넷(http://www.youtube.com/watch? v=ZMj_bgzCUw8) 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녀가 가는 실을 사용해 트릭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물건들을 유리통 안에 넣어놓고 염력 실험을 하는 동영상도 있다. 이 필름들은 서구의 초심리 연구가들에게 염력의 증거로 받아들여져 큰 관심을 끌었지만, 많은 과학자는 이 동영상이 실이나 자석을 사용한 속임수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자신들의 주요 관심사를 감추기 위해 얼토당토 않은 일을 꾸며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KGB가 정말로 초능력에 관심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런 주장은 최소한 냉전시대의 미국 정보부서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증거도 있다.

    KGB에서 실용적 관점에서 염력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쿨라지나가 개구리를 사용한 실험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쿨라지나는 염력으로 개구리의 심박동에 영향을 끼쳤는데, 어느 순간 개구리의 심박동이 완전히 멎어버렸다고 한다. 이런 기술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적을 암살하는 데 응용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1970년대부터 10여 년간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의 정보부처는 초능력 연구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 2004년에 기밀 해제된 미 육군 극비문서를 토대로 전직 군 장성들과 유리 겔러를 인터뷰해 초능력 부대의 내막을 파헤친 논픽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The men who stare at goats)’이 출간된 후 영국 BBC TV는 관련 미니시리즈를 방영하기도 했다. 2009년엔 조지 클루니가 제작·주연을 맡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졌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에 따르면 당시 초능력 부대원들은 구름 깨기, 벽 뚫고 지나가기 등 황당한 실험을 아주 진지하게 수행했다.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실험이 ‘염소 노려보기’였는데, 노려보기를 통해 염소의 심장을 멎게 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실제로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 몇 마리가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쿨라지나의 개구리 죽이기 실험의 미국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염소가 왜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염력을 설명하는 초기 가설은 요가나 기공, 명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생명 에너지장(場)의 발현이라는 것이었다. 숨쉬기의 조절이나 특수한 체형의 유지는 인체 내부의 생명에너지 흐름을 원활히 하고 극대화해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힘을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요가, 기공, 명상이 무의식을 자유롭게 분출할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줘서 염력이 발현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은 한편으로 텔레파시나 투시와 같은 초감각 지각(ESP)의 발현에도 유효하다. 그래서 옛 소련의 어떤 초능력자는 투시로 카드 알아맞히기를 해서 잘될 경우에만 염력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초감각지각과 염력은 유사한 조건에서 발현되므로 두 가지가 외형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같은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초심리학자도 있다.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맹성렬

    1964년생

    서울대 물리학 학사, KAIST 신소재공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 공학 박사

    세계 최대 UFO연구단체 MUFON 한국 대표, 영국 심령연구학회 회원

    세종대왕상 수상, 미국화학학회 정회원, 미국과학진흥협회 전문가 회원

    저서 ‘UFO 신드롬’ ‘초고대문명’ ‘과학은 없다’ 등


    그렇다면 염력도 텔레파시나 투시와 같이 양자역학적 비국소성과 관련이 있고, 따라서 사물과의 거리에 무관하게 같은 강도로 작용되는 것일까. 유리 겔러를 비롯한 염력 시연자들은 주로 가까운 거리의 물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여줬다. 만일 누군가가 거리와 상관없이 염력의 작용 강도가 똑같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면 초감각지각과 염력이 사실상 동일한 현상이라는 가설이 옳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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